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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 트래블] 금강이 굽이치는 향수의 고장 ‘옥천’ 여행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  / 2017-12-27 10:05:06

[사진] 부소담악

전북 장수에서 발원해 충북 영동 양산팔경을 지나온 금강은 옥천을 굽이굽이 돌아 흐르면서 절경을 만들어 낸다. 강줄기를 따라 펼쳐진 고즈넉한 절경이 겨울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대청호에 떠있는 병풍 같은 바위산인 부소악담, 시인 정지용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문학관과 생가, 충북 최고의 피톤치드 배출지 장령산 금천계곡과 용암사, 둔주봉의 거꾸로 된 한반도지형, 금강휴게소와 ‘멋진 신세계’로 재탄생한 장계관광지까지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여행지가 가득하다. 오랜 시간에 걸쳐 켜켜이 쌓인 여행지들은 찾아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줄 것이다.

느긋한 강마을이 선사하는 시간여행

옥천여행의 첫 번째는 강과 산이다. 금강이 내려다보이는 산중턱에 위치한 높은벌마을에 올라가면 금강이 발아래에 펼쳐진다. 산골짜기에 밭을 일구며 사는 이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건 옻이다. 따뜻한 봄이 찾아오면 마을 사람들은 옻 새순을 따느라 분주하다. 모두 다해 10가구 남짓 남아 있는 높은벌마을은 오지에 가깝다. 오르막길 입구부터 마을까지 걸어가는 한 발짝마다 시간이 조금씩 뒤로 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강물이 굽이쳐 도는 지점에 있는 안터마을은 빼어난 풍경과 사시사철 특색 있는 즐길거리가 가득한 곳이다. 봄이면 강변에 유채꽃이 피어 장관을 이루고, 여름이면 깨끗한 숲에서 반딧불이가 퐁퐁 솟아난다. 강물이 얼어붙는 겨울이면 빙어낚시를 체험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5천년 선사문화유적의 시작이 된 ‘옥천선사공원’이 마련돼 있어, 고인돌과 선돌 등 선사문화와 역사문화를 마주할 수 있다. 오래된 시간의 흔적과 함께 변함없이 고요히 흐르는 강물을 보다보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륙 속의 바다, 수몰된 땅이 빚어내는 아름다움

옥천은 산으로 둘러싸인 내륙 그 자체였다. 물의 도시의 면모를 갖추게 된 건 1980년, 대청댐이 완공되면서부터다. 시냇물처럼 졸졸 흐르던 금강의 물줄기는 마을을 집어삼켰다. 수면 아래에는 누군가의 찬란한 추억이 있다. 더듬거려도 찾아갈 길 없는 추억의 땅 안남, 안내, 군북면에서는 산중턱이 강변이 되고, 뒷동산 봉우리는 섬이 됐다. 아침에는 물안개가 추억처럼 피어오르고,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 신선이 나올 것 같은 신비로운 느낌마저 들게 한다. 해질녘에는 금강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일렁거리는 장관을 연출한다.

장관 중의 으뜸은 부소담악이다. 우암 송시열은 부소담악을 소금강이라 예찬하며 추소팔경 중 제일로 꼽았다. 기암절벽은 세월과 지형의 변화 속에서 그 자태를 더욱 빛내 청정고을 옥천의 자연을 더욱 아름답게 수놓는다. 물위로 솟은 절벽은 자그마치 그 길이만 해도 700m에 달한다. 부소담악의 장관을 가장 멋지게 즐길 수 있는 곳은 바로 추소정이다. 정자에 서면 강물이 용이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이 나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부소담악의 능선을 따라 산행을 즐길 수도 있다. 협소한 능선길 아래로 보이는 금강이 날이 서린 것처럼 보인다.


[사진] 둔주봉

강원도 영월의 선암마을만 한반도 지형으로 유명한 것이 아니다. 옥천 둔주봉에서 보이는 한반도 지형은 한반도를 뒤집어 놓은 듯한 모양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은다. 둔주봉은 384m로 비교적 낮은 편이고, 산세가 완만해 산책을 즐기면서 오르기에 제격이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소나무숲 사이를 걷다보면 심신에 누적돼 있던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다.

푸르른 장령산 대자연 속으로 풍덩

장령산의 겨울 설경은 환상적인 자태를 자랑한다. 장련산 안에는 장령산자연휴양림과 금천계곡, 용암사가 있다.

금천계곡은 하류에 조성돼 있는 보 덕분에 물이 항상 일정한 깊이를 유지해 여름철이면 물놀이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붐빈다. 유속이 빠르지 않아 수영장처럼 이용할 수 있어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인근 장용산자연휴양림에서는 통나무집과 야영장, 산림욕장 등이 마련돼 있어 대자연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특히 겨울이면 휴양객들을 위해 꽁꽁 언 계곡을 썰매장으로 활용, 50대의 썰매와 70개의 팽이를 갖춰 대여한다. 고구마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군고구마통과 추위를 녹일 수 있는 모닥불을 피워 아이들과 가족들의 즐거운 겨울 놀이장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각종 회의와 세미나 등을 개최할 수 있도록 최근 새롭게 지은 산림문화휴양관을 비롯해, 산책로, 출렁다리, 야영장, 야외음악당,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어, 최근 사계절 휴식공간으로 크게 각광받고 있다.


[사진] 용암사 일출

새해 다짐을 다잡기 위해 용암사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용암사의 일출은 사진작가가 우연히 찍은 작품이 유명 공모전에서 입상하면서 숨겨진 일출 명소로 입소문이 나며 유명해졌다. 사찰 입구까지 승용차가 올라갈 수 있어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도 접근이 용이하다. 아침햇살을 받고 금빛으로 반짝이는 고려시대 쌍 삼층석탑과 마애불을 보며 마음까지 정화해보자.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옥천 드라이빙

옥천에서는 도시 문명의 속도에서 벗어나 자연의 속도에 맞춰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금강유원지에서 안남면까지 이어지는 575번 지방도 코스와 장계관광지에서 옥천읍내까지 이어지는 37번 국도가 드라이빙에 제격이다. 2013년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국토 드라이브 코스 ‘베스트 10’에 선정, 옥천군 옥천읍 죽항리~안내면 정방리 구간 15.5㎞가 추억의 도로 ‘향수 30리 길’에 뽑혔다. 새 국도가 생긴 뒤 차량 통행이 적어 자전거 하이킹이나 드라이브를 만끽하기에 좋다.



봄에는 초록빛이 넘실대어 봄의 한가운데로 초대받은 느낌이 들며, 안남면을 지나 금강 변을 달리는 길은 향수 100리 코스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4월 벚꽃이 필 때면 이 길이 벚꽃 터널로 변신,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의 위엄을 자랑한다.

정지용 시인이 노래한 정겹고 평화로운 풍경이 느릿한 걸음으로 흘러간다. 청보리가 물결치는 강변 한쪽에는 캠핑을 나온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고, 강변 비포장도로를 빠져나온 샛길에는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유유자적 지나간다.

청마리에서 향수 100리 길로 돌아오면 금강휴게소다. 경부고속도로에 접하고 있는 금강휴게소는 주변 경치가 빼어나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찾는 곳 중 하나다. 모터보트장, 야영장, 낚시터 등 다양한 시설까지 갖추고 있는데다, 휴게소 인근에 있는 조령리 토속음식촌은 식도락가들도 즐겨 찾는 곳으로 인기가 대단하다.

향수의 고장에서 만나는 정지용 생가 · 문학관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사진] 정지용 문학관

시인 정지용 생가에 들어서면 그의 대표작 『향수』의 시구가 떠오르고, 절로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1996년에 원형대로 복원돼 관리되고 있는 정지용 생가는 초가지붕의 아담한 모습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준다. 그의 아버지는 집에서 한약방을 꾸렸기에, 정지용 생가는 사립문 두 개에 약방가구가 들어있는 방문이 항상 열려있는 등 보통의 가옥과는 색다른 모습이 있다. 생가 바로 옆에는 그의 생애와 문학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문학관이 세워져 있어 돌아보기 좋다.

생가에서 37번 국토를 타고 10분만 가면 도착하는 장계관광지에서는 정지용의 문학작품을 색다르게 느낄 수 있는 시비와 조형물이 있어, 가볍게 강변을 산책하면서 문화의 향기에 취해볼 수 있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