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최저임금제 사이의 일자리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최저임금제 사이의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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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처음 맥도날드에 무인 주문기계가 들어섰을 때는 카운터 주문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인 줄 알았다. 대개의 주문들은 카운터에서 직접 직원과의 대면으로 이뤄졌고, 주문기계는 몇몇의 호기심 있는 손님들이 이용할 뿐이었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직원들은 카운터 주문 대신 기계 주문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필자야 물론 말로 하는 게 훨씬 편했지만, 가게 방침이러니.. 하고 기계주문을 받아들였고, 처음에 불편했던 기계조작도 곧 익숙해져갔다.

그러다 며칠 전 동네의 다른 패스트푸드점에 갔는데, 무의식 중에 주문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다가가니 ‘지금은 기계주문 가능 시간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기계 방향으로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다. 주문을 마치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맥도날드의 선제적 대응이라고 생각했던 무인 주문 시스템이 이제는 요식업계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의식의 흐름은 곧 ‘저 기계 1대를 두면 몇 명의 인건비를 아낄 수 있을까..’로 이어졌고, 대학 시절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를 하며 용돈벌이를 하던 친구들의 얼굴이 하나둘 스쳐 지나갔다.

이제는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은 ‘지능’과 ‘연결’을 키워드로 일어나는 새로운 산업혁명이다. 이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으로 구현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감소하는 기존의 일자리만큼이나 새로운 직업군들이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얼마나 옮겨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분명한 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이 기존 직업군에게는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최저임금제 여파로 소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이 더 늘면서 사람대신 기계로 대체하려는 발 빠른 움직임들이 보이고 있다.

최저임금제는 근로자들 최소한의 생활안정을 위해 당연히 필요한 조치이다. 양극화가 심화되는 요즘 시대에는 보다 튼튼한 사회보장 제도가 마련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며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적인 4차 산업혁명 흐름과 정부의 정책이 자칫 엇박자가 나면서 발생할 문제들도 걱정스럽다.

세계적인 흐름에 보조를 맞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정부 정책들을 기대해본다.

 

 

 

 

 

고경희 기자 ggh@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