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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문화재청장] ‘문화’는 우리 삶 주변에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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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바레인에서 열린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 대한민국 13번째 세계유산으로 결정됐다.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해남 대흥사, 순천 선암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등 7개 사찰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이다. 인류가 보호해야 할 문화·자연유산을 선정하는 유네스코는 한국의 산사를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지니고 있다고 인정했다.

▲김종진 문화재청장

7개의 사찰을 등재하기 위한 준비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문화재청과 수많은 위원회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다. 김종진 문화재청장(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노력과 함께 앞으로의 문화재청 역점 사업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지난 6<산사, 한국의 산지승원>13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는데 진행 과정 중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은 지난 6월 30일 세계유산에 등재됐지만, 그 이전의 준비과정은 길고 복잡했습니다. 2011년 처음 등재 논의가 시작됐고, 2013년 12월에 세계유산 예비목록인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습니다. 이후 5개의 광역자치단체, 7개의 기초지자체, 7개 해당 사찰, 그리고 조계종과 MOU를 맺어 등재 추진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설립했고, 그때부터 문화재청과 추진위원 간 협조를 통해 추진됐습니다.

올해 5월 초 산사가 비록 등재 권고를 받기는 했어도 일부 사찰만 등재하라는 결정문을 받았습니다. 이후 문화재청은 이번 세계유산위원회에서 7개 산사가 같이 등재돼야 하는 논리를 정교하게 개발해 위원국들과 심사기구를 설득시킬 자료를 만들었고, 세계유산위원회 개최 전 열리는 5월 ‘세계유산위원회 사전정보회의’ 등 위원국들이 참석하는 국제회의마다 다니면서 설득했습니다.

▲김종진 문화재청장(오른쪽), 마이 알 칼리파 바레인문화부장관(왼쪽)

특히, 지난 5월 이번 세계유산위원회 개최국인 바레인의 마이(빈트 모하메드) 알 칼리파 문화부 장관이 내한했을 때 양국의 문화재 분야 협력을 포함해 7개 산사의 유산 등재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얻었습니다. 나중에 다른 아랍권 국가들의 지지와 협조를 구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죠.

외교부와 주유네스코대표부는 외교라인을 통해 설득하고, 문화재청은 전문적 내용 위주로 상대국 전문가들을 맡는 등 부처마다 자신의 역할을 나눠 담당했습니다. 각 부처가 할 수 있는 분야를 충분히 존중하고 상호 협력했던 것이 7개 산사 모두를 등재시키는 좋은 결과를 얻어낸 비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유산에 등재가 결정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7곳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해 나갈 계획이신가요?

“세계유산은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으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가진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어 등재 자체가 세계인들 앞에서 유산을 잘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의 경우 4개의 권고사항을 받았습니다.

▲이미 문화재로 지정된 것뿐 아니라 지정되지 않은 요소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 ▲종합정비계획이 없는 산사에 대한 계획 수립 ▲늘어나는 관광객으로부터 산사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대책 마련 ▲마지막으로 어떠한 신축 사업에 대해서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협의하고 진행할 것.

문화재청은 이러한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유네스코도 살아있는 유산이기 때문에 보존관리에 더 신중하라고 우리에게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산사에서는 종교 활동도 하고 생활도 유지해야 하므로 크고 작은 공사가 필요하겠지만, 그 변화가 기존의 유산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고, 느린 변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당부했습니다.

유네스코 권고대로 일단은 각 사찰에 대한 종합정비계획을 마련하고, 신축이나 리뉴얼에 대한 지침도 준비할 계획입니다.”

임기 동안 문화재청의 괄목할 만한 성과에 어떤 것이 있나요?

“문화재청장으로 취임한 지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데, 문화재 현장과 소통을 위해 국민의 입장에서 문화재를 바라보고 행정을 펼치려고 노력했습니다. 일단 앞서 언급한 산사의 세계유산 등재가 가시적인 성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2016년도 ‘서원’, 2017년도 ‘한양도성’의 등재 실패를 딛고 이뤄낸 성과이기에 더욱 가치가 있습니다.

문화재는 그 특성상 보존의 기반 위에 활용해야 하고, 부가가치를 입혀 지속발전 시켜야 하는 자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존에 따른 불편과 제약이 부득이 있을 수밖에 없으나 문화재청장으로서 소통과 공감을 통해 최대한 이해를 구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장문화재 지표조사·발굴조사에 대한 국가 지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고, 문화재 보호제도의 주민 친화적 개편을 위해 문화재 주변 규제의 사전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법률개정 등의 업무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의견과 참여를 통해 문화재를 함께 지키고 향유하는 일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5월에 개최된 궁중문화축전 행사 때 대국민 공모를 통해 당선된 기획프로그램을 편성해서 운영했고,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국민의 의견을 더 가까이서 듣기 위해 ‘국민평가단 정책현장 방문’을 추진해 문화재 정책이 이뤄지는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국민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정책 제안의 반영을 통해 한 발 더 다가가는 문화재 행정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복원해 올해 5월 개관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강탈당하면서 강제로 매각됐던 가슴 아픈 역사가 담긴 장소로, 현존하는 대한제국 외교공관을 통틀어 유일하게 원형을 간직한 단독 건물이라는 문화재적 가치가 있습니다.”

2018년 문화재청의 역점사업은 무엇인가요?

“문화재가 특정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그 정체성을 통해 브랜드를 형성하는 대표적 사업이 근대문화유산 역사문화 공간입니다. 문화재청은 근대문화유산의 역사문화 공간을 조성해 도시재생 활성화 모델을 창출하고자 합니다.

또한, 그 접점에서 국민과 만나게 되는 문화재 안내판을 알기 쉽고 친숙하게 고치는 ‘문화재 안내판’ 정비사업, 영호남에 걸쳐있는 가야역사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조사·연구 기반의 구축, 이수자 전승 활동 장려를 통한 무형문화재 전승 기반 강화 등의 업무를 올해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남북평화공존 분위기 확산에 따른 남북 공동 문화유산 교류사업도 계획하고 있는데, 남북 문화재 교류 협력사업 여건이 갖춰지면, 북한 문화유산 남북 공동조사·보존사업 등을 바로 추진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해두는 것도 올해 추진해 나갈 업무 중 하나입니다.

임청각 복원을 포함한 항일 독립유산에 대한 정비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임시정부가 편찬한 유일한 역사서인 조일관계사료집을 비롯해 항일 시인인 윤동주와 이육사의 친필원고 같은 항일 유산들을 발굴해 최근 문화재로 지정했습니다. 특히 내년이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만큼 잊힌 우리 항일 독립 유산 자료를 더 찾아내기 위해 대국민 공모를 실시해 많은 국민이 항일 유산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청각은 1942년 일제가 안동 임청각 행랑채 앞마당으로 중앙선 철도를 놓으면서 가옥 및 주변의 전통 경관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로, 민족 자존감 회복 및 문화재 원형회복을 위해 복원·정비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임청각 종합정비계획을 수립 중(2017.7~2018.12)이며, 일제강점기 철도 부설 이전 시점을 기준으로 임청각과 주변 환경을 복구할 것입니다.

한편, 최근 두 차례의 지진을 겪은 만큼 재난에 대비한 문화재 안전정책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문화재 재난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문화재 안전방재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취약한 문화재 및 중점관리대상 문화재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 문화유산 보존관리 대책 수립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전통문화는 문화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요소인데, 우리 문화재를 어떻게 보존, 발전해 나갈 계획이신가요?

“한 나라의 문화유산은 지역과 국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로 국가의 문화적 이미지를 높이고, 관광산업의 핵심 자원입니다. 한 번 손상되면 원상태로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철저한 보호와 계승이 매우 중요하지만, 동시에 국민이 관심 갖는 콘텐츠 자원으로 개발해 널리 활용하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는 무분별한 개발 압력으로부터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원형의 훼손을 억제하는 제도를 공고히 하는 데 집중했으며, 보호구역 설정이나 현상변경 허가제도 도입 등을 통해 문화유산의 보호 체계를 마련하는 데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통문화를 제대로 계승하기 위해서는 진정성을 해치지 않은 범위 내에서 문화재에 생명을 불어넣는 활용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많은 국민에게 문화재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민이 문화유산을 가시적으로 보고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문화재의 역사성에 기반을 둔 강연, 체험, 공연, 전시 등을 통해 문화유산의 참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 문화유산을 활용한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문화유산의 보호를 위해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내 고장 문화재를 보호하고 가꾸는 민관협력 운동인 문화재 지킴이 활동을 적극 확대하는 등 국민과 함께하는 문화재 행정을 구현하고 있습니다(3천 5백여 문화재 현장에서 8만 4천여 명의 지킴이와 53개 협약기업이 활동. 협약기업은 현재까지 문화재 보존관리 및 활용을 위해 273억 원 후원).”

역사에 무임승차 하지 않기 위해 청소년 문화유산 프로그램 등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어떤 것이 있나요?

“문화재청은 체험·참여형 문화유산교육으로 청소년들의 창의·인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및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한 문화유산 방문학교, 문화유산 체험교실, 테마문화재학당을 해당 자치단체와 연계해 47개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또한, 조선 시대 교육과 제례의 기능을 담당했던 ‘향교·서원’ 활용프로그램을 통해 현대사회에 무너져 가는 인문정신 및 도덕성을 회복하고 건전한 사회문화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올해는 전국 총 95개 향교·서원을 선정해 지역 인문학 강좌, 자유학기제 연계를 통한 인성교육, 전통 예절교육 등 선비문화 체험, 성년식·향음주례·다례체험, 국악공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주, 부여, 가야, 나주, 중원, 강화 등 각 지방연구소에서 발굴현장 및 관련 유적을 활용한 청소년 체험교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립고궁박물관의 궁중음식·복식 체험프로그램,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해양문화유산 관련 직무체험, 국립무형유산원의 무형유산 청소년 진로탐색캠프 등 우리 청 각 소속기관별로 특성에 맞는 체험·참여형 청소년 문화유산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그리고 향교·서원문화재, 문화재 야행, 산사문화재 활용사업을 개발해 지역민들이 문화유산을 향유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대표적인 문화재 활용사업인 체험형 궁궐 프로그램과 ‘궁중문화축전’의 브랜드 육성과 ‘창덕궁 달빛기행’의 확대 등으로 지난해 궁·능 관람객 1천만 명(한국인 982만 명, 외국인 208만 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문화재청장께서 국민들에게 추천하는 관광하기 좋은 문화역사 탐방 지역은 어딘가요? (그 이유도 함께 설명해 주세요.)

“선조들의 체취가 담긴 역사적 가치를 지닌 공간이면서 체험과 쉼의 공간인 우리의 문화유산은 전국에 고루 분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의 삶 주변에 공존하고 있습니다. 문화유산을 통한 관광을 위해 멀리 떠나지 않고도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 또는 주변에 있는 문화재를 찾아 그 역사적 가치를 공유하고 문화유산과 함께 여유를 느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무더운 여름날 국민 모두가 문화유산을 향유할 수 있도록 기획된 문화재 활용 및 체험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많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창덕궁 달빛기행이나 경복궁 별빛야행 등 궁궐 활용프로그램이나, 각 지역의 문화재 야행 및 생생문화재 등 문화유산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 중입니다.

국민께서 보다 쉽게 문화유산 활용 행사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유유자적’이라는 게시판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으며, ‘문화유산 스토리마당’ 코너를 만들어 문화유산 이야기 자원이나 여행길 등에 대한 정보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문화유산을 보다 깊이 있고 풍성하게 즐기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황정윤 기자 hj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