뉴스 취재수첩 ㅣ 사이버 레커의 횡포 이대로 좋은가

취재수첩 ㅣ 사이버 레커의 횡포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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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

사이버 레커(cyber wrecker)는 ‘사고가 나면 몰리는 레커와 비슷하게 어떤 사회적 사건이 터졌을 때 그 소문을 퍼 나르는 사람’을 일컫는다.

‘교통사고 현장에 잽싸게 달려가는 렉카(Wrecker‧견인차)처럼 온라인 공간에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재빨리 짜깁기한 영상을 만들어 조회수를 올리는 이슈 유튜버들을 비판하면서 등장한 말’이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이슈를 다룬 영상을 집중적으로 올리는데, 대부분 기성 언론이 보도한 기사와 사진, 동영상을 편집한 화면에 자신의 목소리만을 덧씌운 영상을 올린다. 이처럼 사이버 렉카들은 남들보다 빠르게 영상을 올려야 더 많은 조회수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자신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가 아닌 이미 나와 있는 자료화면이나 보도를 짜깁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네이버 지식백과]

이들은 조회 수를 높여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실제 내용과는 관련이 없는 자극적인 섬네일이나 자막을 게재하는가 하면 사생활을 폭로·협박하는 등 범죄 행위까지 서슴지 않는다.

최근 구독자 1,000만이 넘는 유튜버 ‘쯔양’이 과거 전 남자 친구로부터 상습 폭행과 수익 갈취, 협박 등을 당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JTBC ‘사건반장’은 전 남자 친구 A씨가 쯔양을 위협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보도했다. 쯔양 측에서는 이런 증거 파일이 3,800개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쯔양이 이 같은 과거를 고백하게 된 배경에는 이를 약점 잡아 돈을 뜯어내려 한 ‘사이버 레커’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쯔양을 협박한 것으로 알려진 사이버 레커들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후 이를 또다시 콘텐츠로 재생산해 수익을 올리면서 사건 당사자에게 ‘2차 가해’까지 하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유튜버 ‘구제역’이 지난 12일 올린 관련 영상은 조회수 95만 회에 달했다.

유튜버의 ‘조회수 경쟁’은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지기도 했다. 실제 지난 5월 한 유튜버가 부산지법 앞에서 또 다른 유튜버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 한 유튜버는 마약에 취해 차를 몰다가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의 지인을 협박해 3억 원을 가로채 지난 4월 공갈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는 유튜브에서 탈법적인 유튜버에 수익을 제공하고 실버·골드버튼 등을 주는 것 자체가 금전적 수익을 방조하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유튜브 측이 불법·혐오 콘텐츠를 제대로 제재하지 않는다는 우려는 계속 제기돼 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의 92.6%가 ‘콘텐츠 생산자의 비윤리성’으로 인해 ‘사이버레커가 근절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을 규제할 제도적인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유튜브는 방송에 해당하지 않아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사실상 강제성이 없는 자율 규제로 운영된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범죄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제재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