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은 코로나뿐만 아니라 검찰총장 직무정지라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초유의 사태를 겪은 것입니다. 정치권의 뼈아픈 성찰과 반면교사가 돼야 할 것입니다.”
경자년의 먹구름을 뚫고 신축년 새해가 온 누리에 찬란한 서광을 뿌리며 힘차게 솟아올랐습니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안방에서 영상을 통해 새해맞이를 해야 하는 안타까움 속에서도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새해 새날은 절망에서 희망으로 교차하는 변곡점이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두려움 속에 마스크에 갇힌 채 보낸 한 해였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모든 것을 삼키면서 일상을 마비시키고 세상을 개벽해 버렸습니다. 만남을 두려워해야 하며, 마스크가 생활필수품이 되고 마스크 없는 출입은 철저히 통제됐습니다. 코호트 격리를 해야 하는 시설이나 병원은 사투를 벌이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으며, 코로나가 엄습한 사회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년 초에 백신이 처방되고 치료제도 개발된다는 희소식이 들려옵니다.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철저한 접종 계획을 세워 차질 없이 집행해야 합니다. 또한, 국내 자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도 전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국민 또한 당국의 방역 지침에 솔선수범하고, 코로나 극복을 위해 다소의 규제들을 준수해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 극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경제·사회적 폐해를 해소하는 일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빈부격차가 더 커졌기 때문입니다. 소상공인을 비롯해 임시·일용직, 특수고용직노동자 등 취약계층일수록 피해와 고통이 배가되고, 포스트 코로나가 더 우려스럽다는 경고가 울리고 있습니다. 정부의 재정 역량을 최대한 동원해 취약계층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우리 국민 또한 어려운 이웃을 좀 더 배려하고 양보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민생 과제 가운데 가장 큰 난제는 집값 안정입니다. 많은 국민은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결과는 정말 참담했습니다. 전국 집값이 8.4% 올라 1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13.1%나 올랐습니다. 이 정부는 출범 이후 총 24차례, 작년 한 해만도 7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전국 시·군·구의 절반을 ‘규제 지역’으로 묶어놓으면서도 집값 상승세를 전국 방방곡곡으로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여기에다 임대차 3법을 강행하면서 전셋값까지 폭등했으며 1주택자까지도 보유세를 물어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새해는 정부의 역량을 총동원해 집값 안정이 실현되는 한 해가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전문가들의 충언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설 명절 전에 도심 내 질 좋은 주택 공급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이고도 실효성 높은 공급대책으로 주거안정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같은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야 할 주체는 정치권입니다. 대립과 분열로는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없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정국의 최대 이슈는 ‘추미애-윤석열’ 갈등이었습니다. 헌정 사상 유례없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 속에 전 국민의 이목은 두 사람에게 집중됐습니다. 결국 ‘검찰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윤석열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으며 추미애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징계안을 제청한 뒤 사임 의사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은 재가(裁可) 했습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징계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고 윤 총장은 업무에 복귀하면서 갈등의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이로 인한 여야의 갈등은 물론 진영논리가 판을 치고 국민을 ‘갈라치기’로 몰아넣었습니다. 우리 국민은 코로나뿐만 아니라 검찰총장 직무정지라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초유의 사태를 겪은 것입니다. 정치권의 뼈아픈 성찰과 반면교사가 돼야 할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집권 마지막 해를 맞았습니다. 레임덕의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4월에 치러지고. 내년 3월 진행될 20대 대선 레이스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입니다. 시민들의 현명한 판단으로 갈등의 요소를 배척하고 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정치권의 지혜를 기대해 봅니다.
글 전병열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