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수도권 외 지역 외국인 관광객 유치, 그림의 떡일까?

수도권 외 지역 외국인 관광객 유치, 그림의 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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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외 지역의 외국인 관광객 비율이 2% 이하인 데 대해 한국관광공사가 뭇매를 맞고 있다. 서울의 경우 내국인 및 외국인 관광객 비율이 모두 높은 데 비해 지방을 찾는 관광객은 현저히 적어 균형발전이 저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관광공사 실무자들이 특정업체들과 결탁해 수의계약을 하거나 서류를 조작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국 관광산업의 주춧돌이 돼야 할 한국관광공사의 사업추진방식과 실무에 어떤 문제점이 지역관광발전을 어렵게 한 걸까? 더불어 관광객의 방문을 주춤하게 만드는 지역별 현안은 무엇인지도 살펴봤다.

지역관광 불균형은 한국관광공사 탓?

지난 10월 15일 한국관광공사 국정감사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인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이 “한국관광공사가 지방관광 활성화를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에 의하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80% 정도가 서울에 집중된 반면, 지방 방문 비율은 2%대 이하라는 것.

▲2018년 2분기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 (출처=문화체육관광부 관광실태조사)

실제로 한국관광공사 국감자료에 따르면 2017년 외국인 관광객 비율 중 서울의 경우 78.8%에 달했다. 수도권에서 다소 거리가 있지만 불국사, 안압지 등 유명 관광지가 위치한 경북의 경우 2.6%였고, 인근에 김광석 거리 등 관광지가 있는 대구시는 2.5% 정도였다. 전라도는 더욱 심각했다. 광주 1.2%, 전남 0.7%, 전북 1.7% 등이었다.

이날 최 의원은 외국인 관광객 방문율의 편차에 대해 “한국관광공사는 지역관광 활성화, 해외마케팅 활동 지원, 홍보·컨설팅을 위해 지역별 10개의 국내 지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자체 기획 사업이나 지자체가 필요로 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사업비는 한 푼도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관광공사의 미온적 태도·실무자 부패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의 지역관광 활성화 노력이 부족했던 걸까? 마찬가지로 국정감사 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지난 8월 현판식을 치르고 송도에 문을 연 한국관광공사 경인지사는 직원 3명이 배정됐지만 사업예산은 ‘0원’이었다.

이는 타 지역에 있는 지사도 마찬가지다. 전국에 있는 10개 지사 모두 배정된 사업 예산이 없고 지사마다 평균 인력은 7명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지사에 근무하는 전체 직원 63명 중 절반인 31명은 제주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전충남, 대구경북, 경남 지사는 2명이 근무 중이었으며 경인, 강원, 부산울산 지사는 3명, 세종충북 4명, 전북 5명, 광주전남 8명 등의 순이었다. 지역관광 발전을 위해 지사를 설립했으나 인력배치와 예산 분배에 미온적인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가하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원심사소위원장인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10월 15일 국정감사 시 한국관광공사 실무자의 부패 실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관광공사 실무자가 특정업체들과 결탁해 쪼개기 수의계약을 하거나 서류를 조작해 부적격 업체를 보조사업자로 선정하는 등 부패를 저질러왔다는 주장이었다.

이동섭 의원 측이 한국관광공사가 제출한 ‘2016~2017년 기념품 구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개 부서에서 기념품을 분할·주문해 총 7억 2천여만 원 상당의 부당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또 전국 권역별로 특화된 관광콘텐츠를 개발하는 ‘2018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사업’의 보조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정업체 2곳의 서류 평가를 조작해 합격시킨 사실도 밝혀졌다.

기념품의 주요 소비자이자 한국관광공사의 여행 정보를 믿고 찾아올 1순위 관광객이 바로 외국인 관광객이다. 위와 같은 한국관광공사의 미온적 태도와 실무자의 부패 상황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오히려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

지자체 역시 현실적인 고민 필요

한국관광공사의 허점으로 인해 지역관광발전이 더뎌진 상황이 파악됐으나, 오로지 이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각 지역별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주로 시도하는 것이 ‘팸투어’다. 현장답사여행인 팸투어를 실시해 세계 각국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관광 상품을 개발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팸투어의 내용을 살펴보면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데 부실한 측면이 있다. 주로 한복체험, 예절체험, 공예체험, 전통공연, 한국전통음식 시식 등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떠날 때 그 나라의 의복과 예절을 체험하고 전통공연을 보는 게 주목적이 아님을 생각하면 이 같은 팸투어 프로그램이 외국인들에게 유익하게 다가갈지 미지수다.

물론 지역특수성을 살려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역도 많다. 경북 청송군은 대표 문화유산인 청송백자 체험교실을 열어 청송백자를 중심으로 한국사와 역사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독자적인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올해만 홍콩 단체관광객이 벌써 네 번 다녀갔다.

▲광명 와인동굴 (사진=광명시)

광명시는 외국인 관광객과 주한미군 가족 등 300여 명을 초대해 ‘광명동굴 와인데이’ 행사를 열었다. 일 년 내내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광명동굴의 특성을 살려 숙성한 와인과 치즈, 인근 전통시장의 먹거리를 맛보는 식도락 여행을 기획한 것이다.

또한 지역관광 활성화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공항에서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망 확충이 시급하다. 경북에서는 지역방문의 걸림돌인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에서 출발하는 버스투어 프로그램인 ‘K-트래블버스’와 ‘고토치 셔틀’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는 편리한 관광 인프라와 다른 문화권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수다. 한국관광공사는 물론 각 지자체들도 수도권 외 지역에 방문하지 않는 현실적인 이유를 고민하고 진정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프로그램과 지원 사업은 소중한 예산을 낭비하는 데서 그칠 뿐이다.

안상미 기자 as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