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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밝혀지면 시민의식이 깨어난다

글 전병열 본지 편집인  / 2017-11-17 11:39:55

촛불은 민주 시민의식의 표현이다. 촛불이 꺼지지 않는 한 민주국가는 지켜질 것이다. 대한민국은 촛불이 국민의 여망을 승화시켰다. 앞으로도 촛불이 집단지성으로 시민의 힘을 상징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촛불이 부패한 정권을 몰아내고 적패 청산과 국가 개혁을 전제로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켰다. 이제 그 촛불이 이를 지켜보고 평가할 것이다. 대한민국 개조를 열망하는 다수의 국민이 그 촛불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청계광장과 광화문광장에 시민의 촛불이 켜졌다. 이날을 기점으로“박근혜 퇴진”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의 함성은 전국에 메아리치고 도처에 촛불의 바다를 이뤘다. 총 23차례에 걸쳐 1,700만 명의 민주시민이 촛불을 든 것이다. 그 결과 지난 3월 10일 오전 11시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판결 선고가 내려졌다. 이정미 소장대행의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주문이 내려지는 순간 촛불의 함성은 지축을 흔들었다. 무능한 대통령의 국정 농단에 궐기한 촛불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로 세운 것이다. 촛불이 타오르던 6개월 동안 폭력 시비나 구속자가 단 한 건도 없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이 같은 비폭력 · 평화적 시위가 승리를 일궈낸 것은 역사적 기록이다. 전 세계가 주목했으며, 경탄해 마지 않았다. 촛불은 대한민국을 대동단결하는 구심점 역할도 해냈다.

촛불을 밝힌 지 1년, 국가는 그 열망에 얼마나 부응했을까. 대한민국의 환부를 도려내기 위한 작업이 국민 다수의 지지 속에 전방위적으로 펼쳐지면서 그 진통이 느껴지고 있다. 지난 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 의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74%를 기록하고 있다. 긍정 평가 이유로는 적폐 청산과 개혁 의지가 14%로 가장 많이 나타났다. 적폐 청산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1호다. 그런데 문 정부의 개혁 의지를 담은 적폐 청산을 놓고 일각에서는 정치 보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한겨레가 ‘촛불 혁명’ 1년을 맞아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적폐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7.8%로 나타났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국기문란과 인권유린, 민주주의 파괴 행위 등을 철저히 파헤쳐 다시는 이 같은 적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관행이었다며 정치 보복이라고 항변하는 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대한민국의 적폐는 청산될 수 없다.

그런데 대변혁을 이뤄야 할 정부 정책들은 제도 개혁에서 발목이 잡혀있다.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입법이나 법 개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발표한 100대 촛불 개혁 과제 중 지금까지 실현된 것은 ‘이재용 등 재벌 총수 구속’과 ‘검찰의 청와대 편법 근무 방지’ 등 2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게다가 국회 입법이 필요한 69개 과제는 단 하나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니 자칫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 국민 전체의 동의가 없는 한 이해 집단 간의 권익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수구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은 상대적 박탈감에 사생결단으로 개혁을 저지하려 할 것이다. 여기에다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에 눈먼 권력이 부추기면 그야말로 한 치의 양보도 용납하지 않는 극한 대립으로 몰고 가게 된다. 적폐 청산과 정치 보복이라며 선동적 표현으로 국민을 호도하려는 세력도 있을 수 있다.

다수의 국민은 관행이라고 해서 용납하지 않는다. 법대로 처벌하고 관련 법이 없다면 ‘죄형 법정주의’ 원칙에 입각해 조속히 입법, 처리하길 바랄 뿐이다. 대한민국의 적폐 청산은 시대적 소명이라는 것이 이미 지난 촛불에서 밝혀졌었다. 다만 미래가 없는 적폐 청산은 정치 보복이 될 수밖에 없다. 적폐 청산을 통해 범죄자를 척결함으로써 반면교사로서의 미래가 있다. 또한, 적폐 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또 다른 적폐를 발생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특히 촛불의 의도와 달리 정적(政敵)을 마녀사냥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지난 10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의 대다수는 과거사 들춤?보복 정치(30%)를 문제로 지적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적폐 청산과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대한민국 개조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글 전병열 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