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부작테마공원을 가다
야생초를 끌어안은 현무암, 석부작
돌과 야생초가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석부작. 야생초는 오랜 세월 돌 속으로 스미고 또 스며 마침내 뿌리를 내리고 돌은 야생초에게 자리를 내어준 만큼 그에게 길들여진다. 둘은 서로의 몸을 섞어 완전한 하나가 된다.
석부작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 취미로 석부작을 만들고 가꾸는 사람들이 차츰 늘어가고 있다. 개인 정원(책상 위나 거실 베란다 같은)에 한두 점만 놓아두어도 정원 분위기가 독특해지면서 정원의 주인은 왠지 분재 전문가일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제주에는 석부작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테마공원이 있다. 한두 점 작품으로도 충분히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의 석부작이 3만m²(9천여 평) 대지를 메우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졌다고는 사실 믿기 힘들다. 기상천외한 장관을 아무렇지도 않게 뚝딱 만들어내길 좋아하는 자연이 이번에도 역시 뚝딱 마술을 부리고 모른 체하고 있는 것만 같다. 석부작테마공원은 그토록 장관이다.
석부작 4만여 점 전시, 잊지 못 할 장관
현무암은 제주가 화산섬임을 알리는 잔해들이다. 제주를 찾은 외국 관광객들은 이 현무암을 두고 하나같이 ‘몹시 인상적이었다’고 평한다. 거칠고 강인한, 그래서 야생적인 매력을 풍기는 현무암과 그 현무암으로 뒤덮인 제주가 필경 강렬한 인상을 풍겼으리라.
‘석부작테마공원’(석부작박물관, 관장 민명원)에는 총 4만여 점의 석부작이 전시되어 있다. 야외 전시실에는 태생의 기억을 제 몸에 그대로 새긴 채 살아온 석부작 3만여 점이 현란한 자태를 드러낸다. 야외전시장 오른편 전시실에는 음지·반음지 식물 석부작 1만여 점이 전시돼 있다. 또한 20여 종의 난과 복수초, 돌단풍, 애인초 등 500여 종의 야생초들이 현무암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난의 지조와 들꽃의 소박함, 풋풋함이 현무암의 강인함과 어우러져 보는 이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관람이 끝나면 체험학습장에서 직접 석부작을 만들어 볼 수도 있는데, 작품을 만들다 보면 누구나 예술가의 마음이 되고 공원에 서 있는 석부작 하나도 예사로 보이지 않게 된다.
석부작은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변화무쌍해진다. 이곳의 석부작은 모두가 전문가의 손에 의해 창조된 값진 예술품들이다.
석부작 한 점이 탄생되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식물과 돌이 하나가 되려면 5~10년의 세월이 흘러야 하며 초기에는 최소 2년 정도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이 돌보고 키워야 한다. 4만여 점의 석부작이 탄생해 공원을 메우기까지 얼마나 많은 물적·인적 자원과 땀이 필요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패랭이꽃 만발한 야생초 군락지
석부작테마공원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것은 야생초단지다. 순수 토종의 야생초와 야생화가 자라고 있어 식물학적으로도 의미가 큰 곳으로, 민명원 관장이 “우리나라 야생초의 아름다움을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고자” 조성했다. 민 관장은 “봄에 오면 야생초가 만발해 환상적이다. 인간사가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어울려 조화를 이루듯 정원도 하찮은 야생초까지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야생초가 계절에 따라 가지가지 꽃을 피우는 걸 보면 얼마나 보기가 좋은지 모른다”며 야생초단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민 관장의 말처럼 군락을 이룬 패랭이꽃, 구절초 등을 보면 그 아름다움에 잠시 넋이 나간다. 주위에 자리한 석부작들과 어우러지면 영화 같은 장면이 연출된다.
석부작테마공원 조성,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나이
민명원 관장은 사실 국내에 펜션을 보급한 주인공이다.
제주를 찾은 신혼부부들은 예나 지금이나 숙소 구하기가 쉽지 않다. 성수기 때는 특히 더 심한데, 민 관장은 숙소 때문에 애를 먹는 신혼부부들을 수용하기 위해 자신의 텃밭에다 당시로서는 새로운 숙박문화인 펜션을 탄생시켰다. 이것이 현재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펜션인 ‘귤림성’이다.
또한 귤림성을 운영하며 ‘pensionhouse.com’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예약을 받는 신선하고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면서 관련업 종사자들로부터 인터넷 예매에 대한 끊임없는 문의가 들어왔고, 결국 민 관장과 귤림성은 방송 3사를 통해 전국에 알려졌다. 그리고 2002년 산자부에 의해 신지식인으로 선정되면서 전국 각처에서 사례발표 요청을 받았다. 그런 와중에 펜션하우스가 전국적으로 유행하며 여기저기에 세워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 민 관장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 것은 현무암에 대한 새로운 발견에서 비롯된다. “현무암이야말로 제주의 상징이고 얼굴이며 관광자원이자 보물”이라는 생각이 든 순간 “석부작박물관을 만들어 제주의 매력을 만방에 보여주고 싶어진 것”이었다. 석부작테마공원은 바로 그 순간 잉태되었다.
처음 약 1만m²(3500평)로 시작한 공원이 현재 3만m²(9100평)에 이르렀지만 그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박물관 허가가 나오지 않아 2년이나 고생을 했고 사업이 어려울 때는 잠도 제대로 못 자며 애를 태웠다. 민 관장은 그래도 열심히 매달렸단다. 그는 ‘이것 아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일에 몰두하는 스타일. 그 저돌적인 스타일이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불과 10년 사이에. 민 관장이 일궈놓은 것은 보통 사람들이 볼 때는 찬탄이 절로 나오는 일들이다. 그럼에도 그 주인공이 매일 아침 하는 일은 귤림성 투숙객들에게 식사를 서빙하며 불편한 점을 묻고 고객의 답변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작은 것 하나도 소홀이하지 않으려는 그의 마음가짐이 그가 이룩해낸 거대한 공원보다 더 위대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쩐 이유인지.
민 관장은 그간 2003년 한국지역가꾸기 중앙회 회장, 2005년 JIBS 시청자 위원회 위원, 2006년 제민일보 자문위원, 서귀포시 관광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지역사회에 이바지해왔다. 이제 그는 사회활동보다 석부작박물관을 통해 제주 관광의 매력을 만천하에 알릴 계획이란다.
귤림성 문의 064-739-3331 홈페이지방문 www.gyulimsung.com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일주동로 8941 (호근동 569-2)
석부작테마공원(박물관) 문의 064-739-5588 홈페이지방문 www.seokbujak.com
표진수 팀장 pjs@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