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A(남자)와 B(여자)는 직장 동료 사이이고, 모두 30대로 미혼입니다. A는 얼마 전 퇴근시간 무렵에 B가 술을 한잔하고 싶다고 하여 B와 같이 식당, 공원을 오가면서 밤늦게까지 꽤 많은 술을 마셨습니다. A는 그 당시 B에게 부근에 있는 B의 집으로 가서 한잔 더 하자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B는 자신의 집에는 마침 여동생이 와 있으므로 같이 갈 수 없다고 하면서 A의 집으로 가자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A는 B와 같이 택시를 타고 혼자 살고 있는 자신의 원룸으로 갔습니다. 그 당시 A는 술에 상당히 취해 있었으나, B는 그다지 술에 취해 있지 않았습니다.
A는 원룸에 도착하여 B가 샤워를 하고 싶다고 하여 샤워장으로 안내하였고, 샤워를 하고 나온 B와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하였습니다. A는 처음에는 콘돔을 하였으나, 성관계 도중에 콘돔을 벗고 성관계를 계속하였습니다. B는 성관계가 끝나고 나서 A에게 콘돔을 벗고 관계를 하였냐고 하면서 자신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몰래 콘돔을 벗으면 어떻게 하나고 항의하였습니다. 그에 대하여 A는 자신이 콘돔을 벗은 것을 B가 알고 있는 것으로 알았다고 하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난주에 B가 A에게 자신의 허락 없이 콘돔을 벗고 성관계를 한 것은 강간에 해당하고, 또 자신이 성병에 걸리거나 임신을 한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어 검사를 하였다고 하면서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강간으로 고소를 하겠다고 합니다. 이러한 때 A는 강간으로 처벌받게 되는 가요? 또한 B와 합의를 하여야 하는가요?
[답변]
강간죄는 폭행, 협박에 의하여 상대방을 강간하면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어야 하고, 그 정도는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합니다. 다만, 그 판단은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이를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게 됩니다(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6도16948, 2016전도156 판결). 질문에 의하면 A가 사건당시 B에게 폭행을 하거나 협박을 행사하는 등 유형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므로 강간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편 최근에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는 성관계를 강간으로 처벌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이를 법제화하기 위한 시도도 있습니다. 즉 강간죄의 성립과 관련하여 현재의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것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사람을 간음” 한 것으로 개정하는 내용의 형법일부개정법률안이 제안되어 있습니다. 만일 위 입법안과 같이 형법이 개정되면 비동의간음을 강간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형법이 개정되지 않았으므로 비동의간음을 강간죄로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또 스텔싱을 강간으로 처벌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스텔싱은 성관계의 동의는 있으나 일방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을 중단하거나 훼손하여 성관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스텔싱은 상대방이 성병에 노출될 위험, 원치 않는 임신과 같은 신체적 위해 뿐 아니라 우울, 불안 그리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노출되는 등 정신적 피해도 입게 되므로 이를 강간으로 처벌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부 외국의 경우에는 스텔싱을 강간으로 처벌하는 경우도 있으나 우리나라는 현재로서는 이를 강간죄로 처벌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스텔싱의 경우에 상대방이 성병에 걸리거나, 임신이 되거나 또 그 위험으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다면 손해배상을 하여야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므로 A는 이 사건으로 인하여 강간죄로 처벌받지는 않을 것이나, B에게 손해배상을 하여야 할 수는 있으므로 B가 요구하는 합의금액이 그렇게 크지 않다면 가급적이면 B와 합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