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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의 취소와 재산분할청구

상담 · 전극수 변호사  / 2017-09-19 14:05:03

질문 : 저는 20대 초반 나이에 같은 또래의 남자와 결혼을 전제로 동거생활을 했는데, 동거생활을 하던 중 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습니다. 그 당시 그 남자는 저의 임신 사실을 알고는 곧바로 저를 떠났고, 혼자 남은 저는 고민 끝에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저는 미혼모의 신분으로 그 아이를 키울 수가 없었기 때문에 출산한지 며칠 되지 않아 그 아이를 어느 베이비박스에 두고 왔습니다.

저는 그 뒤 15년 동안 혼자서 열심히 살았으며, 3년 전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결혼했습니다. 결혼할 당시 남편은 초혼이었고, 저도 초혼이라 했으며, 물론 출산한 전력에 대해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그 아이가 저를 찾아 와서 그동안의 양육비, 앞으로의 양육비를 달라고 했고, 남편이 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남편은 제가 다른 사람과 동거한 전력, 출산한 전력 등을 속이고 결혼했다고 하면서 혼인을 취소하겠다고 합니다. 저는 혼인생활동안 남편과 같이 식당을 운영해 오면서 갖은 고생을 했으며, 결혼 전 저의 돈과 가게 수입으로 남편명의로 된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저와 남편의 혼인은 취소되는지요? 이때 저는 남편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지요?


답변 : 민법에 의하면 혼인의 취소사유에는 ①혼인적령, 동의가 필요한 혼인에서 동의, 근친혼 등의 금지, 중혼금지 규정에 위반한 때 ②혼인 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가 있음을 알지 못한 때 ③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해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가 있습니다.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하면 당사자는 일정한 기간 이내에 법원에 혼인취소를 청구할 수 있고, 법원에서 혼인을 취소하면 혼인취소가 될 때까지는 혼인의 효력이 있으며, 혼인취소가 된 때부터 앞으로 혼인의 효력이 소멸되게 됩니다.

상대방 등의 사기로 인해 혼인의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 이내에 법원에 혼인취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사기와 관련해 사기는 적극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고지한(알리는 것) 경우뿐만 아니라 소극적으로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침묵한 경우도 포함됩니다. 다만 불고지 등의 경우에는 법령, 계약, 관습 또는 조리상 사전에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인정돼야 합니다. 이때 관습 또는 조리상 고지할 의무가 인정되는지는 당사자들의 연령, 초혼인지 여부, 혼인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때까지 형성된 생활관계의 내용, 당해 사항이 혼인의 의사결정에 미친 영향의 정도, 당해 사항이 부부가 애정과 신뢰를 형성하는 데 불가결한 것인지, 또는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영역에 해당하는지, 상대방이 당해 사항에 관련된 질문을 한 적이 있는지, 상대방이 당사자 또는 제3자에게서 고지 받았거나 알고 있었던 사정의 내용 및 당해 사항과의 관계 등의 구체적· 개별적 사정과 더불어 혼인에 대한 사회일반의 인식과 가치관, 혼인의 풍속과 관습, 사회의 도덕관· 윤리관 및 전통문화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합니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므654 판결).

이 사건에서 질문자가 과거에 다른 남자와 동거한 사실, 출산의 전력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혼인취소 사유인 사기에 해당하는지가 문제입니다. 위 판례에서는 어린 나이에 강간을 당해 아이를 출산하고, 출산직후부터 아이를 양육하지 않은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행위에 대해 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질문자가 결혼을 전제로 6개월간 동거를 했음에도 초혼이라고 했던 점, 동거과정에서 임신한 아이를 출산한 전력을 알리지 않은 점이 있고, 나아가 남편이 이를 알았더라면 질문자와 혼인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된다면 사기로 인한 혼인취소 사유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이는 답변자의 사견으로 실제 재판에서는 인정되는 사실을 종합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한편, 질문자와 남편의 혼인이 취소되면 질문자는 남편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질문자는 혼인기간 중 쌍방의 노력에 의해 형성된 재산에 대해 남편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상담 / 전극수 변호사
제26회 사시합격, 숭실대학교 법대 교수
재부의령군향우회 전 회장
환경문화연합 고문
국제라이온스(355-A지구)법률자문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