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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군 트래블] 호리병 속 별천지 ‘하동’으로 떠나는 봄바람 여행

고경희 기자 ggh@newsone.co.kr  / 2017-03-14 12:40:08






















[사진] 화개장터

동방 나라의 화개동은 항아리 속 별천지라네 / 선인이 옥침을 밀어내니 이 몸과 세상이 문득 천년이라 / 봄이 오니 꽃이 땅에 가득하고 / 가을이 가니 낙엽이 하늘에 날리네 / 지극한 도(道)는 문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 원래부터 눈앞에 있었다네

- 고운 최치원 선생의 <호중별유천(壺中別有天)> 중

통일신라시대 유명 학자이자 문장가였던 고운 최치원 선생은 그의 시(詩)에서 하동을 ‘호리병 속의 별천지’라 노래했다. 좁은 화개장터 입구를 들어서면 어마어마한 풍경들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에는 중국 시진핑 주석이 한반도를 찬양하며 고운 선생의 시 <호중별유천(壺中別有天)>을 인용해, 하동이 대한민국 대표 관광명소로서 더욱 주목받게 됐다.

하동은 민족의 명산 지리산, 물빛이 아름다운 섬진강, 청정바다 남해가 어우러지는 삼포지향(三包之鄕)의 고장이자 느리게 사는 미학을 추구하는 ‘슬로시티(Slow City)’이다.

사계절이 아름다운 이곳은 봄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봄꽃의 향연을 즐기러, 여름에는 더위를 피해 지리산과 섬진강이 만들어내는 자연 그늘을 찾아, 가을에는 붉게 물든 쌍계사의 단풍을 즐기기 위해, 겨울에는 고즈넉한 설경을 감상하고자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하동은 또한, 역사적인 소재를 비롯한 다양한 스토리가 있는 곳이기도 한데, 박경리의 『토지』, 김동리의 『역마』, 이병주의 『지리산』의 배경지로 ‘문학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나는 경칩을 지나 꽃샘추위까지 견뎌냈다면, 이제 봄의 진면목을 느껴볼 때다. 따뜻한 봄꽃 휘날리는 하동에서 친구 · 연인 · 가족과 함께, 호리병의 입구 화개장터에 발을 디디고 고운 선생이 말한 별천지를 구경하러 떠나보자.

있어야 할 건 다 있는, 영․호남 화합의 장 ‘화개장터’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에~♩♪’ 이젠 국민가요가 된 조영남의 노래, <화개장터>의 가사다. 실제 섬진강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지리산에서 발원한 화개천과 만나는 곳에 이 화개장터가 다소곳이 자리해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이어주는 화개장터는 해방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5대 시장 중 하나로 전국의 어느 시장보다 많은 사람이 붐볐던 곳이다. 지리산 화전민들은 고사리, 더덕, 감자 등을 가져와 팔고, 전남 구례, 경남 함양 등 내륙지방 사람들은 쌀보리를 팔았으며, 전국을 떠돌던 보부상들은 생활용품을 장에 가져왔다. 여수, 광양, 남해, 삼천포, 통영, 거제 등지의 사람들은 뱃길을 이용해 미역, 청각, 고등어 등 수산물을 싣고 와 팔았다.

김동리 소설 『역마』의 무대가 되기도 한 화개장터는 이렇듯 지리산의 산길과 섬진강의 물길로 인해 한때, 번영을 누렸다. 그러나 점차 도로․교통수단의 발달로 쇠퇴의 길을 걷게 됐고, <화개장터> 노래 발표 이후 다시 화제가 돼 살아난다.

옛날 시골장터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화개장터에는 지리산 자락에서 사시사철 나오는 나물과 약재, 그리고 재첩, 은어, 참게, 녹차 등의 먹거리가 즐비하다.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다는 노랫말처럼 지리산과 섬진강의 청정 먹거리는 있고, 수입산 먹거리는 없다. 장터 내 현수막에는 “화개장터 밖에서 판매하는 수입산은 화개장터에서 책임지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국내산 먹거리만 판매하는 화개장터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훈훈한 인심을 주고받는 만남과 화합의 장소, 화개장터로 구경 한 번 와보시길 바란다.

1년 내내 꽃이 피는 화개동의 ‘십리벚꽃길’



‘꽃이 피는 동네’라는 뜻에서 이름 붙여진 화개(花開)동은 그 이름에 걸맞게 1년 내내 꽃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3월부터 5월까지는 매화, 벚꽃, 배꽃, 철쭉, 양귀비 꽃이 피고 지면서 놀라운 봄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잔설 속에서 꽃망울을 터트리는 매화를 시작으로 섬진강 물길 따라 이어지는 벚꽃터널, 배 밭을 하얗게 뒤덮는 배꽃, 형제봉을 붉게 물들이는 철쭉에 양귀비까지 꽃 잔치가 이어진다.

특히 꽃샘추위가 끝나고 4월로 접어들 때쯤이면 화개에는 벚꽃이 십리에 걸쳐 피면서 화사하게 봄을 재촉한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이어지는 길이 십리벚꽃길이며,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오르기도 했다. 매년 4월이면 이곳에서 화개장터 벚꽃축제를 개최하는데, 화개동천에 흩날리는 꽃잎을 보노라면 이곳이 바로 호리병 속의 별천지임을 실감할 것이다.

우리나라 차 문화의 시초가 된 ‘쌍계사’



화개장터에서 벚꽃에 취한 채 십리벚꽃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쌍계사에 도착한다. 지리산 산세를 거스르지 않은 채 늠름하게 자리한 사찰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쌍계사는 신라 성덕왕 21년 삼법스님이 유학을 마치고 돌아올 때 중국불교 선종 제6대조인 혜능의 사리를 모시고와 봉안하고 지은 절이다. 문성왕 2년에 진감선사 혜소가 ‘옥천사’라 명명했다가 정강왕 2년에 지금의 ‘쌍계사’라는 사명이 내려졌다.

이곳에는 국보 제47호 진감선사 대공탑비와 보물 9점의 지정 문화재, 일주문, 천왕상, 정상탑, 사천왕수 등 수많은 문화유산과 칠불암, 국사암, 불일암 등 부속암자가 있다. 고색 창연한 자태와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는 쌍계사는 서부 경남 일원의 사찰을 총람하는 조계종 25개 본사중 제13교구 본사로서, 우리나라 불교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쌍계사는 또한, 우리나라 차 문화의 시초가 된 곳이기도 하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흥덕왕 3년(828년) 김대렴이 당나라에서 차의 종자를 가져와 왕의 명으로 지리산 일대에 처음 심었다고 한다. 이후 진감선사가 차밭을 조성해 차 보급을 본격화했다. 화개장터 입구에서 쌍계사, 쌍계사에서 신흥까지 12km의 산과 들에 야생 차밭이 조성돼 있다.

쌍계사 답사 후 1시간 30분 정도 불일폭포 방향으로 등산을 한다면 좀 더 풍요로운 여행이 될 수 있다. 불일폭포는 높이 60m, 폭 3m의 지리산 유일의 자연 거폭으로 지리산 10경 중 하나이다. 오색무지개, 한여름에도 냉기를 느끼게 하는 장쾌한 물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 『토지』의 배경지 ‘최참판댁’



한국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박경리 작가의 소설 『토지』는 1969년 집필을 시작해 25년에 걸쳐 완성한 대하소설이다. 한말 몰락에서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에 이르기까지 평사리 지주계층인 최씨 집안을 중심으로 한국근현대사를 담아낸 역작이다.

작품은 정확히 1897년 추석에 시작돼 1945년 광복과 동시에 끝난다. 이야기는 한반도를 벗어나 일본과 중국, 러시아를 넘나들며 펼쳐지는데, 주인공 서희와 길상이 어린 시절을 보낸 최참판댁이 섬진강이 감싸는 하동 평사리에 위치해있다.

지난 2002년 드라마 <토지>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최참판댁은 소설 속 최참판댁을 사진이라도 찍어놓은 듯 그대로 재현했다고 평가받으며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최참판댁에 도착하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있는데, 먼저 최치수가 기거했던 사랑채이다. 누마루에 오르면 드넓은 평사리 들판과 섬진강을 한 눈에 담아볼 수 있다. 별당채에 가면 소설의 마지막 장에 기록된 ‘해당화’가 피어있다. 소설에는 서희가 일본의 항복 소식을 듣고는 가시가 총총이 박힌 해당화 나뭇가지를 움켜잡은 채 털썩 주저앉았다고 묘사돼 있다.

최참판댁은 조선 후기 생활모습을 담은 한옥, 소작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초가, 토지장터로 구성돼 있다. 또한, 박경리 선생의 문학작품과 영상, 선생이 아끼던 재봉틀 등이 전시된 박경리문학관, 전통 숙박을 체험할 수 있는 한옥체험관도 조성돼 있다.

주말에는 최참판댁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상설 문화공연이 열린다. 관광객과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최참판댁 경사났네’와 같은 마당극, 지역청소년팀의 사물놀이, 모듬북, 판굿 공연이 주말마다 안채마당에서 열린다.

최참판댁은 여전히 <역적>, <신사임당> 등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으며, 매년 10월이면 이곳에서 토지문학제를 개최한다.

한국의 무릉도원 ‘지리산 청학동’

해발 800m의 지리산 중턱, 삼신봉 남쪽 자락에는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청학동이 있다. ‘청학이 많이 노닐던 곳’이라는 유래를 가진 곳으로, 통일신라시대 대학자인 고운 최치원 선생의 은거지이자 예부터 수많은 묵객들이 살기 좋은 곳이라며 찾던 이상향이었다.

청학이란 ‘푸른 학’이라는 뜻으로 전설에 의하면 신선이 타고 다니면서 도술을 부리는 새로 알려져 있다. 이 새는 사람의 몸에 새의 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청학하면 신선을, 신선하면 청학을 떠올리곤 한다.

현재 지리산 청학동으로 불리는 도인촌은 ‘유불선갱정유도교(儒佛仙更定儒道敎)’라는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다. 이들은 머리를 땋거나 상투를 틀고 유교적인 전통 생활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간다. 예의범절을 중요하게 여기고 서당에서 훈장에게 가르침을 받는다.

매년 청학동 서당에는 전통예절과 한자를 배우러 오는 학생이 3000여 명이 넘는다고 한다.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신 성전 ‘삼성궁’



청학동 도인촌이 있는 골짜기 능선 너머에 위치한 ‘삼성궁’은 고조선시대의 소도(蘇塗)를 복원해 민족의 성조인 환인, 환웅, 단군 삼성(三聖)을 모신 배달민족의 성전이다.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며 민족의 정통 도맥인 선도를 지키고 신선도를 수행하는 도장이다.

이곳이 소도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쌓은 솟대와 여러 모양의 돌탑이 여기저기 솟아 있다. 한반도와 만주를 상징해 조성한 연못, 햇빛 한점 들지 않는 토굴, 전시관 등이 여기저기 흩어져 맷돌 ․ 절구통 ․ 다듬잇돌 등으로 꾸며진 길이 담장과 함께 짜임새 있게 가꿔져 있다.

섬진강의 철갑옷, 천연기념물 ‘하동송림’

조선 영조 21년(1745년) 당시 도호부사였던 전천상이 섬진강의 강바람과 모래바람의 피해를 막기 위해 섬진강변에 소나무를 식재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오늘날에는 국내 제일가는 노송숲이 됐다. 바로 하동송림이다.

하동송림에는 26,000㎡ 면적의 940여 그루의 노송이 자리해 있다. 지난 2005년에는 천년기념물 제445호로 지정되기도 했는데, 섬진강의 반짝이는 백사장과 어울려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선사한다. 새벽 솔향을 느끼며 산책하기 좋으며, 한여름 더위를 피하는 주민들에게 귀한 안식처가 되어준다.

매년 7월, 송림공원과 섬진강변에서 섬진강 재첩축제를 개최해 많은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테마 따라 걸어보는 ‘하동 별천지 길’

꽃의 고장 하동에는 산따라 강따라 트레킹 코스도 곳곳에 조성돼 봄 햇살을 받으며 느긋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는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이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하동송림∼화개장터∼남도대교∼광양시 다압면 하천리∼신원리 40.4㎞(100리)로 연결된 이 길은 하동구간 20.9㎞에 12곳의 테마쉼터를 갖춘 트레킹 코스로, 광양구간 19.5㎞는 자전거 도로로 만들어졌다. 화개장터, 최참판댁 등 지역의 많은 관광자원과 섬진강 마라톤 대회, 화개장터 벚꽂축제, 광양 매화축제 등과 연계돼 연간 60만∼70만 명이 찾는 체류형 관광거점이다.

하동을 대표하는 또 다른 트레킹 코스는 ‘박경리 토지길’이다. 소설 『토지』의 무대로 조성된 토지길은 ‘느림의 미학’ 슬로시티와 연계돼 넋 놓고 어슬렁거리기에 제격이다. 평사리공원에서 시작되는 토지길은 무딤이들의 부부송∼동정호∼고소성∼최참판댁∼조씨고택∼취간림∼문암송∼악양천∼무딤이들∼섬진강변∼화개장터를 잇는 18㎞ 구간이다.

조선 중기의 고승 휴정 서산대사(1520∼1604)가 걸었다는 ‘서산대사길’은 신흥마을, 의신마을을 거쳐 지리산에서도 오지로 꼽힌다는 원통암과 대성마을까지 비탈을 타고 꼬불꼬불 이어진 11㎞ 구간이다. 선승의 깨달음의 경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절경이다.

그리고 지리산 청학동과 슬로시티 악양면을 잇는 해발 740m의 ‘회남재 숲길’도 트레킹 코스로 그만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가을 국내·외 수많은 트레커가 숲길을 걸으며 지리산의 역사와 아름다운 풍광에 빠져드는 행사들이 펼쳐져 더욱 유명해졌다.

‘녹차’, ‘재첩’, ‘벚굴’ 지리산과 섬진강이 선물한 자연산 먹거리

하동은 청정 지리산과 물 맑은 섬진강에서 나는 자연산 먹거리가 풍성하다.

먼저 1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하동의 야생녹차는 농약을 치고 비료를 뿌리는 일이 없다. 안개가 많고 일교차가 커 차나무 재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녹차보다 내용 성분과 맛, 품질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잇다.

1급수 섬진강의 재첩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고 조수간만의 차가 큰 곳에서 자라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 국을 끓이면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 구수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끝내준다.

섬진강의 또 다른 명물, 자연산 벚굴도 자랑거리다. 섬진강 맑은 물속에 ‘벚꽃처럼 하얗게 피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벚굴’은 크기가 20~30cm에서 어른 손바닥보다 훨씬 큰 40cm에 이르기도 한다. 바다 굴보다 비린 맛이 덜해 먹기 좋고, 성인병 예방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강 속에 사는 ‘비아그라’, ‘살아있는 보약’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 외에도 지리산의 싱싱한 봄나물로 만든 산채 비빔밥, 섬진강 참게로 만든 참게탕, 솔잎 생균제를 먹여 육질이 연한 솔잎한우, 청정 남해바다의 진객 녹차 참숭어도 맛볼만하다.


고경희 기자 ggh@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