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크리에이터 전성시대 후원의 바다

크리에이터 전성시대 후원의 바다

수익 창출을 위한 부적절한 어그로의 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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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스마트폰 시대에는 모두가 미디어다. 글과 영상은 언론사와 방송사를 통해서만 퍼블리싱되는 것이 아닌, 블로거나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퍼져나간다. 기존 미디어에서 다루지 못했지만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콘텐츠가 매일 셀 수 없이 쏟아지고 있고,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거나, 알고리즘에 의해 흥미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보에 노출되고 있다. 모두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이자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야말로 크리에이터 전성시대다.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을 부르는 ‘크리에이터(Creator)’라는 단어는 이미 익숙하게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단방향에서 양방향으로 소통이 바뀌면서, 크리에이터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팬은 댓글을 남기고 크리에이터는 댓글을 읽어주면서 함께 반응형 소통을 즐겼으나, 이제는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 후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비스 플랫폼의 수수료를 제외 후 크리에이터가 팬들로부터 직접 돈을 받는 셈이다. 팬들이 후원하는 이유도 제각각이다. 사사로운 축하부터, 추후 질 좋은 콘텐츠 제작 희망, 그리고 수많은 팬 중에서 나를 드러내기 위해서 등 각양각색이다. 후원금을 통해 크리에이터는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팬들은 원하는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크리에이터의 활동과 팬들의 후원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곳은 유튜브다. 유튜브에서는 하루 평균 업로드되는 영상만 1억 개가 넘는다. 누구나 영상을 올릴 수 있고, 누구나 유명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이에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유튜브로 모인다. 부업으로 혹은 취미로 시작한 유튜브가 잘 되면서 퇴사를 하거나, 취미로 한 유튜브를 활용해 창업으로 활동을 확장하거나, 억대 수입을 바라보는 유튜버도 생겨났다.

유튜버가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일단 기본적인 영상 광고 수익이다. 구독자 1000명, 지난 1년간 시청 시간이 4000시간만 넘으면 광고를 통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영상에 따라 광고 협찬을 받기도 하지만, 최근 팬들의 후 ‘슈퍼챗’을 통한 수익 창출이 더 활발해지고 있다.

유튜브 실시간 방송을 연 상태에서는 시청자로부터 일정 금액을 후원받을 수 있다. 채팅창 상단에 후원하는 금액에 따라 긴 시간동안 채팅이 노출되는 시스템이다. 채널 멤버십을 운영해 매월 고정적인 이용료를 받는 방법도 등장했다. 멤버십을 통해 회원만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영상을 제작하기도 하고, 고정 구독자를 위한 히든 이벤트를 진행할 수도 있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내가 비용을 지불한 만큼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후원으로 인한 문제도 늘어났다. 도를 넘는 자극적인 콘텐츠로 이른바 ‘어그로’(자극적이거나 악의적인 행동을 일컫는 신조어)를 끄는 것이다. 유튜브에서는 조회수가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구조이기에, 많은 유튜버가 경쟁하듯 자극적인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플레이보드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튜브 채널 중 가장 높은 후원금을 기록한 채널은 주로 정치 관련 이슈를 다루는 채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로세로연구소는 7억2521만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운영하는 너알아TV는 2억8166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특히 가로세로 연구소 의 수익은 전 세계에서도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미국 유튜브 통계 사이트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100위권 내 한국 유튜브 채널은 블랙핑크(18위), HIBE Labels(BTS 기획사, 20위), BANGTANTV(27위), 핑크퐁(29위) 등 4개에 불과하다. 이 점에 비춰보면 슈퍼챗 순위는 매우 특이한 상황이다.

슈퍼챗은 광고 수익과 달리 구독자 수나 시청자 수 같은 규모보다 시청자의 충성도에 따라 액수에 차이가 난다. 유튜브가 지난해 6월 광고주들이 꺼리는 콘텐츠에 ‘노란딱지’를 붙이는 정책을 강화하자, 노란딱지를 많이 받게 된 유튜버들은 노란딱지가 붙는 콘텐츠를 만들지 않는 대신, 더욱 극단적인 콘텐츠를 만들며 슈퍼챗을 쏴달라고 시청자들에게 요구 하기 시작한 것이다.

막말·혐오 발언으로 비판을 받기도 하는 보수성향 유튜브 채널이 ‘노란딱지’로 광고 수입이 막힌 것과 ‘슈퍼챗’ 수익 수치에는 상관 관계가 존재 할 것으로 예상 된다.

억대 수익까지는 아니더라도 각종 부적절한 콘텐츠들이 유튜브 자체 필터링으로 걸러지지 않을 만큼 난무하고 있다. ‘문 따는 법’ ‘해킹하는 법’ ‘폭행’ ‘조폭’ ‘사기’ 등을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수많은 영상이 제한없이 접할 수 있어 그야말로 범죄 학습의 장이다. 지난 3월에는 러시아의 한 갱단이 유튜브 생중계로 여성을 성폭행하고 아파트 쓰레기장에 유기하는 과정을 생중계하여 세계적인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유튜브 등 SNS를 통한 디지털 성범죄는 만연한 수준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른 청소년 90%이상은 본인 행동을 성폭력 가해행위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수치의 바탕이라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자극적인 콘텐츠 생산을 유도하는 현재 유튜브의 수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조회수·광고·후원 수익이 유튜브의 주 수입원인 만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측에서 이를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서는 이용자와 콘텐츠 제작자의 자체적인 자정 노력과 함께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일부 시민들은 무관심이 가장 큰 해결방법이라며 아예 부적절한 콘텐츠를 재생하지 않고 관심없음 혹은 신고를 누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제도적인 해결 모색이 필요한 상황이다.

온라인 콘텐츠의 영향력은 더 강해졌다. 크리에이터는 자신에게 이로운 플랫폼을 찾아 정착하고 있다. 창작자는 광고나 후원을 기반으로 창작 환경을 보장받고 팬덤 문화를 공고히 한다.

후원 문화는 이제 유튜브 뿐만이 아닌, 트위터나 클럽하우스, 스포티파이, 사운즈 클라우드, 패트리온 등 다른 플랫폼에서도 대거 적용하는 추세다.

1인 크리에이터 시대에 수익 창출을 위한 후원 문화는 그야말로 양날의 칼이다. BTS처럼 한국의 콘텐츠는 더이상 한국 내에서만 소비되지 않는다. 양날의 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다뤄, 세계적인 콘텐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지는 지금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렸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