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 문화재와 맛있는 음식까지 다양하게 채워진 여행지로 ‘순천’만한 곳이 또 있을까? 순천은 어느 하나 콕 집어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멋과 재미가 두루 준비된 여행계의 종합선물세트다. 산으로 바다로 역사가 서린 장소로 굽이굽이 갈 곳이 많지만, 그 중 순천의 매력을 잘 표현하는 몇 군데를 골라 소개한다.
물결치는 갈대의 향연, 순천만습지
순천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해안선을 타고 우리나라 최대의 갈대 군락지인 ‘순천만습지’가 펼쳐져 있다. 그 길이가 39.8km라고 하니 마라톤 선수가 수 시간 뛸 정도의 기나긴 길이를 상상할 수 있다. 670만 평에 이르는 갯벌에는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와 청둥오리, 저어새 등 흔치 않은 새들이 서식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순천만습지는 사계절 각기 다른 모습을 연출하는데 용산 전망대에 오르면 순천만의 아름다운 전경을 가득 감상할 수 있다. 어느 시간에 가도 아름답겠지만 순천만의 백미는 역시 일몰이다. 떨어지는 석양이 갯벌에 붉은 기운을 흩뿌리는 장관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일몰 중 하나다. 갈대가 풍성한 가을이면 바람 따라 물결치는 갈대밭 위로 일몰이 떨어진다.
순천만습지는 계절에 따라 이용시간이 다른데, 안전을 위해 늦은 저녁에는 개방하지 않는다. 8월까지는 저녁 7시까지 개장하지만 9월부터는 오후 6시, 11월부터 2월까지는 오후 5시까지 개방한다. 일몰을 감상하고 싶다면 늦어도 오후 4시까지는 도착해야 습지를 두루 감상하고 일몰을 만끽할 수 있다.
우리 정원문화의 진수, 순천만국가정원
아름다운 정원을 떠올리면 흔히 유럽의 잘 다듬어진 정원을 떠올리지만 그와 다른 느낌으로 우리 정원문화를 체감할 수 있는 곳이 ‘순천만국가정원’이다.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순천만국가정원은 생태관광의 성공 사례로 인정받아 2015년 대한민국 최초 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순천만과 함께 동천, 봉화산 둘레길로 이어져 도시 전체를 하나의 정원으로 구성하고 있다. 습지센터와 수목원도 수준급으로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생태공원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이곳에는 세계 각국의 전통정원과 영국의 정원사이자 디자이너인 찰스 쟁스의 작품 호수 정원, 설치미술작가 강익중이 세계 16개국 15만 명의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그린 그림을 전사해 만든 꿈의 다리 등 다양한 정원이 아름답게 조성돼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볼거리가 많고 인생샷을 남길 스팟이 가득하다. 편한 신발을 신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여유를 갖고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볼거리 가득한 산책명소, 낙안읍성과 드라마촬영장
천혜의 자연이 안겨주는 볼거리가 순천만 주변으로 있었다면 사람냄새 맡으며 걷기 좋은 곳으로 낙안읍성과 순천 드라마촬영장이 있다. 국내 최초로 성과 마을 전체가 사적 제302호로 지정된 낙안읍성은 조선시대 성·동헌·객사·초가가 원형 그대로 보존돼 201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곳이다. 이곳은 조선시대의 지방계획도시를 잘 보여주면서 실제로 주민이 거주하며 농사도 짓기 때문에 인위적인 느낌보다 아늑한 마을의 향이 짙다.
둥글둥글한 초가집이 옹기종이 모여 있는 낙안읍성의 성곽은 걷기 좋게 잘 다듬어져 있다. 낙안읍성 내부를 누비며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주거지를 살펴보고 다양한 민속체험을 한 뒤 성곽에 올라 한 바퀴 걸어보자. 낙안읍성의 순수한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낙안읍성에서 근대로 넘어와 옛 동네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순천 드라마촬영장도 가볼만하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드라마와 영화 촬영장으로 60~70년대 순천 읍내 풍경과 70년대 서울 봉천동 달동네, 80년대 서울 변두리로 조성된 곳이다. 이곳에서 촬영한 작품으로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자이언트’ ‘빛과 그림자’ 등이 있다. 드라마에 나왔던 장소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산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도음식의 정수를 맛 보다
순천하면 떠오르는 게 바로 음식이다. 어머니의 손맛이 들어간 남도음식의 정수를 순천에서 만나볼 수 있다. 순천으로 여행 오는 이들은 한결같이 “무엇을 먹든 맛있다”고 말한다. 어느 음식을 먹어도 개미(감칠맛)이 있다고 한다. 순천에는 닭구이, 국밥, 짱뚱어탕, 산채정식 등 11개 특화음식거리가 있다. 여름에는 참숯불에 구워낸 닭구이를 추천한다.
대표 특산물로는 고들빼기가 있다. 타 지역의 것보다 뿌리가 굵고 약효가 좋아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라갔었다고 한다. 순천에서는 예전부터 뿌리를 이용해 김치를 담갔는데, 맛과 향이 부드럽고 감칠맛이 있는 게 특징이다.
안상미 기자 asm@newson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