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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미술관] The Selby House

글·여행작가_문자영  / 2017-07-19 14:29:20

[사진] 대림미술관 외관


대림미술관 The Selby House

햇살 좋은 봄날, 대림미술관에서는 ‘셀비’라는 이름을 가진 아티스트의 ‘집’이야기가 화제다.

5월 초 긴 연휴로 나들이 계획을 잔뜩 세웠지만, 해도 너무한 황사와 미세먼지 탓에 집에만 있어야 했던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필자도 그런 사람 중 하나. 그러면서 ‘집’을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평소 ‘집’은, 자는 곳이거나 옷과 신발 등 나의 짐이 보관되어 있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곳으로 생각했었기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낯설게 느껴진 연휴였다. 그러면서 이 전시회에 자연스레 눈이 가게 되었다.


MAXIMALISM

셀비를 대표할 수 있는 영어 단어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MAXIMALISM’이다. 맥시멀리즘. 우리말로 다다익선이라고 하면 될까. 너무도 많은 물건들과 색채들이 낱개로 흩어져 다닌다. 셀비의 머리와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매우 혼란스럽고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게 느껴질 터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도 워낙 많고 그것들을 다 표현하려고 하며 정돈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은 이 예술가에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이다.


[사진] Things I Like

‘Things I Like’라고 적어놓은 셀비의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 좋아하는 것도 많고 그것들은 다 소유하고 표현해야 하는, 창의적 욕심쟁이 셀비다.


COLORISM

또 하나 셀비의 세계를 대표하는 특징은 다채로운 색감이다. 다양하고 활기찬 색깔들은 사람에게 힐링을 선사한다. 컬러링북을 색칠하는 것이 감성 치유 및 취미 생활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그만큼 색깔이 사람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미술관 외부에서부터 느낄 수 있듯이 셀비는 다양하고 색깔 그리고 밝은 색감을 이용한다. 그로 인해 동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도, 무언가 의욕을 북돋는 느낌을 가지게도 되는 셀비의 세계. 역시 누군가에게는 정신 사나운 느낌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셀비의 세계가 사랑스러운 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모든 것을 펼쳐놓고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사진] SELBY THE DREAMER

너무나도 많은 색감이 따로 노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그것 자체가 하나가 되어 셀비’s COLORISM을 완성한다. (대림미술관에서 Color your life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개최한 적 있다. 이 역시 매우 많은 관람객들을 모았으며 색이 주는 다양한 느낌-질감과 양감 및 디자인-을 표현한 바 있다. 컬러리스트라는 직업도 있듯이 감성 힐링 측면에서 꾸준히 떠오르고 있는 부분이다.)


HUMANISM

인간의 삶에서 가장 원초적인 의식주 생활, 인간의 여러 욕구 중에서도 무섭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소유욕, 그리고 어른이 되길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키덜트적 성질이 한꺼번에 담겨 있는 전. 셀비는 많은 사진과 그림 그리고 설치미술 등 작품에서 인간 그 자체를 담아낸다.

셀비는 자신과 친한 사람들의 집이 어떤지 매우 궁금해 했고 그들의 집을 사진으로 찍어 작품으로 남겼다. 거기에 음식과 관련한 식생활, 패션과 관련된 의생활까지 셀비는 인간 삶에 대한 기초적인 부분에 대한 관찰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셀비의 집 전시회가 특별한 이유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멋들어지게 보이는 이유. 거기에 멋을 내려하지 않는 셀비의 솔직함이 매력 포인트로 작용한다. 그것은 소유욕과 ‘어른이’적인 마인드라고 볼 수 있다.


[사진] SELBY THE NEIGHBOR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과거를 잘 잊지 못하고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거기에 ‘내 것’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정신적인 소유를 해버리는 그러한 특징을 셀비는 전면에 내세운다. 이러한 솔직한 본능들이 모이고 모여 셀비의 지저분한 방을 만들었다고 하면 과언일까. 누군가는 지저분하게 느낄 수도 누군가는 아티스트의 멋들어진 방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여타 많은 심리적 기질 특히 본능적인 욕구들이 집약되어 있는 공간으로 보인다.


[사진] 작업실

어떠한 생각들이 정리되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무수하게 많은 것들을 잊어버리는 일 없이 죄책감 없이 마음껏 펼쳐내는 공간이라고나 할까. 한편 부럽기도 하다. 필자는 버려야 하고 정리를 해야 하는 심리적 강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에. 무소유와 미니멀한 삶이 화제가 되기도 하는 요즘 시대이지만 정보 홍수와 폭풍 스마트한 시대에 그러한 삶을 표방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정도로 어지러운 세상이다. 그러한 세상 속에서 셀비는 당당하다. 그리고 솔직하다.

어릴 적 부모님이 정리 좀 하라는 잔소리에도 전혀 굴하지 않고 방을 사진과 같이 해놓으면서 본인의 창작의 원천이니 절대 치우지 않았다던 셀비. 그의 세계가 지금 대림미술관에서 한창이다. 그를 통해 색다르고 솔직한 인간미를 느끼게 되는 공간이다. 게다가 그의 방을 통해 가장 크게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나의 집이 지금 너저분하게 이것저것 널려 발 디딜 틈 없다 해도 그것은 정리를 못해서가 아니다, 나를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이며 나의 창작욕을 죽이지 않는 방법 중 하나다, 라고 주장할 수 있는, 합리화할 수 있는 근거를 얻을 수 있다는 것!


글·여행작가_문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