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동부·캐나다를 다녀와서-
미국 동부와 캐나다 9박 10일 패키지여행에 이어 7일간 뉴욕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호 패키지여행에 이어, 이번 호에는 뉴욕 자유여행을 기록한다.
친구 딸이 뉴욕의 파슨즈디자인 스쿨에 재학 중이다. 무엇 때문에 대한민국의 젊은이가 뉴욕까지 찾아갔을까? 공부를 위해 또는 직장을 찾아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역동적인 곳이겠지.
뉴욕항 입구에 서있는 자유의 여신상처럼 대다수 미국인들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편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자유로움 그 자체일 것이다. 돌이켜 보면 60년대 중후반 초등학교 주위에서 사탕과 껌을 나눠주던 군인들은 미국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난생 처음 가보는 미국이지만 아직도 미국은 풍요로운 나라일까? 수년전 각각으로 뉴욕을 다녀온 두 아들의 추천이 있었기에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여행을 하게 됐다.
8/11 (뉴욕 자유여행 첫째 날)
우버를 이용해 뉴저지에서 맨해튼으로 이동했다. 기사는 스쿨버스를 운전하면서 부업으로 우버기사를 한단다. 올해 44살이고 20년 전에 자메이카에서 왔으며 자녀가 6명인데 생활비가 많이 든단다. 우버기사 면허가 까다로운데 자녀수도 반영된 듯하다. 우버시스템은 저렴하고 편리하고 안전성이 뛰어나 이를 시행하는 국가가 많이 늘고 있다. 우리도 세계적 추세에 부응하고 국내를 찾는 외국인을 위해 빠른 시간 내에 도입,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텔에 도착해 짐만 맡기고 타임스퀘어로 갔다. 보디페인팅 하는 남녀가 여러 명이다. 보기 힘든 구경거리다. 신기함에 연신 셔터를 눌렀다. 타임스퀘어는 별천지. TKTS에서 연극 라이언킹 티켓(219달러 x 2 =438달러, 팁 40달러) 구입 완료. 창구 바깥에서 도우미 직원이 있어 권하는 데로 가 구매를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팁을 요구하는 힙빠리였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숙소 근처에 한국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입장권을 싸게 파는 곳이 있었다. 직접 방문해 확인해보니 1인당 160달러. 팁 준 것을 감안하면 결국 160달러 바가지를 썼다.
체크인을 위해 호텔로 갔다. 전망 좋은 방으로 달라고 했다. 신용카드를 달라고 한다. 왜냐 물어보니 신용등급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와이프 카드를 줬는데 1시간 후에 오란다. 구겐하임 미술관에 무료입장(매주 토요일 17:45~19:45)하고자 대기줄에 서 있는데 갑자기 숙소에서 660달러를 결제했다는 메시지가 왔다. 호텔을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대금지급까지 완료했는데 체크인 할 때 전망 좋은 방으로 달라고 한 것을 직원이 오해해 등급 높은 방으로 변경하기 위한 비용으로 결제한 것은 아닐까? 주말인데 잘못하면 예약한 방도 놓칠 것 같아 구겐하임미술관 관람을 포기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마침 호텔로비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 가이드의 도움으로 쉽게 해결했는데 알고 보니 장기투숙자에게 받아두는 보증금이었다.
8/12 (둘째 날) 뉴욕양키스구장과 센트럴파크 남단 The pond
뉴욕에 있을 때 양키스 구장 구경도 좋은 경험이란다. 마침 오늘 뉴욕양키스와 텍사스레인저스 경기에 추신수가 출장한다며 국내에 있을 때 큰아들이 예매해 둔 것을 보러 갔다. 도보로 5분 거리의 센트럴역에서 4번 지하철로 20분 만에 양키스구장에 도착했다. 추신수는 텍사스의 1번 타자였는데 두 번째 타석에서 포볼로 출루하더니 세 번째 타석에서는 관중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공수교대 때 심판에게 어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아무튼 동양인임에도 거액의 연봉을 받고 1번 타석을 지키는 이유는 성실함과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추신수 선수 파이팅!
점수 차이가 현격해 7회에 야구장을 나와 센트럴파크 남단에 있는 The pond(작은 호수)를 둘러봤다. 어제 구입한 Metro Card(지하철, 버스 겸용)로 42번 버스를 타고 유엔본부 건물로 이동했다. 버스는 처음 타봤는데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배려하는 시스템은 우리도 본받아야 한다. 버스기사가 직접 좌석에서 일어나 휠체어 바퀴를 고정시키는 체인을 풀어 주고 휠체어가 버스에서 내릴 수 있도록 연결판을 놓는 작업을 해줬다. 미국은 우선순위가 장애인, 어린이, 노인, 백인, 유색인종 순이란다. 장애인천국이라는 얘기를 실감했다.
8/13 (셋째 날)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이럴 때는 실내 활동이 맞을 것 같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안녕하세요’라는 한글 맵이 있어 매우 반갑고 유익했다. 한국의 위상이 올라간 덕분(또는 방문객 수)이다. 삼성의 기부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미국은 역사가 짧은 나라이다. 기부가 없다면 이 많고 넓은 박물관을 다 채우지 못할 것이다. 로버트 리만 컬렉션은 기부자 이름을 직접 명명한 방이다. 화가 르노아르와 고갱의 작품이 돋보인다. 2층 아시아 미술전시관 한편인 235호방이 ‘Arts of Korea방’이다. 중국관에 비해 작은 규모이다. 유물을 제대로 보려면 현지박물관에 가야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8/14 (넷째 날)
다운타운에 있는 아울렛 <센츄리21>로 가서 장고 끝에 의류 3점(청바지2, 티1)을 구입했다. 모자도 구입했는데 가격도 괜찮고 마음에 쏙 든다. 미국이라고 모두 비싼 건 아니었다.
오클러스 방문. pier11까지 노란택시로 이동. 이동 중 택시기사가 어디서 왔느냐고 묻기에 Korea라고 하니 서울, 평양 중 어디냐고 한다. 서울이라 하니 혹시 김정은이 보내서 온 것 아니냐며 크게 웃는다. 뉴욕에서도 북핵문제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윌리엄스버그로 가기위해 NYC Ferry 승선. 이후 도미노파크에서 사진 찍고 택시로 이동해 브루클린 덤보에 있는 뉴욕3대 피자맛집 <그리말디>에서 뉴욕피자를 먹었다(35달러). 화덕피자로 기본과 화이트 반반 주문했고, 얇은 도우에 모짜렐라 치즈가 듬뿍 있어 내 인생 최고의 피자라고 아내가 맛있게 먹었다.
8/15 (다섯째 날)
오늘은 <하이라인파크>를 걸어볼 예정이다. 북쪽에서부터 남쪽으로 출발하는데 주위가 온통 공사판이다. 건축 중이라도 시민의 안전, 환경 보호에 만전을 기하는 것 같다. 보도블럭 파손방지를 위해 발판(일명 아시바)아래 부목을 꼼꼼하게 대놓고 보행자 안전을 위해 통행로를 합판이나 강철 빔으로 막고 공사를 한다. 고가철로로 사용하던 길을 어떻게 시민의 품으로 잘 되돌릴 수 있을 것인가 고심했던 흔적이 역력하다.
첼시마켓 방문 후 소호로 이동. <소호>는 건물은 앤티크 하지만 패션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거리, 젊음과 생동감이 넘치는 거리, 아기자기한 소품, 잡화가 손님을 유혹하는 거리, 딱 그런 느낌이다. <Chobani> 디저트카페에서 코코넛과 파인애플을 곁들인 요구르트를 먹었는데 좁은 가게에 웬 손님이 그렇게 많은지 한참을 기다렸다.(7.57달러)
메디슨스퀘어파크로 이동해 아이언빌딩(일명 다리미빌딩)을 사진에 담았는데 아무래도 엽서에 나오는 앵글이 안 나온다. 공원 내에 있는 쉐이크쉑 버그 본점에서 아내가 그렇게 먹고 싶어 하던 슈룸버그(쉑버그, 슈룸버그, 쉐이크, 맥주)를 먹었는데 손님이 줄을 서는 이유를 알겠다.(32.5달러) 메이시스백화점 방문. 세계최대 백화점이라 하나 낡았고 신세계센텀 백화점보다 세련미가 떨어진다. 특히 화장실의 수가 부족하고 유럽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화장실이 거의 지하에 위치. 화장실 문화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임을 자부해도 된다.
타임스퀘어로 이동해 민스크극장에서 라이언킹을 관람했다. 만석이었으며 연극 출연자는 거의 흑인이었으나 관객은 모두 세미정장 수준 이상의 백인이었다. 뉴욕의 많은 극장수를 감안할 때 현지 중산층 이상이 관람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타임스퀘어 광장은 늦은 밤에도 불야성이다. 온갖 피부 빛을 가진 인종전시장, 인종집합장이며 인파에 떠밀려 다닌다. 이런 다양성이 미국이라는 나라의 원천임을 다시금 실감했다.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직장을 찾아, 공부하러 뉴욕을 찾는 이유를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