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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 트래블]천 년의 역사, 그 위에 다시 그려지는 ‘합천’

유지은 기자  yje@newsone.co.kr / 2017-04-11 17:16:17









































천 년의 역사를 지닌 합천. 합천 하면 해인사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의 천 년 세월을 품어왔다. 그 역사 위에 합천은 지금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 영화나 드라마 속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영상테마파크, 사계절 화려한 색을 담은 황매산, 황강에서 펼쳐지는 다이내믹 스포츠. 저마다 다른 모습이지만 이 모든 게 합천이다. 하나가 아닌 다양한 모습을 지닌 지금의 합천을 만나보자.

마음속 소리를 따라 걷는 ‘해인사 소릿길’
해인사 소릿길은 자연의 소리로 가득하다. 두 귀를 가득 메우는 소리에 속세의 삶이 무색해진다. 이 길에서 ‘소리’는 단순히 듣는 사운드(sound)을 넘어서 소리(蘇利) 즉, 이로운 것을 깨닫는다는 의미가 있다. 해인사에서 시작해 붉게 물든 홍류동 계곡을 지나 대장경테마파크까지 이르는 7km 남짓한 거리를 조용히 걸으며,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이 길에서는 때론 대화보다 침묵이 더 많은 말과 깨달음을 건넨다는 것을 알려준다.

-해인사, 부처의 가르침을 듣다
가야산 중턱에 자리 잡은 해인사는 숲에 둘러싸여 있다. 가야산이 품은 해인사는 그 안에 더 소중한 것을 담고 있다. 바로 부처님의 말씀 경(經), 부처를 따르는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 율(律), 부처의 가르침 론(論)이 적혀있는 대장경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완벽하다고 평가받는 팔만대장경이 해인사에 있다. 고종 38년(1251)에 완성된 팔만대장경이 지금까지 전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해인사 덕이다. 해인사의 장경판전은 자연의 원리로 해충과 습도를 조절해 천 년의 세월 동안 경판을 지켜냈다. 그 때문인지 해인사는 습기 찬 곰팡이 냄새가 아니라 시원한 나무 향기로 가득하다. 나무향뿐 아니라 해인사 절경 또한 청량하고 상쾌한 느낌을 준다. 팔만대장경을 비롯한 판전 및 불교 유물은 더 나은 관리를 위해 성보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으니, 팔만대장경의 존재감을 잠시 뒤로 미뤄두고 해인사 자체의 매력을 느껴보자.

-소릿길 중심에 서다 ‘홍류동 계곡길’
해인사와 대장경테마파크를 잇는 홍류동 계곡길은 해인사 소릿길의 백미이다. 가을 단풍이 물까지 붉게 물들여 홍류동(紅流洞)이라 불리는 계곡길은 계절마다 제 모습을 바꾼다. 봄에는 진달래로 꽃향기를 내고, 여름이면 더 시원한 계곡 소리, 가을은 단풍이 붉은 흔적을 남기고, 겨울에는 새하얗게 덮인 눈까지 사계절이 아름답다. 산을 따라 고요하게 흐르는 물소리에 소박한 대화를 나누다가도 바위를 치며 거세게 쏟아지는 폭포에는 모든 소리가 파묻힌다.

-팔만대장경의 일생을 한눈에 ‘대장경테마파크’



팔만대장경은 7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한 자 틀림없이 모두 기록된 목판 대장경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재에도 등재됐다. 그 대장경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한눈에 보기 위해 조성한 곳이 대장경 테마파크다. 해인사의 설명서 같은 이곳에선 해인사, 대장경과 불경의 탄생까지 자세히 설명해준다. 또한, 오는 10월 20일부터 11월 5일까지 17일간 대장경 세계문화축전이 열리니 놓치지 말자.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합천영상테마파크’
합천호를 따라 백리에 걸쳐 꽃 피운 벚나무를 넋 놓고 보다 보면 어느새 1980년대에 도착한다. 일제강점기와 1980년대로 시간 여행한 듯한 합천영상테마파크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 세트장이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시작으로 <전우치> <써니>를 비롯해 드라마 <각시탈> <에덴의 동쪽> 등 180여 편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그 영화, 드라마 속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서 이곳이 만들어졌다. 길목마다 그 시절이 스며들어 있어 이곳을 걸을 때면 시간이 멈춘 느낌이다. 그냥 보고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지만, 그 시대를 깊이 알고 싶다면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하자. 1980년대 허름한 뒷골목과 선술집을 보면서 그 시절 친구들이 술 한잔하고 장부에 이름을 적어 외상했다는 평범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중장년층에겐 추억을, 젊은 세대에겐 자신이 겪어보지 않은 세대를 경험하는 이색적인 체험이 된다.



이곳의 시간은 멈췄지만 세트장은 멈춰있지 않다. 살아있는 일부 세트장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먼저 전차는 경성역을 중심으로 일제 강점기 서울 도심을 한 바퀴 지난다. 천천히 움직여서 멈춰있지 않아도 바로 잡아탈 수 있다. ‘대흥 극장’에서는 ‘대한 뉴스’도 나온다. 그때 유행했던 진로 소주 · 금성 텔레비전 · 트라이 속옷 선전과 뽀빠이 선전 등이 나온다. 또한, 주말에는 ‘추억의 명화’도 상영된다. 옛 서울로 떠나는 이곳이 한여름 밤이면 고스트파크로 떠나는 호러 축제로 변한다. 귀신이 난무하는 이 축제는 소름과 닭살을 얻는 대신 무더위를 한 번에 날려버린다.

테마파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청와대 크기를 68% 축소한 청와대 세트장이 있다. 청와대 특유의 청빛 마루와 정원을 잘 표현해 마치 서울 종로에 있다는 착각을 들게 한다. 안쪽에는 대통령 집무실부터 회의실, 접견실까지 있어 방문과 촬영이 어려운 실제 청와대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이 외에도 2018년에 정원 테마파크와 분재공원이 완공되면, 더 다채로운 제2의 영상테마파크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황매산’의 진분홍빛 융단을 타고
황매산은 예로부터 정성껏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을 이뤄준다고 해 아는 사람만 알던 곳이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세월이 긴 덕에 자연경관이 훼손되지 않았다. 1983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지금은 정상까지 자동차도로가 이어져 많은 사람이 찾는다. 귀가 먹먹해질 때까지 꼬불꼬불한 길을 오르면 단숨에 황매산 정상에 오른다. 물론 시간과 체력적 여유가 있다면, 모산재를 따라 걷는 산책길을 추천한다.

봄에 만개한 철쭉군락은 화려한 색감으로 황매산을 뒤덮는다. 빈틈없이 빽빽이 채워져 마치 산 위에 진분홍빛 융단을 얹어 놓은 듯하다. 그 수줍은 분홍빛은 여름이면 푸르름으로 변하고, 더위가 한풀 꺾일 쯤에는 황금빛 억새가 고개를 내밀며 가을을 맞이한다. 겨울의 눈꽃은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다워 한 계절 딱 골라 올 수 없다. 무엇보다 높게 솟은 나무가 없어 조금만 올라서도 풍경이 확 트인다. 잠깐만 있기 아쉽다면, 황매산 군립공원 내 ‘황매산 오토캠핑장’을 이용하자. 밤하늘을 이불삼아 황매산을 베개삼아 캠핑장에 몸을 뉘이면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예약 및 문의는 황매산오토캠핌장 사이트(http://camp850.com)를 참고하면 된다.

* 황매산 추천코스: 영암사지 → 돛대바위 → 무지개터 → 모산재(767m) → 순결바위 → 국사당 → 영암사지 (도보 약 1시간 30분 ~ 2시간)


황강여름바캉스축제, 여름을 부탁해



‘합천은 황강의 땅이다’라는 말처럼 황강은 합천의 중심부를 가로질러 흐른다. 맑고 깨끗한 황강은 바다같이 모래사장을 지니고 있다. 황강은 조용한 합천을 다이내믹하게 만든다. 평소에는 물 흐르는 소리만 들리다가, 여름이면 레포츠를 즐기러 온 사람들의 발소리로 소란스럽다. 야영과 수상 레포츠(바나나보트, 웨이크보드, 모터보트, 래프팅 등)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땀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시원함이 남는다. 특히, 7~8월 동안 열리는 신개념 워터파크 ‘엘로우리버비치’는 각종 슬라이드 기구와 인공파도 위 보드 슬라이드 같은 이색적인 수상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여름 축제다. 어린이를 위한 물놀이 공간에는 어린이 전용 슬라이드와 전용 풀장이 있어 가족 모두 물놀이를 즐기기 좋다. 이와 더불어 ‘합천 레포츠 축제’와 ‘황강 카누체험’도 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준다. ‘합천여름바캉스축제’는 오랜시간 ‘합천 레포츠 축제’라는 이름으로 개최됐는데, 올해부터는 축제명을 바꿔 새롭게 태어났다.



역동적인 황강 레포츠로 인한 숨을 돌리고, 맞은편을 바라보면 암벽 끝에 조용히 자리한 함벽루가 있다. 그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반듯한 그 모습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1321년에 지어진 팔각지붕의 목조건물에는 ‘남명선생’ ‘퇴계선생’ ‘선무사 이종하’ ‘난포 이대형’의 한시와 ‘함벽루기’가 현판으로 걸려있다. 오래전부터 시인 · 묵객들이 황강 정양호를 보며 풍류를 즐긴 장소임을 알 수 있다. 난간 끝에 있어 아찔한 기분이 들지만, 이따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진정된다. 축제 기간에는 강 가운데로 임시 잔교(棧橋)를 통해 건널 수 있다. 보통 때는 합천교 다리로 건너갈 수 있다. 다리 반대쪽 끝에서 흙길과 대나무 숲길을 지나면 함벽루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