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빛, 선, 소리로 감싸 안는 전시 ‘김도희·빛선소리’ 전시

빛, 선, 소리로 감싸 안는 전시 ‘김도희·빛선소리’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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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젊은 현대미술작가에 대한 지원의 일환으로 마련된 성북구립미술관 기획전
성북예술창작터에 구성된 43미터 구조물 벽면에 포개지고 겹쳐진 검은 목탄 드로잉 감탄
20년 전 사포 위에 손톱으로 겸재정선의 ‘만폭동도(萬瀑洞圖)’를 모사한 ‘손톱산수’의 전율
불안과 억압의 시대에 빛, 선, 소리로 감싸 안는 전시… 설명 없이도 홀로 느낄 수 있는 전시

박순영 기자 psy@newsone.co.kr

ⓒ성북예술창작터, 사진 최철림

성북구립미술관(성북문화재단)은 성북 지역 기반 활동 작가 가운데 세계무대로 도약할 저력 있는 젊은 현대미술 작가에 대한 지원의 일환으로 기획전시를 마련했다. 그 첫 시도로 ‘김도희·빛선소리’展을 오는 8월 3일(토)까지 성북예술창작터에서 개최한다.

 전시 소개
이번 전시는 압도적인 규모와 독창적 형식으로 큰 감흥을 주는 신작인 △벽면 사운드드로잉 ‘빛선소리’(2024)를 포함해 신작의 본질과 맥락을 보여 줄 수 있는 과거 작품들 △사포 위에 손톱으로 그린 ‘손톱산수’(2004) △퍼포먼스 기록영상 ‘물새의 깃털처럼’(2020)과 ‘하울링’(2015) △‘관객 체험 작품’ 등 총 9점으로 구성됐다.

1979년생인 김도희는 실험성과 독창성을 갖춘 신진작가를 지원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모색2014’에 선정되며 일찍이 큰 주목을 받았다. 다소 파격적이며 인상적인 작품 활동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계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는 설치와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회화, 사진, 영상, 출판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룬다. 성북에서는 2016년 제1회 ‘성북 N 작가공모’에 선정된 바 있으며, 2023년 성북구립미술관 기획의 일환으로 추천된 ‘공립미술관 추천작가-전문가매칭 지원사업(국립현대미술관, 이하 비평지원사업)’에 선정돼 비평 지원을 받기도 했다. 이번 기획전 ‘김도희·빛선소리’는 2023년 비평지원사업과 연계한 연속적인 지원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43미터에 달하는 신작 △‘빛선소리’(2024)다. 전시장 1층부터 2층 나선형 구조물의 구석진 공간에 이르기까지 약 43미터 길이의 벽면, 그리고 그 위에 겹겹이 올려진 목탄 드로잉의 향연은 큰 충격과 감동을 준다. 온몸을 뚫고 들어오는 듯한 묘한 사운드, 믿을 수 없는 노동량을 떠올리게 하는 선들의 총합인 △‘빛선소리’(2024)는 ‘소리를 그림으로 옮긴’ 작업이자 ‘소리와 함께 완성된 그림’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자기 신체’인 손바닥으로 전시장 벽면을 마찰하며 듣게 되는 소리를 중첩된 선들로 표현해 냈으며, 이를 ‘촉각적 소리에 감응한 움직임이 시각화된 작업’이라고 말한다. 사실 ‘소리와 진동’, ‘행위와 노동’은 작가가 과거부터 표명하고 실천해 온 주요가치로, 이번 신작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는 셈이다.

작품 제작에 있어 과거의 여러 시도와 작업적 철학이 현재에 이르러서도 일관되게 이어지고, 또한 그것이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소위 ‘위대한’ 예술가들이 보여주는 능력일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신작과 나란히 주목받고 있는 작품은 바로 작가가 20년 전에 캔버스 대신 사포를 이용해 제작한 △‘손톱산수’(2004)다. 제목 그대로 사포 위에 손톱으로 긁어서 산수를 그려낸 작품이다. 겸재 정선의 ‘만폭동도(萬瀑洞圖)’를 깔깔한 사포 위에 손톱으로 모사한 이 작품은 2004년 대학원 실기 시간에 수업의 일환으로 그린 것으로, 제한된 형식적 틀에 갇혀야 했던 시절에 ‘진짜’를 갈망한 예술가의 괴짜스러운 천재성을 보여준 일면이자 일화다. 이는 서구미술 담론의 기계적 답습이 아닌 바로 자신의 신체와 감정, 생각과 경험의 토대 위에서 ‘진짜 예술’이 가능하다는 믿음의 발로이기도 하다.

현대 사회는 모든 것이 너무 빠르고 획일적이며 경쟁적이고 억압 그 자체이다. 작가 역시 이러한 사회의 일원임에 틀림없다. 작가 김도희는 자신의 ‘지친’ 상태를 그 누구보다 선명하게 깨달았고, 그 회복을 위해 혼자만의 조용한 공간과 시간을 기획자에게 요구했다. 그리고 성북예술창작터를 일종의 ‘아트 레지던시(Art Residency)’, 즉 작가의 작업실로 삼고 20여 일간 오가며 신작 사운드드로잉설치 ‘빛선소리’(2024)를 제작해 냈다. 이는 깊은 고요와 몰입의 시간이 준 산물이자 선물이다. 캄캄한 은둔의 시간을 통해 자기(self) 회복을 이루는 변증법적 현장을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

전시 연계로 개최되는 ‘아티스트 토크’를 통해 더 생생한 작업 철학과 다양한 해석을 들어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8월 3일(토) 성북예술창작터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