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이 고달프고 힘들수록 민중들은 종교에 매달린다. 그뿐만 아니라 소망을 이루기 위해 영험한 곳을 찾아 간절히 기도하기도 한다.
봉정암은 국내 사찰 중 가장 높은 곳에 있어 고행길이지만,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알려져 많은 불자가 찾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북면 설악산(雪嶽山:1,708m) 소청봉 북서쪽에 있는 봉정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신흥사의 말사인 백담사의 부속 암자이다. 대표적 불교 성지인 오대적멸보궁(五大寂滅寶宮) 가운데 하나이며 불자들의 순례지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 대청봉 산마루 해발고도 1,244m 지점에 위치하며 백담사와 오세암을 거쳐 가는 산행은 매우 힘겹다. 봉황이 알을 품은 듯 산세에 정좌하고 있는 봉정암은 거대한 바위를 중심으로 가섭봉·아난봉·기린봉·할미봉·독성봉·나한봉·산신봉이 감싸고 있다.
봉정암에는 강원특별자치도 유형문화재 제31호로 지정된 봉정암석가사리탑이 있다. 고려시대 양식을 따른 이 오층석탑은 부처의 뇌사리를 봉안하였다고 하여 ‘불뇌보탑’이라고도 부른다. 643년(선덕여왕 12)에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가지고 귀국해, 이곳에서 사리를 봉안하고 창건했다.
오층석탑은 자연암석을 기단부로 삼아 그 위에 바로 오층탑을 건립했으며, 기단부가 없어서 마치 바위를 뚫고 탑이 솟아오른 듯해 탑을 세운 불심과 그 신묘한 형상에 숙연함을 느끼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탑이 앉은 자연 암석에는 아름다운 연꽃이 조각돼 있는 데 1면에 4엽씩 모두 16엽이 탑을 포개고 있어 부처님이 정좌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맨 위에는 연꽃이 핀 듯이 원뿔형 보주를 올려놓아 영원한 불심을 향하는 마음을 그리고 있다.
봉정암 설화
자장율사가 당나라 청량산에서 3.7일(21일) 기도를 올리던 마지막 날 문수보살이 현신해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금란가사를 전해주며 해동에서 불법을 크게 일으키라고 부촉(咐囑)했다., 이를 모시고 귀국한 자장율사는 진신사리를 모실 길지를 찾아 이곳저곳을 순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름다운 빛을 내는 봉황이 나타났으며, 이를 범상치 않게 여긴 자장율사는 몇 날 며칠을 쫓아갔다.
마침내 봉황이 어느 높은 봉우리 위를 선회하다 갑자기 어떤 바위 앞에서 자취를 감춰버렸다. 자장율사가 그 바위를 가만히 살펴보니 부처님의 모습 그대로였으며 봉황이 사라진 곳은 바로 부처님 이마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또한, 부처님 모습을 닮은 그 바위를 중심으로 좌우에 일곱 개의 바위가 병풍처럼 둘려 있어 가히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길지 중의 길지임을 알게 됐다. 이에 부처님 형상을 한 그 바위에 부처님 뇌사리를 봉안한 뒤 오층사리탑을 세우고 암자를 지었다. 이곳이 바로 봉정암으로, 봉황이 부처님 이마로 사라졌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전병열 기자 ctnewsone@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