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미미(美味)를 찾아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시원한 후쿠오카와 날씨가 갠 후에는 생동감 넘치는 따스한 후쿠오카를 만났다.
후쿠오카는 도심과 공항이 가깝고 버스로 쉽게 둘러볼 수 있어 짧은 시간으로도 충분한 여행이 가능한 도시다. 후쿠오카 타워와 텐진 지하상가 쇼핑센터, 일본 포장마차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나카스 강변이 주요 관광지다.
하카타 키네야, 비 오는 날에는 우동
공항에서 도심으로 들어서자 여행의 첫 끼를 무엇으로 먹을지 이야기가 오갔다. 무거운 짐을 맡겨 두고 하카타 버스터미널 8층 푸드코트를 구경했다. 카레, 오코노미야키, 스시, 생선구이 정식 등 다양한 먹거리가 있었다. 한 번 둘러보고는 우동을 먹기로 결정했다.
‘키네야’는 수타 우동 전문점으로 여러 종류의 우동과 덮밥 등을 파는 맛집이었다. 점심시간이라 줄이 길어 이름을 적어두고 바깥에 설치된 쇼윈도를 보며 메뉴를 골랐다. 필자는 우동 정식을, 친구들은 소고기 우동을 주문했다.
우동 정식은 우동과 소고기 덮밥, 소고기 우동은 우동에 소고기 토핑이 더해진 메뉴다. 겉보기에는 우리나라에서 먹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한 입 맛을 보니 진한 육수와 탱글탱글한 우동이 잘 어우러졌다. 소고기 덮밥은 정식 메뉴라 일반 밥그릇 크기로 쌀밥 위에 불고기와 계란을 올렸다. 우리가 잘 아는 맛이라 계속해서 손이 갔다. 소고기 우동은 깊이 우려낸 맛이다. 담백하고 밥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정식 세트를, 많은 고기와 기름진 우동을 먹고 싶은 사람들을 소고기 우동을 추천한다.
텐진 라쿠텐치, 저녁에는 뜨끈한 곱창전골
밤이 되기 전까지 내내 비가 온 터라 뜨끈한 국물과 기름진 음식을 먹고 싶어 모츠나베(곱창전골)를 먹으러 갔다. 모츠나베는 일본식 곱창전골로 특히 후쿠오카에서 꼭 먹어보아야 할 음식이다. 일본인들도 후쿠오카 관광을 할 때 꼭 모츠나베를 먹는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라쿠텐치’라는 식당으로 향했다. 이 식당은 식신로O라는 프로그램에 방영될 만큼 유명한 음식점이며, ‘모츠나베’만 파는 단일 메뉴 식당이다.
이 음식은 곱창 위에 부추를 산처럼 쌓아서 먹는 전골류로 단품이나 만족 코스(두부, 반찬 1가지, 짬뽕면) 등으로 맛볼 수 있다. 후쿠오카의 맛을 제대로 알고 싶어 만족 코스로 주문을 했다. 냄비 째로 서빙이 되는데 육수가 끓고 부추가 숨이 죽을 때 식사를 시작하면 된다. 곱창과 부추를 같이 먹으면 곱창의 기름진 맛을 부추가 잡아주며 국물도 한 숟갈 맛을 보면 진한 육수가 얼큰하다. 이때 두부를 가져다준다. 두부는 부드럽고 순해서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건더기를 거의 다 먹고 나서 벨을 눌러 점원에게 짬뽕면을 달라고 하면 육수와 함께 냄비에 넣어준다. 짬뽕면은 무한 리필이라 부족하다면 더 시켜도 된다.
텐진 하마카츠, 부드럽고 촉촉한 돈까스
2일째, 텐진 주변 구경을 한 후 주린 배를 붙잡고 텐진역 지하상가에 있는 ‘하마카츠’라는 돈까스 전문점으로 갔다. 점심시간이라 30분 정도 기다린 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일본어로 돼있는 메뉴판만 있어 영어나 한국어 메뉴판을 요청했다. 하지만 영어로 된 메뉴판은 몇 가지 종류가 없었으며 다소 비싼 메뉴들만 있어 일본어 메뉴판으로 사진을 보며 골랐다. 고심 끝에 고른 메뉴는 돈까스+새우튀김 정식이다. 주문을 하면 아주 친절하게 소스와 밥 종류를 선택하라고 한다. 한국인이라 매운 소스를 추천해줬지만 기본 소스를 택했다.
돈까스, 새우튀김, 샐러드, 밥, 국이 아기자기하게 플레이팅이 된 음식이 나왔다. 돈까스를 좋아하지 않는 필자는 기대감 없이 배를 불리자는 마음으로 돈까스를 집어먹었다. 튀김과 고기는 촉촉하고 부드러웠으며 느끼하지도 않았다. 낯선 나라의 음식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샐러드는 신선했고 잡곡밥은 쫄깃했으며 미소된장국은 다소 짜긴 했지만 술술 잘 들어가는 맛이었다. 또한, 새우튀김도 평소에 먹던 기름에 찌든 맛이 아닌 담백하고 부드러워 남기지 않고 모조리 다 먹을 수 있었다. 텐진 하마카츠는 돈까스 넘버원이다. 밥, 국, 샐러드는 무한리필이라 배부른 식사를 할 수 있다.
텐진 신신라멘, 현지인 라멘 맛집
마지막 날 저녁, 후쿠오카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가 추천한 ‘신신라멘’으로 갔다. 밤 11시 정도에 갔으나 웨이팅 줄이 엄청 길었으며 현지인들이 많았다. 친구 말로는 현지인 맛집이라고 한다. 30분 정도를 기다려 라멘 가게로 들어설 수 있었다. 식당의 벽면은 연예인들의 사인으로 가득 차있었다. 식당 제일 안쪽에는 가수 동방신기 포스터가 2장 크게 걸려있었으며 배우 박보검도 들른 맛집이었다.
일단 한국어로 된 메뉴가 있어서 좋았다. 한국어 메뉴 표기에 따르자면 맛계란 라면, 수육 라면, 만두, 돼지구이 밥을 시켰다. 번역기를 돌렸는지 어떤 재료를 이용한 요리인지 단번에 알 수 있는 이름이다.
만두, 라면, 돼지구이 밥 순으로 서빙이 됐다. 만두는 겉은 바삭한데 안은 부드럽고 육즙이 가득했다. 필자는 계란 라면을 먹었는데 국물이 아주 진해서 테이블에 놓여 있는 간 마늘을 좀 넣었더니 깔끔하고 칼칼했다. 계란도 노른자가 촉촉해 담백했다. 수육 라면은 계란 라면보다 더 기름진 맛인데 느끼한 음식을 즐긴다면 수육 라면을 먹어 보자. 돼지구이 밥은 쌀밥 위에 고기볶음이 올라갔는데 싱겁지 않고 간이 적당해 맛있었다.
편의점, 길거리 음식
일본은 편의점 음식이 유명하다. 편의점 음식 중 참치 삼각김밥이 제일 맛있었는데 짭조름하고 참치 양이 많아서 좋았다. 유명한 복숭아 물인 이로하스는 정말 복숭아 즙을 짜낸 마냥 상큼했다. 또 일본에서 유명한 찹쌀떡인 치즈 찹쌀떡(모찌)이 있었는데 부드럽고 달달했다. 차(Tea) 종류의 음료가 많아서 맛을 봤는데 향이 진하고 깊어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셔봐야 할 것 같다.
또한, 길거리를 걸어 다니며 자판기를 많이 봤다. 어렸을 적 추억을 자극하는 ‘명탐정 코난 음료수’를 발견했는데 캔마다 다른 주인공 그림이어서 뽑아먹는 재미가 있었다. 맛은 우리가 잘 아는 소다맛이다. 그리고 탄산 젤리 음료도 마셨는데 엄청나게 시원하고 부들부들해서 또 먹고 싶은 맛이다.
“일본은 먹을거리가 넘치는 나라다. 요즘 여행 트렌드인 ‘맛집 여행’에 아주 적합하다. 하지만 길거리를 걸으며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가 자주 보여 한편으로는 마음이 씁쓸했다. 전 세계적으로 평화를 외치고 있는 이 시점에 전쟁을 일으킨 나라로서 전범기를 당당하게 내걸고 있다는 것은 일본의 국가적인 차원에서 진중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전세리 기자 jsr@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