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성큼 다가왔다. 이번 설에는 ‘장인·장모’, ‘시어머니·시아버지’라는 호칭을 처가와 시가 구분 없이 ‘어머님’, ‘아버님’으로, ‘집사람’, ‘안사람’처럼 왜곡된 성역할에서 비롯된 호칭도 이제는 ‘배우자’로 고쳐 써보자.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2019년 기해년(己亥年) 설 명절을 맞아 명절에 흔히 겪는 개선해야 할 성차별 언어·호칭 7건과 쓰지 말아야 할 속담 및 관용표현 TOP7을 담아 「서울시 성평등 생활사전_설특집」을 발표했다.
아울러 이번 설 연휴 동안 가족들이 사다리 게임으로 집안일을 나누는 모습을 인증하면 5천 원 상당의 기프티콘을 증정(50명 추첨)하는 ‘집안일 나누기’ 캠페인도 진행한다. 작년 추석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발표한 「성평등 생활사전_추석특집」편에서 남녀가 뽑은 명절 성차별 1위는 ‘여성만 하는 가사노동(전체 의견의 53.5%)’이었다.
포털사이트에 사다리 게임을 검색하거나 앱을 설치한 후 참여자와 집안일을 입력, 게임 시작 버튼을 누르면 집안일을 랜덤으로 나눌 수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channel/UCLSyz6xRgwFnrnlyTj9Daqw)에서 재단이 제작한 ‘명절 집안일 나누기 사다리게임’ 영상을 참고하면 된다. 종이 등에 직접 손으로 그려 인증해도 된다.
직접 사다리 게임에 참여한 후 명절 집안일 나누기가 완료된 화면을 캡쳐해 이메일(newsletter@seoulwomen.or.kr)로 보내면 된다.
명절에 흔히 겪는 성차별 언어 7건은 가족을 부를 때나 다른 사람에 소개할 때 주로 쓰이는 단어들이다. 지난해 시민이 직접 제안했던 성차별 언어 중 가족 호칭 등 관련 총 522건을 별도로 모아 국어·여성계 전문가 자문을 통해 선정했다. 사회적 영향력이 높아 우선 공유·확산해야 할 대표적인 단어들이다.
집사람‧안사람‧바깥사람 → 배우자 : 남성 쪽은 집 밖에서 일하고, 여성 쪽은 집 안에서 일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집사람‧안사람‧바깥사람이라는 말을 지양하고 ‘배우자’로 부르자는 주장이다.
외조‧내조 → 배우자의 지원, 도움 : 남편의 도움을 외조로, 아내의 도움을 내조로 표현하는 것을 배우자의 지원, 도움 등으로 고쳐 부르자는 의견이다.
친가‧외가→ 아버지 본가·어머니 본가 : 친할 친(親), 바깥 외(外) 자를 써 구분하는 것을 아버지 본가, 어머니 본가로 풀어 쓰자는 요구다.
장인‧장모·시아버지‧시어머니→ 어머님·아버님 : 장인, 장모, 시아버지, 시어머니 등 처가와 시가를 구분하는 호칭을 ‘어머님, 아버님’으로 통일하자는 제안이다.
주부 → 살림꾼 :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맡아 꾸려 가는 안주인, 여성을 지칭해 쓰이는 ‘주부’라는 말을 ‘살림꾼’으로 바꾸고 남성과 여성 모두 쓸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다.
미망인 → 故○○○의 배우자 : 남편과 함께 죽어야 할 것을 아직 죽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미망인’을 쓰지 말고 사망한 남편의 이름 등을 사용해 故○○○의 배우자로 풀어쓰기를 권장한다.
미혼모 → 비혼모 : ‘미혼모’라는 단어는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체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아닐 비(非)자를 써 ‘비혼모’로 순화가 필요하다.
성차별 속담 및 관용표현으로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가 1위를 차지했다. ‘남자는 돈, 여자는 얼굴’, ‘남자는 일생에서 세 번만 울어야 한다’가 그 뒤를 이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자주 사용되는 성차별 속담·관용표현의 목록을 뽑아 서울시성평등생활사전자문위원회를 통해 선정했다. 지난 추석 명절 시민이 제안 내용 중 성차별 속담이 있던 것에 착안했다.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시민들이 명절에 겪는 성차별적 언어와 행동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해 이번 설 명절부터는 실생활에 바로 적용 가능한 성평등한 명절팁을 제시하게 됐다”며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언어와 행동 대신 성평등한 언어와 행동으로 가족·친지와 함께 즐거운 설 명절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정윤 기자 hj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