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확산되면서 이 시대의 최대 이슈로 소용돌이치고 있다. 현직 서지현 검사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찰 내의 성폭력을 고발하면서 정치, 문화, 사회, 학계 등 전 영역으로 확대됐다.
연극 연출가 이윤택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발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고발이 각계에서 터져 나왔다. 이어 시인 고은, 극작가 오태석, 배우 조민기 · 조재현 · 오달수 등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은 20여 명으로 늘어났다. 차기 대선주자로까지 거명됐던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그의 수행비서가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며 JTBC를 통해 폭로했다. 또한, 미성년자 단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극단 대표 조증윤은 미투 운동 이후 첫 구속자가 됐다. 이 같이 미투 운동의 회오리가 일파만파로 퍼져나가는 가운데 연예인이자 대학교수이던 조민기 씨가 교수로 재직하던 중 학생들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아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미투 운동은 ‘마녀사냥, 인민재판’, ‘#미투 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등 비난과 지지 여론이 일기도 했다.
심지어 정치권에서는 미투 운동이 6·13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안희정에 이어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자신을 겨냥한 ‘미투’가 나오자 경선 중단은 물론 의원직까지 던졌다. 다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인 정봉주 전 의원도 6년 전 성추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야권에서는 이를 정치 쟁점화하면서 순수한 미투 운동이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투 운동(#MeToo)은 2017년 10월 미국의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의 성폭력 및 성희롱 행위를 비난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게 된 해시태그를 다는 행동에서 시작된 운동이다. 해시태그(hashtag)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에서 사용되는 기호로 해시 기호(#) 뒤에 특정 단어를 쓰면 그 단어에 대한 글을 모아 분류해서 볼 수 있다. 이 해시태그 캠페인은 사회 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사용했던 것으로, 미국의 배우이자 가수인 앨리사 밀라노(Alyssa Milano)에 의해 대중화됐다. 밀라노는 여성들이 트위터에 여성 혐오, 성폭행 등의 경험을 공개해 사람들이 이러한 행동의 보편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이후, 수많은 저명인사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그러한 경험을 밝히며 이 해시태그를 사용했다. 밀라노가 미투 캠페인을 제안한 지 24시간 만에 약 5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리트윗 하며 지지했고, 8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MeToo 해시태그를 달아 자신의 성폭행, 성추행 경험담을 폭로했다.
이는 남성과 여성, 스승과 제자, 상사와 부하, 선배와 후배 등 수많은 위계 관계에서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받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고발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약자와 강자의 甲, 乙 관계에서 당하고만 살아야 했던 乙을 지지하자는 운동일 수도 있다. 미투 운동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그들을 지지하고 함께한다는 의미로 SNS에 ‘위드유(#WithYou)’ 해시태그(#)를 다는 운동으로 확산됐다.
성폭력은 성폭행, 성추행 등을 포괄하는 용어다. 성폭력 예방은 기업체나 공공기관, 학교 등의 법정 의무교육이다.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였으나 2013년 6월 19일부터 친고죄 조항이 폐지돼 제삼자의 고발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1970년대까지는 성 문제를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주제여서 언론에서도 단편적인 사건으로서만 다루었을 뿐 사회문제로 대부분 거론조차 하지 않았고 사회적 시선을 두려워한 피해자들이 신고를 기피하는 일도 많았었다.
이제 음지에서 고통받던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애정이 없는 욕정은 동물적 욕구로 윤리와 도덕을 마비시키고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며 인면수심의 성폭행을 야기한다. 미투 운동은 결코 권력자의 성적 추문이나 사생활을 폭로하자는 것이 아니라 위계에 의한 성폭력으로부터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펼쳐지는 캠페인이다. 선정적으로 본질을 왜곡해서 사리사욕이나 당리당략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각계에서 펼쳐지는 이 운동이 상시 지속 가능해야 하며, 차제에 범국민 성폭력 근절 캠페인으로 확산되길 주문해 본다.
전병열 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