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슬라이드 지심도 관광개발 사업 주민 생계 보장부터 우선돼야

지심도 관광개발 사업 주민 생계 보장부터 우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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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개발을 통해 지역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활용코자하는 지자체의 사업 목적은 이해 하지만, 수십 년간 생존 터전으로 지켜온 주민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강제 추방이란 있을 수 없는 전근대적 권력의 횡포다. 관광개발이 필요하다면 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먼저 충분한 보상을 통해 민원이 야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법적 보상을 떠나 타 지역으로 이주해서 살아갈 수 있는 현실적인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들 또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우선 긍정적인 입장에서 타협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거제시와 지심도 주민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사에 착수했다는 보도다. 권익위는 2일 최근 (사)섬연구소가 제기한 청원을 토대로 전담 조사관을 배정해 관계자 면담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간 탐방객이 10만 명 이상 드나드는 지심도는 양측이 관광개발과 섬 주민 거주 문제를 놓고 4여 년 간 갈등을 빚으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익위는 국무총리실 산하 행정위원회다. 권익위 결정은 시정 권고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대다수 기관은 민원인 권익 보호를 위해 이 결정에 따른다.

지심도는 거제도 동쪽 해상에 자리 잡은 작은 섬으로 섬 모양이 한자 ‘마음 심’을 닮았다고 해서 지심도(只心島)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전체 면적의 70% 이상이 국내에서 원시 상태가 가장 잘 유지돼 온 동백 숲이라 ‘동백섬’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전체 면적이 33만 8,235㎡로 1시간 30분가량이면 둘러볼 수 있다.

지심도는 1936년 일본군이 섬 주민을 강제 이주시킨 뒤 병참기지로 사용하다 해방 후 소유권이 국방부로 넘어갔다. 이후 국회 청원 등 거제 시민들의 반환 노력으로 2017년 3월 거제시가 120억 원(땅값 등)을 들여 섬을 사들이면서 국방부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당시 거제시는 지심도를 자연과 생태, 역사가 어우러진 명품 테마 관광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었다.

하지만 지심도가 개발 행위가 제한되는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에 있는 데다, 주민 이주 문제로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거제시는 지심도를 재정사업과 민간투자방식으로 관광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는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개발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심도에는 15가구에 23세대 38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대부분 관광객을 상대로 민박 · 식당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주민들은 1968년 국방부가 섬 전체를 강제 수용하면서 토지 사용료를 지불해 왔으며, 집단 이주 시 거제시가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은 건물 보상가(감정가격) 정도다. 보상금으로 다른 지역에 이주해 생계를 잇기엔 부족할 수밖에 없다.

보도에 따르면 주민이 이주를 거부하자 거제시는 현행법에 어긋나는 각종 불법 시설물과 위법 행위는 관계 기관에 고발하고 주민 생계와 직결되는 관광객 출입도 막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단전과 여객선(도선) 운항 중단까지 언급하며 강경 대응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실정법을 어긴 것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한다. 그런데 거제시는 이를 알고 있으면서 그동안 묵인해 오다 새삼 문제 삼는 것은 개발 사업을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며 항변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거제시는 이런 상황인데도 지난달 29일 환경과, 건축과, 산림녹지과 등 단속 권한을 가진 7개 과 공무원 22명을 지심도에 보내 각종 불법 행위를 점검하고 관계 법령을 검토해 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에 주민들은 “지심도가 국방부 소유이던 시절에는 단 한 번도 단속하지 않았다”면서 “최근 지심도 논란으로 거제시를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행정력을 동원해 주민을 겁박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국내 유인도 주민들로 구성된 전국섬주민협의회도 지난달 31일 지심도를 찾아 성명을 발표하고 “섬 개발을 중단하고 섬 주민들이 그대로 섬에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사)섬연구소 강제윤 소장은 부산일보 보도에서 “속전속결로 청원 하루 만에 조사관이 배정됐다. 국가기관이 보기에도 거제시가 말도 안 되는 행정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권익위가)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 조처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강 소장은 지난달 1일 낸 성명을 통해 “거제시는 지심도 주민 강제 이주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지심도에서 섬 주민들이 추방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이 같이 촉구했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섬연구소는 “거제시가 관광개발을 목적으로 지심도 주민들을 강제 이주 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지심도 선착장에는 파도를 막아줄 방파제가 없어서 입출항시 위험하기 그지없는데, 정부에서는 도서개발 사업비 120억 원으로 방파제를 만들어 주려 했지만 최근 거제시가 ‘석연찮은 이유’로 사업비를 반납해 버렸다고 주장했다.

군사 독재 정권도 섬 주민들을 강제로 쫓아내진 않았다

섬연구소는 “지심도 주민들은 일제 강점기에 이미 섬에서 쫓겨 난 아픈 역사가 있다”며 “이번에 다시 주민들을 강제로 쫓아낸다면 거제시가 일제와 다른 점이 무엇이겠느냐”고 했다.

이어 “과거 군사 독재 정권도 섬 주민들을 강제로 쫓아내지 않았었다”며 “거제시가, 관광 산업이 군사 독재보다 더 무서울 줄 주민들은 상상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 보도는 “주민들의 소망은 거창하지 않다. 원래대로 섬에 남아 살기를 원한다. 식당 영업을 양성화 해 살길을 찾아주길 바란다”며 섬연구소의 말을 전했다. 거제시가 국립공원지역이라 식당 영업 양성화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자 섬연구소는 “국립공원 내 식당 영업의 양성화는 가능하다”며 “국립공원 구역 ‘마을 지구 지정’을 얻으면 된다”고 했다. 이어 “국립공원 내 마을 지구 지정은 국립공원에서 해제 되지 않고도 주민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부에서 만든 좋은 제도”라며 “마을지구로 지정 되면 주택의 증개축은 물론 신축도 가능하게 된다. 당연히 합법적인 식당영업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섬연구소는 “섬 주민들을 쫓아내고 하는 개발이 가장 나쁜 섬 개발이다”며 “섬 주민들과 공존하는 섬 개발이 돼야 한다. 지심도 주민들도 함께하는 상생의 개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한편 거제시는 이 보도에서 “현재 ‘지심도 개발·운영계획 수립 및 공원계획(변경) 연구용역’ 중에 있다”며 “용역 결과를 가지고 주민들과 협의하고, 거제시민 모두에게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수‧단전 주장에 대해서는 “담당부서에서 상호 합의를 통한 주민들의 이주를 협의하였으나 주민들은 불응하였다”며 “담당부서에서는 단전‧단수 등 행정대집행을 계획하거나 주민에게 통보한 사실은 없다”고 전했다.

‘선착장 방파제 사업비 120억 반납’ 주장에 대해, 거제시는 “제4차 도서종합개발계획상 지심도 방파제 신설을 위한 설계용역사의 경제성 문제 제기로 관련 전문가(교수) 자문과 내부검토 등을 통해 최종 검토한 결과, 해당 사업의 경제성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고 했다.

민박‧음식점 합법화 주장에 대해서는 “국립공원 타당성 조사기준에 의하면, 5호 이상에 대해서는 마을지구로 지정 가능하며, 마을지구에서는 1종 2종 근린생활과 민박영업이 가능하나 반드시 현 불법건물의 양성화와 점유 토지 불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자연공원법에 따라 자연공원에 있는 국‧공유지는 처분 할 수 없다”며 “공유재산및물품관리법에 의하면 2000㎡이상의 토지 매각시 의회 의결을 득하여야 하고, 아울러 현재 지심도 내 모든 도로(탐방로)에 대해서 분할측량과 지목 변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거제시와 주민들이 이주 문제로 수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주민들은 이주를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해방 이후부터 정착해 살고 있는데 행정대집행 운운하면서 이주를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 주민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의하면 거제시 관계자는 “지심도는 애초 거제시민 모두에게 돌려주는 데 목적이 있다”며 “내달쯤 관련 용역 결과가 나오면 거제시민, 지심도 주민 등이 참여하는 토론회 등을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전병열 jb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