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우리는 왜 굿 다운로더가 되어야 하는가

우리는 왜 굿 다운로더가 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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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수출을 앞둔 영화 <해운대>의 동영상 파일이 웹하드에 유포되면서 영화사가 막대한 피해를 입은 적이 있었다. 이 사건 이후 유명 배우들이 나서 ‘굿 다운로더 캠페인’을 벌이며 정부에 불법 다운로드 근절 대책을 촉구했고 순식간에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그러자 정부는 40억 원을 들여 편집이나 변형된 복제 영상까지 걸러내는 이른바 ‘DNA필터링‘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법 조항까지 바꿔 웹하드 업체들에게 이 방식을 적용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최근에 많은 영상물들이 SNS에 전체 영상 업로드가 가능해지면서 웹하드가 아닌 SNS상에서 퍼지는 불법 복제물 관리가 매우 힘들어졌다. 해외 SNS의 경우 영상과 사진 등의 게시물이 업로드 되는 서버가 해외에 있어 한국에서 관리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지금의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법 복제물을 근절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불법 복제물 근절, 선택이 아닌 필수

▲ 박광수 작가 SNS(사진=박광수 Twitter)

최근에 ‘해운대’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했다. 영화 ‘미쓰백’(2018, 감독 이지원) 제작사인 ‘영화사 배’는 지난 11월 영화의 VOD판이 공개되자 우후죽순으로 퍼진 불법 복제물 유통에 대해 강경하게 법정 대응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작사의 발표 이후 ‘광수생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을 전하던 만화가 박광수 씨가 영화 ‘미쓰백’을 불법 다운로드해 본 뒤 불법 다운로드 했다는 사실을 자신의 SNS에 게시해 뭇 사람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에 그는 SNS에 사과문과 함께 ‘미쓰백’의 VOD 구입 내역을 첨부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저작재산권을 가지고 있는 작가마저 정품콘텐츠의 가격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모습이 한탄스럽다는 것이다.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2017년 실시한 불법 복제물 유통실태조사에 따르면, 분야별 비중은 영화가 21.4%, 방송이 19.6%, 음악이 19.6%, 게임이 8.2%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35,154명의 고용 손실이 발생했으며, 3조 9,721억 원의 생산 감소와 1조 7,242억 원의 부가가치 감소라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또한 이 같은 손실은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발전도 저해시킨다는 큰 위험이 있다. 불법 복제물을 이용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는 51.1%가 비용문제, 27.5%가 불법 복제물이 많아져서, 20.1%가 이용 가능한 경로가 많아서라고 답하며 비용문제가 가장 큰 이유로 나타났다. 우리가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지불하는 금액에는 3%의 영화발전기금이 포함돼 있다. 영화발전기금은 2007년 영화진흥위원회의 극장부가금 재원으로 영화진흥위원회의 관리 아래 영화제작, 유통, 해외 진출 등 영화진흥사업 및 다양한 사업에 주요 재원으로 사용된다. 영화제작지원에서는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영화제작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제작 환경을 조성하고 국제공동제작을 통한 해외 자본과 시장이 공유될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산업 유통지원에서는 영화의 온·오프라인 유통과 배급지원으로 다양한 영화의 선순환 구조 정착에 기여하고, 국민의 다양한 영화문화 향유의 기회와 한국영화 해외진출 지원을 통한 해외시장 확대 및 수익률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국제·국내 영화제 육성, 영화정보시스템운영, 영화향유권 강화, 남양주종합촬영소 운영, 인적자원육성관리 등을 지원하고 있다.

불법 복제물을 근절하기 위해서

▲ 굿 다운로더 캠페인(사진=굿 다운로더 캠페인 본부)

인천삼산경찰서 부흥지구대 권경모 순경은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발달하는 것을 방해하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불법 복제물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저작권 자체에 대한 교육과 저작권 보호 의식을 향상시킬 수 있는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품 콘텐츠 이용자들이 정품 콘텐츠를 선택한 이유 중에 ‘저작권 보호의식 강화’가 28.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불법 복제물을 막기 위한 기술적인 대책이 마련되더라도 복제기술들이 계속해서 발전하기 때문에 다른 복제법이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불법 복제를 불가능하게 하는 기술적인 발전과 함께 불법 복제물 이용을 지양하려는 이용자의 의식 변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또한 지적 저작물은 제136조 제1항 1호 저작권법에 의거해 보호받고 있다. 저작재산권 위반 행위는 형사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민사상 부당 이득 반환 또는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책임이 있다. 정품 콘텐츠 이용 이유 중 ‘소송 등의 법률문제 우려’가 22.8%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이처럼 콘텐츠 이용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인식시킴으로써 불법 복제물 사용 근절에 기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불법 P2P 사이트(인터넷에서 개인과 개인이 직접 연결되어 파일을 공유하는 사이트)에 대한 대책으로서 이용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정품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왓챠플레이, 넥플릭스 등과 같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화됨에 따라 이용 요금을 현실화하여 정품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

120여 년이 채 안 되는 한국영화산업은 규모나 영향력 면에서 미디어산업의 중심이며 ‘21세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한국영화산업은 산업화 과정을 통해 대규모 자본으로 다수의 영화를 효율적으로 제작하게 됐고,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통해 영화를 안정적으로 배급하여 일정한 흥행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생산-유통구조를 확립했다. 이렇게 확보된 흥행수익은 다시 영화산업에 재투자돼 영화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영화산업은 대중적 오락의 범주를 넘어 경제, 사회, 문화의 방면에서 폭넓게 영향력을 미친다. 해외시장에서 한국 문화정체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문화산업의 핵심산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한국영화산업이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관객이 그 영화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제 값을 치르는 ‘굿 다운로더’가 돼야 한다.

이한슬 기자 lhs@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