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人버스, 無人편의점’ 등등, 최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IT 기술의 발달로 ‘무인 경제’가 일상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에서도 노동 인력은 줄이고 무인시스템을 갖춰 편의가 넘치게 됐지만, 무인화로 인해 찾아오는 일자리 감소에 대한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인 경제란?
무인 경제는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제조, 제품, 서비스 등을 통해 경제활동이 이뤄진다. 현재 시장 규모를 하나로 파악하긴 힘들지만, 무인점포,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로봇, 스마트팩토리 등 관련 각종 산업 지표에서 무인 경제 성장세는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상승하고 있다.
무인 경제는 기본적으로 편의를 추구하는 현대 문명 발전의 연장선이다. 사람들은 보다 쉽고 편리한 서비스를 선호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수입이 창출되는 순환 구조가 형성되니 노동 환경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상승은 한국을 비롯, 전 세계적인 대세지만, 회사 입장에선 노동생산성이 기계와 같은 비율로 오르지 못한다고 판단, 이를 무인으로 대체하려다 보니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는 추세다.
제조 현장은 무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편이 직원의 노동력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고 높은 생산성을 보인다. 최저시급과 노동법 준수에 예민한 유통업에서도 무인점포로 전환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총원가 대비 인건비의 비중이 높은데, 객단가는 낮은 업종 중심으로 무인점포가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비자 성향이 변하는 것도 무인 경제 활성화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음성통화보다 문자를 선호한다’는 통신사의 사용자 통계처럼, 최근 소비자는 비대면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1인 가구가 많고 SNS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대면하는 의사소통이 오히려 불편하다고 느끼며, 이전 세대와 달리 더치페이도 일상화돼 있어 무인점포를 오히려 편하게 여긴다.
무인화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곳은 생산·제조 라인이다. 생산 공정 자동화율이 70~100%에 달하는 ‘스마트팩토리’는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교통·운송은 생산·제조 다음으로 무인화가 가장 활발하다. 무인 운행이 가장 먼저 상용화 된 것은 철도 분야로, 우리나라의 무인 철도는 신분당선과 용인경전철 등 120㎞ 구간으로 세계 2위다. 자동차는 2020년께부터 완전 자율주행차가 출시, 본격적인 상용화 시기는 2035년 이후가 점쳐진다.
유통·서비스업에서는 인건비 절감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형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무인점포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고 외식업체들은 무인계산대와 셀프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아마존이 미국 시애틀 본사에 선보인 세계 최초의 무인 슈퍼마켓 ‘아마존 고(Amazon GO)’는 전 세계 유통업계를 경악하게 했다. 계산대와 계산원이 없는 이 점포는 2016년 12월 문을 열고 아마존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험 운행되다가 지난 1월 22일부터 일반 고객들에게도 개방됐다.
아마존고에 자극을 받은 월마트(Walmart)는 미국 내 50개 점포에 매장 관리용 인공지능 로봇 보사노바(Bossa Nova)를 배치했고 120개 매장에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바코드 스캔 결제 시스템을 설치했다.
아마존은 전 세계 유통업체들에게 무인화라는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고도경제성장의 시대를 달리고 있는 중국의 유통 스타트업 빙고박스(Bingobox)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현재 약 100개의 무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고, 올해 안으로 중국 전역에 50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도 무인점포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CU와 이마트는 무인결제시스템을 도입했고, 세븐일레븐은 자판기형 편의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를 시범운영하고 있으며, 미니스톱도 무인매장 도입을 추진 중이다.
무인화와 자동화 바람은 유통업계에서만 국한되진 않는다. 업종을 불문하고 거의 모든 영역에서 소리 소문 없이 진행되고 있다. 스터디 카페, 동전 노래방, 게임장 등 외식과 비외식, 도소매업, 서비스업종에서 ‘무인매장’ 콘셉트의 매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이 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자영업계를 중심으로 무인 매장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것이다.
은행권도 예금 입·출금을 넘어 신규 상품 가입부터 상담까지 가능한 무인화 점포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무인화 점포에서는 디지털 키오스크의 바이오인증과 화상상담 기능을 통해 통장신규, 카드발급, 인터넷뱅킹 신규 등 간편 업무는 물론 예적금·투자상품 신규 등의 상담업무 처리가 가능하다. 사실상 기존 은행 창구에서 제공하던 대부분의 기능을 제공한다. 비대면거래 증가로 점포를 방문하는 고객은 줄어드는 반면, 점포 유지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계속 증가해 창구의 무인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무인화가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인건비를 절약시키는 장점이 있지만, 고용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실제로 무인화에 대해 많은 이들이 실직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디월드이코노믹포럼은 “인공지능, 머신러닝, 자동화로 인해 2021년까지 15개국에서 5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포레스터 리서치 역시 “2025년까지 미국의 신규 일자리는 9% 증가하는 반면 16%는 기술에 의해 대체돼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애인 접근성을 갖춘 무인화 기기가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다. 휠체어를 탄 채로 조작하기 어렵거나, 시각이나 청각장애인, 손을 마음대로 쓰기 어려운 장애 등 다양한 장애인 접근성을 갖춘 기기를 현실에서 보기 어렵다. 기계를 사용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은 무인화 열풍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 경우 도움을 받는 것도 난처하다.
무인화 경제는 결국 고객이 체감하는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린다는 것도 문제다. 특히 기차나 지하철 같은 교통수단의 경우 안전과 직결될 수도 있다.
산재해있는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인화 바람은 피해갈 수 없다. 기술은 발전을 거듭하고, 사람들은 편의를 추구한다. 전 세계적인 무인화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인화에 따른 변화에 선제적,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