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주로 서울에서만 머물렀다는 것이 최근 조사에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의하면, 외국인 관광객들은 주로 서울 소재의 호텔에 머물면서 쇼핑과 식도락 관광을 즐겼으며, 1인당 평균 160만 원 가량을 지출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모두 1,500여 만 명으로, 2017년 사드여파로 중국 관광객이 크게 줄었는데도 15% 가량이 증가한 추세였다. 한국을 재방문한 경우도 전체의 절반을 넘는 57.8%에 달하며, 평균 체류기간도 7.2일 가량이었다.
지방 방문 비율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응답자의 80%가량은 서울에만 머물렀다. 특히 관광객들의 전반적이 만족도가 전년도에 비해 소폭 감소했는데, 언어소통이나 관광안내서비스, 대중교통 분야에서 비영어권과 동남아권 관광객들을 중심으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에만 주로 머무는 것은 세계적인 여행 트렌드가 ‘자유여행’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깃발을 든 가이드를 따라 무리지어 다니는 패키지, 단체 여행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없었을 때의 이야기다. 지금은 지도 및 통역 스마트폰 앱이 보편화되었고, ‘익스피디아’나 ‘아고다’ 같은 여행 전문 예약 사이트들이 등장해 예약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보를 접하는 루트가 다양해졌다. SNS 해시태그 검색 하나로 여행지의 맛집과 특별한 체험을 쉽게 검색해 자유롭게 여행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 여행객들은 여행이 끝나고 나서도 다른 사람들과 여행 후기를 공유하며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런 후기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은 ‘접근성’이다. 목적지까지 손쉽게 가는 방법, 주문하는 방법, 지금 핫(hot)한 곳 등 쉽게 여행할 수 있는 각종 팁이 넘쳐난다.
관광객들이 서울에 주로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통편 이용에 대한 다국어 안내 접근성이 좋고, 대중교통이 잘 갖추어져 있는 곳이 바로 서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국내여행을 떠날 때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지는 않는다.
국민여행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국내여행 시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자가용’이었다. 무려 73%에 달하는 사람들이 국내 여행을 할 때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갑작스럽게 여행 일정이 변경되어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승용차 이용의 주된 이유로 손꼽혔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비율은 버스 14.5%, 지하철 3.7%, 철도 3.1%를 차지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유는 ‘장시간 운전에서 오는 피로감’, ‘주차 걱정’을 덜 수 있다는 것으로, 자가용 운전의 단점이 대중교통을 선택하는 이유가 되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대중교통으로는 여행 목적지까지 원활하게 갈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노선이나 운행이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특히 광역시나 국내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 소도시의 경우, 자가용 없이 여행하는 것이 상당히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지방 관광을 활성화 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대중교통을 연계한 관광정책은 거의 전문한 실정이다. 2019년 업무계획 발표에서도 교통 관련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며, 시·도 관광국장회의나 관광실무협의체 운영 등의 계획안뿐이다. 실질적인 교통정책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의 노선과 배차가 더 늘어나길 원하지만, 단순히 늘리기만 하는 것은 대중교통을 이용한 편안한 여행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인기가 있는 관광지들은 거리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히 국민 관광지라고 불리는 경주의 불국사와 첨성대는 그 거리가 15km에 달한다. 자가용으로 30분, 대중교통으로는 그 두 배가 넘는 1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다행히도 불국사와 첨성대를 오가는 버스는 노선도 많고 배차간격도 20분 정도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내여행을 휴일을 이용하는 등 짧은 일정으로 잡는 것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첨성대와 카페가 많은 황리단길 등에 머물 뿐 불국사까지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번에 1시간 이상의 이동시간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결국 노선을 늘리는 것이 아닌, 중간 기점 역할을 하는 새로운 관광 지점을 개발하고, 새로운 관광 아이템이 지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역 경제 활성화 지표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외국인 관광객 대상의 관광 역시, 외국인 관광객의 분류를 좀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권의 외국인 관광객은 쇼핑을 더 선호하지만, 유럽이나 미주권은 역사나 문화재, 전통음식 등에 더 큰 흥미를 가지고 있다. 국제공항에서 곧바로 지방 관광지와 이어질 수 있는 대중교통 체계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열차, 버스, 공유자동차, 공유자전거 등에 대해 외국어 서비스를 더 원활히 지원, 결제도 간편하게 마련한다면, 이들이 지방을 더 편하고 쉽게 방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이동과정이 단순한 이동이 아닌 관광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차 대국으로 불리는 일본의 관광열차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고, 그 특색도 각양각색이다. 국영 철도회사가 JR로 민영화 되면서 철도회사는 수익을 내기 위해 기존 열차와 차별화 된 관광열차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바닷가를 달리는 노선에서는 차창에서 바다가 잘 보이도록 좌석을 비스듬하게 위치시켰고, 온천휴양지를 향하는 노선은 열차 내부 인테리어를 고급 리조트처럼 꾸몄다. 과거에는 활발했으나 현재는 일반 이용객이 줄어 관광화 된 노선은 중간에 간이역에 정차해, 열차가 정차하는 시간에 맞춰 역 근처의 지역 주민들이 토산품을 파는 마켓을 열어, 관광객들이 손쉽게 토산품을 쇼핑할 수 있도록 하거나, 지역 공방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 함께 포함되어 있기도 했다. 기차 한 량이 고급 레스토랑이 되어, 기차에서 잊을 수 없는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경우는 흔할 지경이다.
지금까지의 여행은 자가용이 대세지만, 자가용으로 이동할 때의 불편함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차량 정체로 인한 피로함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고, 유명 관광지에서 주차가 어려운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유류비나 도로비도 부담스럽고, 혼자나 단 둘이서 여행한다면 이동에 드는 비용은 자가용이 대중교통에 비해 훨씬 크다.
삶의 유희와 여가를 여행에서 찾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대중교통 활성화는 여행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기능을 넘어, 관광 만족도를 높이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핵심 키워드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