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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군 트래블] ‘연천’에서 한반도 역사의 흔적을 읽다

유지은 기자 yje@newsone.co.kr  / 2017-05-04 11:28:09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안다’라는 말처럼 지금 우리나라를 알기 위해서는 그 전의 모습을 알아야 한다. 한반도가 시작부터 어떤 일을 겪어서 지금이 되었는지. 그 해답이 ‘연천’에 있다. 사람이 살기도 전에 겪었던 일이 나이테처럼 기록돼있는 지질 유산부터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호모에렉투스의 구석기 모습이 연천에 남아있다. 그 흔적을 따라 지금까지 이르다 보면 분단의 아픔을 지난다. 역사 그리고 세월이 훑고 지나간 곳, 연천은 그 모든 것의 흔적이다.
 

한반도 첫 인류의 시작


한반도 첫 인류의 시작을 찾아낸 건 다름 아닌 미군 병사였다. 1978년 연천 전곡리에서 미군병사 그렉 보웬은 돌 하나를 발견한다. 다행히도 고고학을 배웠던 그는 돌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 돌은 유럽, 아프리카 외 동아시아에서는 한 번도 발견되지 않은 아슐리안형 주먹도끼였다. 돌 하나가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주먹도끼는 인류 진화의 비밀을 밝히는데 중요한 지표가 되는 도구이다. 또한, 연천군의 주먹도끼 발견은 그간 아시아가 인종적으로 열등하다는 모비우스의 학설을 뒤집는 계기가 됐다. 연천 선사유적이 다른 곳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것도 그 이유다.

- 연천 전곡리 유적지

단순히 선사시대 문화가 아니라 동아시아 인류의 시작을 보여주는 ‘연천 전곡리 유적지’는 학술적으로 중요한 유적지다. 전곡 선사박물관을 지나 위로 올라가면 돌도끼를 쓰던 그때 그 시절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30만 년 전의 그들이 튀어나온 것처럼 넓은 평원에는 선사인들의 모습을 한 모형이 있다. 또한, 그때 인류와 같이 살았던 덩치 큰 매머드와 위협적인 송곳니를 가진 검치호랑이도 있다. 돌로 무기를 만드는 모습, 다 같이 사냥에 나서는 모습이 생생하게 꾸며져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선사생활을 체험한 기분이다. 지푸라기로 한껏 쌓아 올린 움막 안에 들어가면 그들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밖에서 험난하게 사냥하고 온 음식을 다 같이 나눠 먹고 온기를 나눴던 집. 겉모습이 화려하지 않지만, 그 시절 그들에게는 야생을 피해 안정을 느낄 수 있는 가장 평화로운 곳이었을 것이다.

넓은 평원에서 뛰어다니는 토끼를 따라 토층 전시관으로 향하다 보면 구석기 체험존을 지난다. 움막 짓기, 가마솥 밥 짓기, 구석기 불 피우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토층전시관에는 실제 발굴 피트 내부가 그대로 전시돼있다. 역사와 유적을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산책길과 야생화단지가 잘 조성돼있어 풍경을 보며 거닐기 좋다.

- 전곡 선사박물관

은빛 아름다운 곡선을 뽐내는 전곡 선사박물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원시성과 현대성이 공존하는 최첨단 유적 박물관이다. 긴 인류의 역사를 따라 건물도 길쭉한 모양이다. 건물에 구름이 그대로 비쳐 마치 하늘이 건물에 누워있는 듯하다. 독특한 외형에 사로잡혀 안으로 들어가면 인류의 진화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바닥에 표시된 ‘시간의 선’을 따라 전시실로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시간여행에 빠지게 된다. 상설 전시뿐 아니라 2018년 2월 28일까지 <구석기 비너스가 부르는 노래>라는 연천구석기축제 25주년 기념 특별전도 진행한다. 그 외에도 선사시대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도서실과 그 시대 소지품을 통해 생활상을 알아보고 석기 체험할 수 있는 체험공간도 있다.

 

한탄강은 땅이 했던 모든 일을 알고 있다




물살이 급하게 흐르는 여울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한탄강(漢灘江). 거친 물살만큼 강 주변도 매끄럽지 않다. 세월의 흔적이 거칠게 남겨진 절벽과 주상절리, 협곡 등이 한탄강을 둘러싸고 있다.

사람이 발을 딛기 전 이 땅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탄강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 지질시대의 역사를 고스란히 자신의 몸에 남겼다. 지구의 과거는 크게 4개의 지질 시대로 구분되는 데, 그중 가장 오래된 시기인 20억 년 전 선캄브리아 시대부터 신생대까지의 지층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질탐사를 위해 많은 학생들이 찾는다. 지질 시대를 지나 지금의 한반도 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 시절에 어떤 생물이 한탄강과 함께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그 흔적은 마치 오래된 일기를 펼쳐놓은 듯하다.

- 한탄강 관광지

시원한 물만큼이나 빼어난 풍경 덕에 한탄강은 여름이면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야외 캠핑시설과 자동차 야영장은 기본이고 한탄강 어린이 교통랜드, 어린이 캐릭터 공원, 물놀이장 등 어린이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많아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인기다. 오토캠핑장은 한탄강관광지 사이트(http://hantan.co.kr)나 한탄강관리사무소(031-833-0030)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7월 14일까지 금요일과 휴일 이용료를 최대 40% 할인하고 있다.

- 재인폭포



연천(漣川)의 연(漣)이 ‘눈물 흘리다’라는 의미여서일까. 연천읍 고문리에는 재인(才人)의 눈물이 흐르는 곳이 있다. 슬픈 사연이 담긴 눈물은 높이 18m나 되는 절벽에서 줄기차게 쏟아진다. 옛날, 재인의 아내를 탐낸 고을 수령이 재인에게 폭포에서 줄을 타게 하고는 그 줄을 끊어 그를 죽게 했다. 그의 한이 서린 폭포가 바로 ‘재인폭포’다. 그의 슬픔과 달리 폭포의 물빛은 한없이 푸르다. 재인폭포를 만나러 가는 길은 허공에 줄을 타듯이 투명한 유리 바닥 즉, 스카이워크로 돼 있다. 아찔하지만 발아래 펼쳐진 시원한 풍광을 보면 입에선 두려움보다 감탄이 먼저 나온다. 연천 제1경답게 폭포 외에도 기괴한 모양의 현무암 돌기둥과 하식동굴, 폭포 아래 깊숙이 파인 포트홀 등 볼거리가 많다.

- 차탄천 주상절리 트래킹

차탄천은 경원선 기찻길을 따라 흐르는 한탄강의 작은 지류다. 작은 하천임에도 불구하고 용암협곡과 주상절리가 있어 역동적인 풍경을 느낄 수 있다. 연천읍에서 전곡읍까지 약 9.9km에 이르는 트래킹 코스는 지질 시대의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장소다. 주상절리와 폭포는 기본이고 다른 강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용암지대 평원, 널빤지처럼 수평으로 쪼개진 판상절리, 용암댐, v자 협곡, 수직단애와 신생대에 퇴적된 자갈퇴적층인 백의리층까지 있어 주변을 보는 것만으로도 살아있는 지구과학 공부가 된다.

* 차탄천 트래킹 코스 (9.9km, 약 3시간 소요)
현충탑 - 차탄교 – 차탄천 주상절리 – 은대리 주상절리 – 은대리 판상절리 – 장진교 - 은대리성


 

분단의 아픔에 평화와 희망의 꽃을 피우다




남과 북을 연결하던 임진강은 이제 남과 북을 나누는 강이 됐다. 가까이 보이지만 가닿을 수 없는 곳이 이 강 너머에 있다. 전쟁의 상처와 분단의 아픔만 있는 이곳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평화와 희망의 꽃이 피고 있다.

- DMZ(Demilitarized zone)

한국전쟁이 잠시 숨을 멈춘 휴전선을 기점으로 각각 4km의 공간을 둔 비무장지대 DMZ. 한국이 빠르게 산업화하는 동안에도 이곳은 지난 40여 년간 출입이 통제됐기 때문에 그 순간으로 여전히 멈춰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다양한 생물자원과 아름다운 경관이 보존돼 자연 생태계의 보고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천군은 경기도에서 가장 넓고 긴 DMZ 구간을 가진 만큼 파괴되지 않은 자연과 멸종위기의 생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자연을 체험하고 학습하기에 좋다.

겨울이면 두루미와 철새가 우리와는 달리 휴전선을 자유롭게 넘어온다. 임진강 상류의 빙애여울과 장군여울같이 낮은 여울에서 목을 축이는 두루미는 주변 율무를 주워 먹으며 겨울을 보낸다. 이런 모습은 두루미 관찰대에서 망원경을 통해 관찰할 수 있다. 두루미 관찰대 주변에는 유일하게 임진강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임진강평화습지원과 로하스 파크, 태풍전망대가 있으니 함께 둘러보면 좋다.

안보관광의 경우 9시~16시까지로 출입시간이 정해져 있고 매주 화요일은 휴무이다. 또한, 부대 훈련 등의 상황으로 불시에 통제될 수 있다. 민간인 통제 구역은 신분증을 제시해야 출입이 가능하고, 출입 후에는 초소의 안내에 따라 행동하고 개별행동은 삼가야 한다.

- 태풍전망대



천하무적 태풍부대에서 건립한 태풍전망대는 휴전선까지 800m밖에 안 되는, 휴전선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다. 망원경 없이 맨눈으로도 북한 땅과 군인이 보이고, 맑은 날이면 개성 인근까지 보인다.

태풍전망대에는 실향민의 망향비와 한국전쟁의 전적비, 6․25 참전 소년전차병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전시관에는 임진강 필승교에서 수습한 북한의 생활필수품과 일용품, 그리고 무장간첩이 이용한 침투 장비 일부가 전시돼 있다.

- 열쇠전망대

열쇠전망대는 북녘을 바라보며 망향의 한을 달래고 안보를 교육하기 위해 육군 열쇠부대(육군 제5사단)가 1998년에 건립했다. 오랜 휴전으로 인해 안보 불감증에 빠지기 쉬운 전후 세대에게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 알리는 대표적인 안보관광 코스다. 내부 전시실에는 북한의 생활용품과 대남 전투 장비가 전시돼 있어 북한의 실제 모습을 단편적으로 엿볼 수 있다.

- 신탄리역(철도중단점)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푯말 하나로도 느껴지는 분단의 아픔. 한국전쟁 이전에 서울과 원산을 오가며 사람과 물자를 실어나르던 기차는 신탄리역에서 멈췄다. 평화를 향해가던 기차는 길을 잃었다. 신탄리역에서 옛 철원역을 지나 휴전선 너머 평강 사이의 철길은 없어졌다. 지금은 동두천역에서 철원 백마고지역까지만 하루 11회 통근 열차가 왕복한다.


유지은 기자 yje@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