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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남부의 잔잔한 두 도시, Kaohsiung & Kenting

A Calm Southern City of Taiwan

글과 사진 / 월간 뚜르드몽드 차예리 기자 www.tourdemonde.com  / 2017-04-13 15:39:36






















타이완 남부의 매력적인 두 도시, 가오슝과 컨딩으로 향했다. 도심의 재미와 자연의 여유로움을 모두 간직한 남부의 시간은 빠르고도 잔잔하게 흘러간다. 가오슝에서 타이완 정통 불교의 시작을 마주하고 컨딩에서 눈부시게 맑은 바다에 빠졌다.

글과 사진 / 월간 뚜르드몽드 차예리 기자 www.tourdemonde.com


타이완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기 마련인 타이베이를 외면한 채 타이완의 남쪽으로 향했다. 남부의 최대 도시인 가오슝과 현지인이 사랑하는 휴양지인 핑둥(屛東)현 컨딩은 단독으로 여행하기 보다는 타이베이와 함께 묶어서 여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짧은 일정으로 후다닥 보고 떠나가기엔 이들 도시가 가진 매력이 너무나도 아깝다. 타이베이에서 고속 전철로 2시간 정도면 금세 도착하는 가오슝과 작은 남부 도시들은 도시의 재미와 자연의 여유로움을 모두 가졌다. 타이베이에 비해 관광이 덜 개발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느릿하고 빈틈 많은 여행이 가능하다.

가오슝을 흔히 우리나라의 부산에 비유하곤 한다. 부산이 고향인 기자가 직접 느껴본 소감을 말하자면 실제로 비슷하다는 것. 제2의 도시라 불리는 것도, 거대한 컨테이너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항구도,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만나게 되는 눈부신 바다 풍경도 부산의 그것과 많이 닮았다.

타이완 남쪽은 아열대지역으로 일 년 내내 온화하지만 5월부터 9월까지는 상상 이상으로 덥고 습하다. 도저히 여행을 즐길 수 없을 만큼 뜨거운 타이완의 여름은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제 곧 다가오는 10월부터 12월은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와 비슷해서 여행하기에 가장 좋을 때.

불타 기념관(佛陀紀念館)을 감싸 안는 황금빛 부처좌상



가오슝에서 대만 정통 불교의 시작을 만났다. 불타 기념관은 티베트 사원에서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셔오면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어졌다. 진신사리를 모셔놓은 본관과 여덟 개의 팔정도 탑, 120미터의 황금빛 부처좌상은 2011년에 완공되었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크다는 부처좌상은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멀리서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불타 기념관을 중앙에서 내려다보며 아우르고 있는 형상이다.

각각 다른 주제로 전시된 여덟 개의 탑을 둘러보면서 본관까지 향했다. 팔정도탑은 중국양식, 본관은 인도양식으로 지어져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본관은 수행을 뜻하는 37개의 계단, 18 나한상 등의 불교적 의미를 담고 있고, 부처의 일대기와 불광산의 역사 등을 주제로 하는 전시관이 있다. 본관에 모셔졌다는 진신사리를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 전에 예약을 해야만 한다.

사찰이거나 산이거나, 불광산(佛光山)

사찰과 산의 구분이 무의미한 곳. 사찰이 산이요, 산이 곧 사찰인 불광산은 타이완 4대 사찰 중에 하나이다. 불타 기념관에서는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한다. 산의 지형이 그대로 살아있어 사찰을 걷는데 마치 등산을 하는 것처럼 숨이 찬다. 불광산에 올라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웅장한 대웅전이다. 대웅전 내부의 모든 벽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는 것은 크고 작은 부처상들. 모든 구멍들마다 작은 불빛과 부처상이 수놓아있는 모습은 가까이 다가가 볼수록 진가를 발휘한다. 대웅전의 중앙에 가만히 서있으면 수 만개 부처상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아 겸허해진다. 꽃 공양을 드리고 향초를 피워 올리며 신비로운 분위기에 취했다.



대웅전을 나와 이어지는 길은 대불성을 찾아가는 언덕이다. 40미터 높이의 대불성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420존의 부처상을 지나야만 한다. 사실 대불성보다 먼저 시선을 빼앗긴 것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가오슝의 소소한 풍경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조용하고 따뜻한 가오슝을 배경으로 보이는 부처상의 미소가 온화하다. 대불성에서 지장전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소원 연못에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어보자. 믿거나 말거나 관음상 앞의 종을 맞추면 소원이 이뤄진단다.

1 Day Trip

컨딩에서의 하루가 주어진다면 당신의 24시간은 바다와 함께하게 될 것이다. 핑둥(屛東)현 컨딩은 타이완 사람들이 인정하는 남부의 휴양도시다. 평소에는 조용하다가도 휴가철이 되면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마치 휴가를 맞이한 타이완 사람들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컨딩을 찾았다. 가오슝에서 차로 약 2시간이 소요 되는 컨딩은 현지 여행사의 데이투어 상품을 이용해도 좋고, 자유여행으로 즐겨도 좋다.

1st, 타이완의 바닷속으로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도시의 아쿠아리움에 가는 것을 즐긴다. 같은 펭귄, 같은 물고기라도 어떤 물에 사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믿기 때문. 국립해양생물박물관은 흔히 컨딩 아쿠아리움이라고 불린다. 대만 최고 규모이니 꼼꼼히 둘러보려면 여유롭게 반나절을 투자하는 것이 좋다.

국립해양생물박물관은 산호왕국관과 대만수역관, 세계수역관으로 구분된다. 산호왕국관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귀여운 산호와 수중터널 수족관, 고래관 등을 만날 수 있다. 산호초 속을 요리조리 다니는 작고 알록달록한 열대물고기들을 구경하느라 아이들의 코가 유리벽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터치 풀 존에서는 불가사리와 작은 물고기, 해삼을 만지는 아이들의 손가락이 퉁퉁 불어간다. 머리 위로 펼쳐진 84미터의 수중터널 수족관에서는 대형 가오리와 상어 등 3,000여 마리의 해양생물이 헤엄친다. 마지막 대만수역관은 대만의 바다와 강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을 테마로 한다. 아이들과 함께 간다면 국립해양생물박물관 홈페이지(www.nmmba.gov.tw)를 통해서 매일의 프로그램과 시간 등을 미리 확인하고 참여해보자.

2nd, 컨딩 바다를 감상하는 최고의 뷰포인트

사실부터 말하자면 고양이를 닮은 묘비석를 기대하고 갔다가는 실망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봐도 고양이로 보이지 않는 평범한 바위를 보고는 고개를 가로젓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묘비석의 옆으로 펼쳐진 바다의 풍경은 믿고 볼만하다. 시원하게 탁 트인 하늘과 코발트 빛깔의 바다는 휴양도시 컨딩의 자랑이다.

3rd, 새하얀 바이샤완白沙灣 해변



수중 탐험을 하고 풍경을 감상하는 것보다 바다를 가장 제대로 느끼는 방법은 직접 모래사장을 밟고 몸을 담가보는 것이다. 파도를 타며 수영을 하다가 따뜻한 모래사장에 온몸으로 누워 컨딩을 끝까지 경험하자. 조건이 여의치 않다면 적어도 발이라도 담가보길.

바이샤완 해변은 이안 감독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의 엔딩씬을 장식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해변의 입구에서 영화에 등장했던 호랑이와 배의 동상을 발견할 수 있다. 국내 드라마 중에서는 지난해 방영되었던 ‘여왕의 꽃’의 배경지로 선택되기도 했다. 바이샤완 해변은 TV와 스크린에 등장할 만큼 청량하고 투명한 에메랄드빛을 가졌다.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휴양지임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이미 많은 여행객들이 찾아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