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더함으로써 회의(懷疑)와 불안도 느끼지만, 이를 성장의 기회로 바꾸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바람도 전하고자 한다. 나이가 더해도 열정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예술적으로 쓰인 손 글씨 연하장을 우편으로 받고 보니 감회가 새롭다. 까맣게 잊고 지낸 육필 크리스마스카드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그 속에 담긴 마음과 정성을 느껴본다. 잠시 향수에 젖어 아득한 추억들을 되새김하며, 그리움 속으로 달려간다.
소싯적에는 크리스마스카드와 연하장으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고 받으면서 애틋함을 나눴다. 정겹고 아름다운 문장을 예쁜 글씨로 작성하기 위해 수십 장의 카드를 쓰고 찢고를 반복하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연하장은 새해를 맞이해 그동안 일상에 쫓겨 잊고 지냈던 이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연말연시에 주고받는 연하장은 서로의 정을 나누면서 변함없는 인간관계를 이어 나가는 연례행사였다.
컴퓨터로 작성된 연하장을 동시에 받았다. 자필 서명으로 작성해 진정성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읽었다. 수십 장의 연하장을 일일이 손 글씨로 작성하기가 쉽지 않기에 다량의 연하장을 인쇄해 보내는 것이다. 물론 손으로 직접 쓴 메시지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감성과 정성이 담기며, 필체의 고유한 특징들이 전해져 감동을 더 한다. 실용성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은 빠르고 효율적인 컴퓨터 작성 편지를 선호한다. 하지만 수취인 입장에서는 손 글씨보다는 개성과 정성이 소홀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편리함과 속도를 우선하는 인터넷 시대에는 컴퓨터 연하장이 대세를 이룬다. 오히려 손 글씨 연하장을 고리타분하게 느끼는 세대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수많은 인터넷 연하장과 문자메시지, 동영상, 이메일 등이 SNS 플랫폼을 통해 쏟아져 들어온다. 미안하지만 콘텐츠를 미처 다 보지도 못하고 발신인이 누구인가만 확인하고 넘겨야 할 정도다. 메시지를 제대로 보지 않아도 어휘들이 대부분 유사한 내용으로 특별한 개성이 없기 때문에 대출 훑고 지나가는 것이다.
나 역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컴퓨터로 작성된 연하장을 보냈다. 나름대로 개성 있는 창작물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기울였지만, 일부는 컴퓨터 문서라는 선입견으로 콘텐츠보다는 발신인만 보고 지울 것이다. 그래도 정성을 담아 보냈으니까 그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한때는 컴퓨터로 작성된 연하장을 성의가 없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이젠 시대의 변화에 부응해 그 마음을 감사히 받아들이고 있다.
연하장은 예로부터 전해져 온 전통문화로 연인, 가족, 친구 등 소중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방법의 하나였다. 당시의 연하장은 손으로 직접 쓴 글씨와 그림, 스티커 등을 활용해서 상대방에게 특별한 감성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넷 통신이 도입돼 문자메시지로 새해 인사를 주고받고,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연하장이 보편화되면서 우편 연하장이 점차 외면받는 추세다. 모바일 연하장은 신속하고 간편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상대방은 빠르게 메시지를 확인하고 감사의 뜻을 전달받을 수 있다. 또한 상대방의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할 수 있고, 함께 소중한 순간을 공유할 수 있다. 반면, 우편 연하장은 모바일 연하장보다 감성적인 요소를 담고 있어 상대방에게 특별한 감정을 전달한다.
청룡의 기운을 품은 올 연하장에는 새로운 희망과 목표를 세우고 그 꿈은 잔뜩 기대에 부푼다는 내용을 담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나이를 더함으로써 회의(懷疑)와 불안도 느끼지만, 이를 성장의 기회로 바꾸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바람도 전하고자 한다. 나이가 더해도 열정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이를 더함으로써 더욱 강한 의지와 불굴의 투지를 키울 수도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얻게 된 경험과 지혜를 활용하고 지난해에 겪은 어려움과 실패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그 토대 위에 새로운 꿈을 이룰 수 있다. 한 살 더 먹음으로써 더욱 멋진 자아를 발견할 수 있으며. 삶의 경험을 통해 자기 인식과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돌아보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손 글씨든, 문자든, 모바일이든 새해 축복의 진정성이 전해지길 바라면서 나를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감사하고자 한다.
본지 편집인 전병열 ctnewson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