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환경부는 과도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인다는 이유로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했다.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다 적발될 시 매장 면적, 위반횟수에 따라 5만 원에서 최대 200만 원까지 과태료를 물게 된다.
5월부터 계도기간을 가졌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마찰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부 매장에서는 손님이 먹고 간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잔이 없다며, 일반 종이컵에 음료를 담아주기도 한다. 정식 시행이 된 뒤로 부랴부랴 머그컵 및 유리잔을 주문해 잔이 부족한 곳이 많은 것이다. 현행법상 종이컵은 단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환경부가 발표한 일회용컵 사용 지침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 일회용컵을 사용하면 5만∼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일회용 종이컵 역시 재활용이 어렵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마찬가지다. 단속 가이드라인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잠깐만 있다가 나갈 테니 일회용 컵을 달라고 요구하는 손님 때문에 바리스타들은 매일 난처하다.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실 경우 머그잔을 사용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가지고 나갈 것’이라며 거부하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손님이 몰리는 점심시간에는 손이 모자라 머그컵 사용 여부도 제대로 물어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장에서 잠깐 커피를 마시다가 바깥으로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머그잔에서 플라스틱컵으로 바꿔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의 카페 아르바이트생은 “잠시 있다가 테이크아웃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때마다 일회용 컵으로 바꿔주는 것도 일”이라고 말했다.
다회용 컵을 사용하면서 세척하는 일이 추가돼 일손도 더 필요하게 됐다.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침체가 맞물리며 이는 고스란히 업주의 부담으로 남게 됐다. 일부 매장에서는 설거지만 하는 사람을 추가로 고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비닐 또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환경오염과 자원낭비로 이어진다는 것은 상식이고, 지구 온난화의 파생으로 올여름 폭염이 찾아와 피부로 체감하는 심각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대는 플라스틱의 시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생활용품, 첨단기기, 의료 등 광범위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고, 우리 생활 속 ‘동반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기적의 신소재’로 많은 기대를 받았던 플라스틱은 썩지 않는 성질 때문에 폐기가 어렵고, 제조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됐고, 급기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규제의 대상이 되기에 이르렀다.
지난 6월 해양수산개발원 보고서를 보면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의 총량은 83억 톤으로 이 중 75%인 약 63억 톤이 쓰레기로 배출됐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7톤으로 미국(93.8톤), 일본(65.8톤)보다 많다.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고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미세플라스틱으로 남아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속 유해물질을 잘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해양생물체의 먹이가 되기에 십상이다. 해양생물체는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해 섭취하거나 신체 일부에 끼여 고통받는다. 특히 빨대는 재활용이 어려워 태우거나 파쇄하는 방식으로만 전량 폐기되고 있다.
북태평양 미드웨이 섬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날개가 큰 새인 알바트로스들이 플라스틱 쓰레기 섭취로 집단 폐사하기도 했다. 또한 말레이시아 접경 바다에서 구조됐다가 폐사한 둥근머리돌고래의 뱃속에서는 플라스틱 비닐 80장이 나왔다.
이러한 사례는 해양생물에게만 닥친 문제가 아니다. 플라스틱의 환경호르몬과 미세플라스틱 등을 고려하면 인류에게도 재앙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처럼 부피가 작은 플라스틱들이 바다에서 분해돼 5㎜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이 되고 0.1㎛보다 작은 입자인 나노플라스틱이 되면 먹이사슬에 의해 인류에게까지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밥상에 오르는 해산물을 통해 인간도 충분히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팀이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인천∼경기 해안과 낙동강 하구가 세계에서 2∼3번째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높은 곳으로 발표돼, 국내에서도 그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를 위한 노력은 세계적인 추세다. 영국은 플라스틱 쓰레기 근절을 위한 25개년 계획을 발표했으며, 왕실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했다. 주 퀸즐랜드에서도 일회용 비닐 사용이 금지됐다.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 버클리, 샌프란시스코, 하와이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의 금지 법안을 발의 중이며, 유럽연합(EU)도 2012년까지 친환경 소재 제품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대만은 올해 1월 1일부터 비닐봉지 무상 제공을 금지하고, 내년 7월부터 자국 내 패스트푸드점 및 쇼핑센터 등의 매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된다. 향후에는 매장 밖으로 음료를 들고 나가는 테이크아웃 용도의 빨대도 허용되지 않는다. 조그만 떡같은 질감의 알갱이가 들어있는 버블티의 원조국인 대만의 시민들은 “빨대를 없애면 버블티는 끝”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대만 행정원 환경보호서 통계를 보면 대만에서 연간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15억 개며, 그 중 플라스틱 빨대는 30억 개가 소비된다. 대만정부는 “막대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에 따른 해양 생태계 파괴를 해결하기 위함”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빨대 대체품 찾기 등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전 세계적인 대세로 자리 잡았다. 비닐봉투 대신 캔버스 재질의 에코백, 접이식 텀블러, 유리 빨대 등 친환경 상품들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간편한 플라스틱 하나를 쓸 때도 지구의 건강을 생각해야하는 때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