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조름한 굴비의 고장 ‘영광’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단한 굴비 한 점에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즐거움은 수확을 마친 늦가을의 풍요와 닮은꼴이다. 게다가 맛이 꽉 찬 영광굴비처럼 ‘영광군’이라는 고장은 아름다운 풍경과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한 여행지로도 손꼽힌다. 영광군에는 9경, 9미, 9품의 자랑거리가 있다. 1경의 시작은 환상의 드라이브코스인 백수 해안도로이며 4대 종교문화유적지와 불갑사와 같이 오랜 역사가 담긴 특별한 장소가 있다. 서해의 낙조가 아름다운 칠산타워와 가마미 해수욕장이 있고, 불갑저수지와 숲쟁이공원 등 아름답고 편안한 휴식공간이 가득하다. 언제든지 방문하기 좋은 여행지를 물색하고 있었다면 단연 영광군이다.
해안절경 따라 펼쳐진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백수 해안도로’
영광군 길용리에서 백암리 석구미 마을까지 16.8km에 달하는 백수 해안도로는 광주·전남지역에서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곳이다. 모래미 해수욕장이라는 작은 해변을 지나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이 해안도로에서는 기암괴석과 광활한 갯벌이 어우러져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만날 수 있다.
해안에는 거북바위, 모자바위 등 멋진 바위들이 솟아있고 고두섬을 비롯해 여기저기 암초들이 보인다. 백수 해안도로를 달리며 바다로 시선을 두면 칠산도를 비롯해 석만도, 안마도, 송이도, 소각이도, 대각이도 등 아기자기한 섬들이 펼쳐져 드라이브의 맛을 한층 더해 준다. 특히 해안도로 아래 목재 데크 산책로로 조성된 3.5km의 해안 노을길은 바다 가장 가까운 곳을 걸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백수해안도로에는 국내 유일의 노을전시관을 비롯해 다양한 펜션과 카페, 음식점 등이 갖춰져 있다.
역사와 종교의 유구한 흔적
4대종교문화유적지
‘영광(靈光)’이라는 지명의 영향일까? ‘신령스런 빛이 서린 고장’이란 뜻의 영광에는 특별하게도 우리나라 4대 종교의 문화유적지가 모두 모여 있다.
우선 백제불교가 법성항을 통해 최초로 들어온 것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백제불교최초도래지’가 있다. 굴비로 유명한 법성포의 지명에서 ‘법’은 불교, ‘성’은 백제에 불교를 전래한 인도의 명승 마라나타 존자를 뜻한다. 법성면에 위치한 백제불교최초도래지는 간다라 양식의 건축물과 마라난타상, 부용루, 기념관 등 볼거리가 많다.
백제불교최초도래지에서 차로 30분 정도 거리에는 마라난타 존자가 최초로 세운 ‘불갑사’가 있다. 천년고찰의 오랜 역사만큼 많은 전설과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으며, 전국 최대의 상사화 군락지가 있어 아름다운 절이다. 템플스테이가 가능한 곳이라 외국인을 포함한 체험객들이 즐겨 찾는 절이기도 하다.
백수읍에는 생활에서의 도덕훈련을 강조하는 원불교의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의 탄생지를 중심으로 한 원불교 영산성지가 있다. 박중빈 생가와 기도터인 삼발재, 마당바위, 노루목, 방언탑 등 볼거리가 많으며 백수 해안도로 입구와 가까워 서해바다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영광은 일찍이 천주교가 전해진 곳으로 조선시대 천주교 신자가 많았던 남인을 제거하기 위하여 벌어진 신유박해의 탄압을 피해가지 못했는데, 이화백과 복산리의 양반 오씨로 알려진 순교자가 그들이다. 전남 최초의 순교지로 알려진 곳 가까이에 기념관을 짓고 순교자를 기리고 있다.
6.25 전쟁 당시에는 북한군의 교회 탄압에 항거하다 기독교 신자 194명이 순교했다. 특히 염산교회에서는 77인, 야월교회에서는 65인의 신도가 순교하여 기독교사에서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순교지로 알려져있다. 영광군에서는 설도항에 기독교순교체험관을, 야월리에 기독교순교기념관을 건립하여 순교자들의 뜻을 기리고 있다.
바다와 인접해 외래 문물의 유입이 빨랐던 영광의 역사를 체감하기에 좋은 유적지들이니 한 번씩 둘러보길 권한다.
백제 불교의 효시 ‘불갑사’
부처 불(佛), 첫째 갑(甲), 절 사(寺) 한자어처럼 백제에 불교가 들어와서 처음 세워진 사찰이 불갑사이다.
불갑사는 인도 서북 지역의 간다라 마라난타 성인이 중국을 거쳐 백제에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백제 침류왕 원년(384)에 법성포를 통해 불법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불법을 포교하기 위해 성인이 당도한 포구라 하여 ‘법성포’라 불린 것과 불갑사가 있어 모악산을 불갑산으로 바꿔 불린 것으로 전해진다.
오랜 역사만큼 많은 전설과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으며, 보물 제380호 대웅전, 보물 제1377호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보물 제1470호 불복장전적 등을 비롯하여 팔상전, 칠성각, 만세루, 범종루, 천왕문 등 귀중한 문화재들을 품고 있다.
불갑사가 가장 융성했던 시기는 고려 충정왕 때이다. 당시에는 31개의 암자에 1000여 명의 스님이 머물렀던 사찰이다. 템플스테이가 가능하여 외국인들을 포함한 체험객 들이 많이 찾고 있으며, 절 주변에는 천연기념물 제112호 참식나무 자생 북한지대가 있다.
특히 9월이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상사화 군락지가 일주문에서 불갑사로 이어지는 공원까지 장관을 이룬다.
서해의 낙조 명소
‘칠산타워’와 ‘가마미 해수욕장’
너른 서해를 품은 영광인 만큼 곳곳이 낙조 명소다. 그중에서도 아름다운 낙조를 보기에 제격인 곳으로 ‘칠산타워’를 추천한다. 칠산타워는 전남에서 가장 높은 111m의 전망대다. 3층 전망대에 오르면 광활하게 펼쳐진 칠산 앞바다와 주변 육지가 한 눈에 들어와 절로 탄성을 지르게 한다. 일몰시간에는 칠산 앞바다를 빨갛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노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건물의 1층에는 여객대합실과 매점, 특산품 판매점이 있고 2층에는 음식점과 회센터가 입점해 있어 낙조를 보며 식사까지 하기 좋은 곳이다.
그런가하면 낙조가 아름다운 곳으로 ‘가마미 해수욕장’을 빼놓을 수 없다. 여름철이면 해수욕을 즐기러 찾는 관광객이 빼곡하고, 가을과 겨울에는 낙조를 감상하러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장소다.
가마미 해수욕장은 200여 그루의 소나무가 해변을 감싸 안은 형태로 폭 200m가 넘는 고운 백사장이 반달모양으로 휘어져 있어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해질녘 가마미 해수욕장을 찾으면 잔잔한 느낌의 칠산 바다와 올망졸망 떠 있는 섬들을 배경으로 환상적인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사계절 아름다운 정취
‘숲쟁이공원’과 ‘불갑저수지 수변공원’
백제불교최초도래지와 가까운 곳에 ‘숲쟁이공원’이 있다. 깜찍한 이름의 숲쟁이공원은 조선 중종 때 축조된 법성진성의 연장으로 심은 느티나무 등이 100여 년 이상 성장해 이룬 거대한 숲이다. 숲쟁이는 ‘숲으로 된 성’을 뜻하는데 굽이굽이 산책하며 오래된 나무들을 감상하기에 좋다. 이곳에서는 매년 법성포단오제가 열리며, 2006년 ‘한국의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바 있다.
숲쟁이공원 못지않게 유명 힐링명소로 ‘불갑저수지 수변공원’이 있다. 불갑저수지는 오랫동안 영광 인근 학교의 봄소풍 단골장소였을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장소다. 농업용수를 공급하던 광주·전남 최대 규모의 불갑저수지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탁 트인 수변을 자랑하는 ‘불갑저수지 수변공원’으로 재탄생했다.
불갑저수지 수변공원에는 잘 가꾼 화단에 철따라 색색의 꽃이 피고 시원한 물줄기가 일품인 인공폭포가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다. 연인들에겐 드라이브 코스로, 가족들에겐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이용되며 수상스키장이 마련돼 있어 여름에 레포츠를 즐기기에도 알맞다. 저수지 상류에서 불갑사 가는 길 입구에 조성된 불갑농촌테마공원은 국내 최대 규모의 천년방아(16m)와 형형색색의 야간 경관 조명이 설치돼 있어 늦은 시간 방문해도 둘러보기 좋다.
사진찍기 좋은 섬 ‘송이도’
아름다운 해변과 노을, 해안절경을 보유한 송이도는 행정안정부과 주관한 ‘2021년 찾아가고 싶은 33섬’ 중 ‘사진찍기 좋은 섬’으로 선정됐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낙월면에 속하며, 섬에 소나무가 많고 섬의 모양이 사람의 귀를 닮아 송이도라 불린다. 마을 앞에 위치한 몽돌해수욕장은 오랜 세월동안 파도가 만들어낸 부드럽고 동글동글한 모양의 조약돌이 약 1km 정도 이어져 색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큰냇기해수욕장은 해식동굴과 일몰풍경이 일품이다.
간조시 인근 대각이도까지 물이 빠지는 맛등에서는 겨울철에는 대맛조개, 여름철에는 백합 등을 잡을 수 있어 방문객들에게 인기이다.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된 왕소사나무 군락지가 널리 알려져 있으며, 주변에는 괭이갈매기, 노랑부리저어새 번식지인 천연기념품 제389호로 지정된 칠산도와 현재에도 7명이 살고 있는 대각이도 등이 있다.
바다향 물씬 ‘천일염전’
그 유명한 천일염이 생산되는 천일염전이 영광에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영광의 천일염은 미네랄 성분이 많은 서해안갯벌, 풍부한 일조량과 하늬바람이 만들어낸 자연의 걸작이다. 게다가 영광의 천일염전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데 아름다운 염전 풍경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천일염전은 시시각각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해가 쨍쨍한 낮에는 태양 아래 은빛으로 빛나는 새하얀 소금 알갱이가 눈부신 장관을 연출한다. 일몰이 찾아올 무렵 붉은 석양을 곁에 두고 작업하는 염부의 모습은 마치 밀레의 만종을 연상케 한다. 때문에 많은 사진가들로부터 사랑받는 장소이기도 하다. 천일염전은 염산면 송암리, 야월리, 두우리와 백수읍 하사리에 주로 분포돼 있으며, 염산면에서는 소금 모으기, 운반하기, 수차 돌리기 등 염전체험도 가능하다.
볼거리 많은 영광의 명소들을 둘러봤다면 돌아가기 전 영광의 9미 굴비한정식, 민물장어, 간장게장, 청보리한우, 보리떡(빵), 백합, 보리새우, 맛조개, 덕자찜 중 마음에 드는 메뉴를 골라 꼭 한 번 맛보도록 하자. 돌아가는 길 9품에 속하는 영광굴비와 전통 웰빙식품으로 각광 받는 모싯잎송편, 세계5대 갯벌에서 나는 천일염, 대마할머니막걸리, 간척지쌀, 영광딸기, 태양초고추, 찰보리쌀, 설도젓갈 등도 기념품으로 챙겨간다면 겨울까지 든든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이소미 기자 ls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