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NO JAPAN, 일본불매운동 관광에 직격탄을 날리다

[이슈추적] NO JAPAN, 일본불매운동 관광에 직격탄을 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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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품 안사요

지난 7월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제조에 쓰이는 세 가지 핵심 부품의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한국은 이들 품목의 수출 우대국가 목록에서 제외되며 7월4일부터 계약할 때마다 최장 90일이 걸리는 심사를 받게 됐다. 이에 대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규제 사유로 안보를 들며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에 정합하므로 자유무역과는 관계없다”며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한국 대법원의 일본 기업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를 둔 ‘보복 조치’라는 시선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후 한국 사회는 공분에 휩싸였다. SNS를 중심으로 일본 제품을 불매한다는 선언이 이어졌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이 일본산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소비자권익포럼과 C&I소비자연구소가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나흘간 실시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소비자참여와 인식조사’에 따르면, 일본산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응답자는 약 71.7%로, 현재 불참중이나 향후 참여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응답자는 14.8%에 달했다.

불매운동 중인 일본 제품으로는 식품(88.3%), 의류(86.5%), 생활용품(82.6%), 여행상품(73.9%) 등의 순이었다. 불매운동을 참여하게 된 계기로는 일본의 행태에 분노해서라는 응답이 89.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제품의 원산지를 알아보고 구입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48.6%가 ‘정확하게 구분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41.6%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3.2%는 일본 제품의 대체품을 찾아본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여행 안가요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여파는 관광으로 이어졌다. 한국 관광객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일본 안 가기’ 움직임이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정부관광국(JNTO)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중 한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율은 24.2%로, 26.9% 중국에 이어 두 번째, 방일 관광객 4명에 1명꼴이다.

아베 총리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에 방일 관광객을 4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잡고, 이를 위해 비자 발급 요건 완화, 외국인 관광객 소비세 면제 등의 정책을 시행해왔다. 그 결과 2011년 621만 명 수준이었던 방일 관광객은 7년 만인 2018년에는 5배에 달하는 3119만 명을 달성하게 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에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에 따르면 2018년 방일 외국인 관광객 소비규모는 4.5조 엔으로, 이는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12.3조 엔)에 이어 두 번째로 크며, 전자부품(4.2조 엔)과 비슷하다. 관광 전문가들은 “일본으로의 현금 유입이 용이한 관광에서 불매 움직임이 규모가 커지고 장기화 되면, 관광객 유치 정책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항공사·여행사 등 관련 업계에서는 불황을 체감하고 있다.

7월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무안~오이타 노선과 부산~오이타 노선을, 대구~구마모토와 부산~사가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다. 국적기인 대한항공도 부산~삿포로 노선을 없애기로 했다. 진에어가 인천~후쿠오카 노선을 매일 4회에서 3회로 줄이는 등 노선을 없애지는 않더라도 운항편이 줄어드는 지역도 여러 곳이다.

향후 한일관계 악화에 따라 일본 방문객이 줄 경우 추가적인 노선 조정이 있을 수도 있으며, 이미 중국이나 동남아 등 일본을 대체할 노선 증편이 검토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를 보면, 일본 불매운동 이전인 6월 하반기(16~30일, 53만9660명)보다 7월 상반기(1~15일, 50만1122명)의 일본 여객 수는 7.1% 줄었고, 6월 하반기와 7월 하반기(16~30일, 46만7249명)를 비교하면 감소폭은 13.4%로 커졌다. 사태의 장기화가 예상되므로, 모든 항공사들이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행사는 타격이 더 크다. 하나투어의 7월 4째주(22~26일) 일본 여행을 예약하는 일평균 인원수는 평소(1200명)에 비해 70%가량 줄어든 400명 수준이다. 모두투어의 이달 1~18일 신규예약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커머스와 여행사에서 일본 여행을 예약 취소하는 건수도 불매운동 초기보다 늘어나고 있는 수준이다.

이번 여름휴가지로 일본여행을 계획했다가 변경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12.4%였고, 고려중인 응답자도 13.6%로 나타났다.

일본 소도시 관광경기 침체

일본여행 불매운동 열기가 지속·확산되자 일본 관광업계도 당혹스러운 눈치다. 한국 여행객들로 활기를 찾았던 일본 소도시 지역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부산과 오사카를 오가는 크루즈의 승객도 평소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부산항과 후쿠오카, 쓰시마를 오가는 여객선을 운항하는 JR규슈는 움직임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아사히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지역은 유명 온천이 몰려있는 오이타(大分)현으로, 평소 숙박객 68%가 한국인일 정도로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여행지다. 하지만 이번 불매운동 사태로 인해 오이타현 소재 호텔과 전통 료칸(旅館) 3곳에서만 무려 1100명분의 예약 취소가 발생했다.

한국인 관광객의 급감은 지역 상점가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대형쇼핑센터와 백화점이 몰려있어 도심 쇼핑 관광으로 인기가 높은 후쿠오카의 대표적인 다이마루 백화점 덴진(天神) 지점의 17~23일 한국인 쇼핑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 급감했다.

한국인은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를 주로 찾는 중국인 등 다른 해외여행객 비해, 일본의 소도시까지 즐겨 찾아 소비성향이 높은 관광을 하는 편이라, 한국 관광객 감소로 느끼는 체감 불경기는 일본의 소도시에서 더욱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지역 경제의 관광산업 의존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관광산업 종사자는 9.59%를 차지한다. 한국의 관광산업 종사자가 2.2%인데 비해 높은 편이다. 정치적으로 보수층이 강세인 지방을 비롯 전국 곳곳의 지자체장들이 “한국 관광객 감소로 지역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공개적으로 호소하고 있을 정도다.

일본여행을 자제하자는 움직임으로 인해 한동안 침체되었던 국내여행은 다시 활성화 되는 분위기다. 제주도만해도 예약률이 131% 증가했고, 국내 숙소를 중개하는 플랫폼인 야놀자, 여기어때에서 국내 숙소를 예약한 비율은 40~50% 늘었다. 특히 고급호텔과 풀빌라 등을 찾는 이용자는 같은 기간 약 75% 급증했다.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내수에 도움이 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람의 SNS에 테러를 가하거나,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을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등 혐오행위로 비춰질 수도 있는 행동은 성숙한 불매운동의 본질을 흐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시발점이 된 일본의 경제보복은 복잡한 문제다. 다수의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하면 일본의 경제보복은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왔으며, 한국의 일본불매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상황을 변수로 예상해 대비해왔을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의 자발적인 불매운동은 한국 국민이 화가 나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행위이며, 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의 외교적 협상 카드가 될 수도 있다. 일본은 한국을 국가 안보를 이유로 들며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정의 내리려고 하고 있다. 평화적이고 성숙했던 촛불집회처럼, 실리를 추구하면서 굳건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불매운동을 해야할 때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