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국제로타리클럽의 네 가지 표준은 기업 경영의 모토”

[김윤호 (주)국도섬유 대표] “국제로타리클럽의 네 가지 표준은 기업 경영의 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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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의류제조기업 ㈜국도섬유를 경영하는 기업인이다. 언뜻 보기엔 나이보다 젊어보여서 1952년생이라는 말을 듣고는 흠칫 놀랐다. 인터뷰를 통해 만나본 그의 인생은 참 평탄하게 살아온 듯했지만 삶이란 것이 다 그렇듯 굴곡이 있다. 인생의 난제도 묵묵히 극복해낸 그의 에너지는 인터뷰 내내 은은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지난 3월 5일 국제로타리 부산지구 사무실에서 청마 김윤호 올 회기 총재지역대표(사진)를 만나봤다.

의류제조 업체 ㈜국도섬유 창업

“34살이 되던 1986년에 의류제조업체 (주)국도섬유를 창업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회사 창립 초기에는 중동 지역 전통 의상인 ‘토브’를 제조해 해당 지역으로 수출하는 사업으로 기반을 다졌습니다. 이후 파크랜드 의류를 제작했으며 10여 년 전부터는 국내 중·고등학생 교복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중·고등학생 4명 중 1명이 제가 만든 교복을 착용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현재 국내 학생복 제조업체 중 생산규모나 첨단 장비 면에서 1위 업체라고 감히 자부합니다.”

김 대표는 젊은 시절 약 400명이 근무하는 의료제조업체 경성섬유에서 첫 직장생활을 했다. 입사하고 몇 년 후 회사에서 생산부장을 맡았으며 동료보다 굉장히 빨리 진급했다. 회사와 함께 성장해오던 그는 평소 뜻한 바 있어 동종업계인 ㈜국도섬유를 창업한다. 그는 경성섬유 재직 당시 신뢰를 쌓았던 중동 의상 바이어가 국도섬유로 오더를 몰아줘 7년 동안 큰 성장을 해 기반을 잡게 된다. 90년대 들어 치솟는 인건비 등 원가 상승으로 거래처는 중국에서 새 둥지를 틀게 되고 회사는 작업 공백이 생길 위기에 놓였었다. 그러나 김 대표가 인복이 있었던지 현재 굴지의 의류회사인 파크랜드의 이병걸 회장과 인연이 닿아 10여 년을 정장 제작에 힘썼다. 김 대표는 평소 좋아하는 골프를 파크랜드 이병걸 회장과 자주 즐기는 사이라고 말했다.

전병열 편집인과 대담 중인 김윤호 대

신뢰로 위기를 모면

중동 바이어가 중국 의류제조 시장으로 눈을 돌렸을 때 국도섬유는 당시 250명 정도 되는 직원들에게 줄 일감이 없었다. 그때 서울 백화점에 옷을 납품하는 친구가 의류 제작을 부탁해 왔다. 김 대표는 약간 불안을 느꼈으나 당장 공장 가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제품을 제작해 납품했다. 그러나 이때 6개월짜리 어음을 받은 것이 문제가 돼 결국 4억 5천만 원 가량 부도를 맞았고 김 대표는 상대방을 고발했다. 그러자 얼마 후 친구의 아내가 아기를 업은 채 김 대표 직접 찾아왔다. 그녀는 남편의 회사도 연쇄 부도가 났다며 당장 돈을 갚지 못할 형편이지만, 아기 아빠를 좀 살려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김 대표는 회사가 위기에 몰렸으나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결국 법원 재판 날 상경해 심지어 선처를 바란다는 선서까지 하고 스스로 돈을 받지 않기로 했다. 그 후 그는 평소 금융기관에 신용이 있었던 덕에 대출을 받아 무난히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섰다.

요즘은 높은 인건비 때문에 운영에 차질이 빚어진다고 토로했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가 제조원가 20만 원이면 우리 한국은 250만 원이 든다고 한다. 따라서 최대한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의류제작 단계를 첨단화하고 인력을 줄이는 것이 김 대표가 갖출 수 있는 최선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기업 흥망성쇠 스토리를 듣고 고비를 참 잘 넘겼다는 생각이 들어, 운이 좋고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고 하자 “운도 따라줬고, 아마 로타리에서 열심히 봉사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겠느냐”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로타리 정신이 기업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네 가지 표준을 준수해 직원, 거래처, 소비자 모두에게 공평하고 진실하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로타리를 하면서부터 사업이 더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말 그래요. 오늘 로타리클럽 주회에서도 얘기했는데 봉사는 하면 할수록 기쁨이 두 배로 오는 것 같습니다.”

행복을 주는 로타리안이 되고 싶다

김 대표는 선배 로타리안의 권유로 친구 4명과 함께 2001년 부산부전로타리클럽(RC)에 입회했지만, 현재 김 대표 혼자만 남아 활동 중이다.

그는 2011-12년 클럽 회장 재임 시절, 회원 수 100명 이상의 클럽을 목표로 94명까지 회원을 영입해 부산부전RC 역대 최고의 회원 수를 기록한 것이 로타리 활동 중 가장 보람 있었다고 한다. 현재 클럽 회원 수는 70여 명으로 클럽 회원들은 그때 100명 넘겼으면 좋았을 거라는 얘기를 종종 하곤 한단다.

그는 입회 후 2~3년 동안은 로타리에 대한 지식이나 애착이 없다보니 게으르게 생활했다. 그러다 6~7년쯤 됐을까. 그는 원로 선배들이 로타리를 먼저 이야기하고 그 다음에 인생을 이야기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로타리도 결국 자신과 타인의 인생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니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리고 로타리 회원 생활 10년쯤 됐을 때 클럽 회장으로서 클럽을 운영해보니 그때서야 진짜 로타리안이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신입회원은 무조건 로타리 봉사를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입회원 10명이 들어오면 그중에 5명은 진정한 로타리안으로 남아있을 수도 있어요. 저도 함께 입회한 3명의 친구는 다 탈회했지만 저는 남아 있잖아요. 그리고 로타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는데 클럽 회장에서 지역대표까지 하면서 스스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로타리에 대한 그의 자부심이 대화 중 곳곳에서 묻어난다. 김 대표는 로타리클럽 총재지역대표 제의(4지역)를 받았을 때 걱정이 앞섰다. 부산부전RC에는 더 훌륭한 선배 로타리안이 많이 있다고 생각해 계속 사양했다. 하지만 부산부전RC만의 철칙인 ‘No는 안 된다’는 불문율에 따라 총재지역대표를 맡았다.

현재 그는 “4지역 모든 신입회원들에게 EREY 한 구좌(10만 원)씩을 선물하고 있으며, 여성회원 증강을 위해 여성클럽 부산수련RC이 올 회기 회원증강 목표 달성 시 PHF 2구좌(200여만 원)를 더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다며 4지역 운영방침을 설명했다.

그는 금번 회기에 지역대표로서 여러 클럽들을 만나보니 “총재든, 지역대표든, 회장이든 그 소속에 어떤 지도자가 있느냐에 따라 로타리가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 것 같다”면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만 있으면 로타리는 얼마든지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성장하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김 대표는 로타리에 대해 한 가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했다. 로타리나 일반 사회나 정말 상대방의 사업에 도움을 주고 싶으면 정상적인 거래를 하라는 것이다. 그는 ‘아는 사람이니까 더 저렴하게 해 달라’는 것은 절대 반대라고 주장한다. 아는 사람이라고 내가 이득을 보려고 하면 그건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또 로타리에서 개선됐으면 하는 것으로는 상대방을 시기하는 마음을 언급했다. 그동안 아무도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서 좋은 것을 배척하고, 보수적인 프레임에 변화를 가두려하는 것은 발전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동안 로타리를 지켜봐온 결과 이러한 문제점들도 “차츰차츰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창업 멤버들과의 약속

그는 1952년에 경남 김해에서 태어났다. 38년간 동고동락하고 있는 아내 이경희씨는 현재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 있으며 “곁에 있어 늘 힘이 되는 존재”라고 말했다. 또 1남 1녀 중 큰 아들(김정우)은 며느리(장윤경)와 LG전자 본사 연구부서에 같이 근무하고 있으며 손자(김민재) 한 명을 두고 있다. 또 막내딸(김정은)과 사위(정순기)는 외손자((정주영), 외손녀(정윤경)와 함께 다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으며 김 대표는 요즘 손자, 손녀의 재롱에 매우 행복하단다.

올해 67세인 김 대표는 회사 창업 멤버들과 10년은 더 회사를 이끌어갈 생각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창업멤버들과의 약속이란다.

“제가 로타리안이 되고서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봉사의 철학을 알게 됐습니다. 로타리안으로서 봉사에 더욱 매진해 후배 로타리안의 귀감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대단한 사람보다는 진실하고 좋은 사람이고 싶습니다. 좋은 사람은 우리 삶에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항상 행복을 주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단란한 가족과 170여 명의 직원, 그리고 로타리 안에서 행복한 그가 꼭 지역사회에도 행복을 전파하는 ‘나눔 문화인’이 되길 기대해 본다.

대담 전병열 편집국장 / 사진 김국희 기자 newsone@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