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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안돼요” 노키즈존 논란

사업자의 권리 vs 아동의 기본권 침해 찬반 격렬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  / 2018-01-25 11:49:42

노키즈존(No Kids Zone)을 두고 찬반 논란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어린이 출입금지’ ‘우는 아이 안됩니다’ 등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은 음식점과 카페 등으로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일부 매너 없는 부모의 행동이 사업자와 이용객들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말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편을 가르고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인권침해를 낳는다고 우려한다. 노키즈존 논란은 언제쯤 종지부가 찍힐 수 있을까?

‘초등학생까지의 어린이는 입장을 제한합니다.’

지난해 9월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파는 제주의 한 식당은, 자녀와 함께 온 A씨에게 안전사고 등을 이유로 13세 초등학생까지의 어린이의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A씨는 “별도의 안전대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일률적으로 어린이의 출입을 막는 건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아동 출입을 금지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모든 아동 또는 아동을 동반한 모든 보호자가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니며, 무례한 행동으로 피해를 주는 이용자가 이들에게만 국한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노키즈존에 대한 정부차원의 공식적인 첫 사례였다.

이유 있는 노키즈존 찬성

매너 없는 부모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넷 검색 한 번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자녀가 식당에서 뛰어 놀다 다쳐 식당 측에 치료비를 요구하고, 기물파손이 일어나면 나 몰라라, 다른 손님이 식사하고 있는 와중에 테이블에서 아기 기저귀를 갈거나, 기저귀 쓰레기를 테이블 위에 그대로 놔두고 가는 등 모든 사람을 난처하게 하는 이기적인 사례들이 넘쳐난다. 그런 부모들은 ‘맘충’이라는 단어로 축약된다. 엄마의 맘(mom)과 벌레 충(蟲)을 섞은 신조어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여유를 즐기고 싶었으나 시끄러운 아이들에게 방해받은 기분이 드는 손님, 어린이 손님이 사고를 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가게 사장들에게 피해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사고를 치는 것도 아니고, 모든 부모들이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노키즈존을 선언한 대다수의 가게에서 우려하는 안전상의 문제는 대부분 아이들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부모에게 있다.

대다수의 알바생들은 노키즈존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해 10월 알바생 1,092명을 대상으로 ‘노키즈존에 대한 알바생의 생각은?’이란 내용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이 노키즈존 확산에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응답자들은 73.5%가 근무 중 유아 혹은 유아 동반 부모로 인한 어려움을 겪은 적 있었으며, 가장 난처했던 경험으로 ‘소란 피우는 아이를 부모가 제지하지 않는 상황(60.4%)’이라고 답했다.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어린이 동반 고객과 아이 우는 소리 등을 불편해하는 손님이 많아서 노키즈존 확산에 찬성했다.

전국에서 아동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경기도에서조차 도민의 93.1%가 공공장소에서 아이들 때문에 불편을 겪었으며, 전체의 63%가 고객으로서 소란스런 아이들로부터 방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의견을 표했다.

담배와 아이가 같은 취급?

아이의 잘못을 방관하고 바로잡지 않는 부모로부터 시작된 노키즈존. 하지만 이는 아이를 부모의 부속으로 여기고 관리감독 하에 있는 존재로 인식하는 맹점이 있다. 아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확산은 아이들을 잠재적인 위험 집단으로 간주하는 경향마저 보인다.

노키즈존은 공공장소 흡연금지와도 닮았다. 간접흡연의 폐해를 낳는 담배, 지정된 장소가 아닌 곳에서는 끽연이 강력하게 전면적으로 금지돼 있다. 흡연도 흡연행위를 금지하는 것이지 담배 반입 자체를 금지하는 건 아닌데, 아이의 출입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공정거래법 제23조에서는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거나 거래의 상대방을 차별해 취급하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에 빗대어 보자면 노키즈존은 정당한 이유도 없이 거래를 거절하고 차별하는 것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잠재적 위험 집단으로 간주하고 사전에 차단하려 하며, 유해한 사물이나 동물과 같은 군으로 간주하는 것은 심각한 기본권 침해다. 아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픽토그램 역시 담배나 애완견 등과 일치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문제 상황에 일괄적으로 선을 긋고 낙인을 찍는 건 쉽다. 기준이 표면적으로 쉽게 확인이 되는 것이라면 더더욱 구분하기 편하다. 아이들 전체에 낙인을 찍어 구분하는 것이 지금은 쉬울지언정, 문전에서 거부당했던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자라서 성인이 된 뒤에 오는 여파는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할 새로운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에는 아이를 통제하는 것이 아닌, 보호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와 이를 보호하지 않고 방치하는 부모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며, 이는 사회 전반적으로 다각도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