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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 트래블] 바람과 구름도 쉬어가는 ‘산청’ 자연 그대로를 담다

유지은 기자  yje@newsone.co.kr  / 2017-02-16 09:51:09

“산청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레고 각별했다.
지리산 천왕봉 아래 둥지를 틀고 경호강이 대지를 감싸고 돌아가는 산청은
내게 늘 ‘푸른 산 맑은 강’의 해맑은 얼굴로 다가왔다”
- 화가 이호신

푸른 산과 맑은 강으로 사람을 맞이하는 산청(山淸). 바람과 구름도 쉬어간다는 지리산이 품은 산청은 자연을 그대로 담고 있다. 때 묻지 않은 청정자연이 깨끗하고 평안한 맘을 가져다준다. 천혜의 비경인 자연과 더불어 문화도 함께 거닐 수 있다. 통일신라 시대에는 불교의 큰 중심지를 이루어 심신을 편히 할 수 있는 절이 많이 있고, 20세기 초반에 변화된 전통 한옥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높고 푸르름을 자랑하는 산청의 산에는 야생 약초의 향이 느껴진다. 청정 약초 재배지인 산청은 동의보감의 본고장이다. 최근에는 한방과 동의보감으로 관광객에게 많이 알려졌다. 맑은 자연과 절에서 마음을 편히 하고 한방으로 몸도 편히 할 수 있는 그대로의 산청을 만나보자.


산청 약초의 향기를 따라 걸음을 멈춘 ‘동의보감촌’

지리산 가득히 퍼져있는 산청 약초의 향기. 그 향기를 따라 걸음을 멈추면 ‘동의보감촌’에 도착한다. 효능이 좋은 약초와 동의보감의 본고장인 산청에 동의보감촌이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동의학의 내용을 모두 담고 있는 보배로운 거울’이란 의미의 동의보감을 테마파크로 만든 ‘동의보감촌’은 2010년 개관한 국내 최초 한방 테마 공원이다. 한의학의 역사를 한 번에 알 수 있는 한의학 박물관과 기 체험이 가능한 기 체험장, 산 약초와 야생화를 만날 수 있는 한방악초 테마 공원을 같이 누릴 수 있다.

한방 테마 공원에 들어서면 단군신화 속 우리 민족의 탄생을 표현한 호랑이와 곰 조형물이 있다. 한쪽으로 눈을 돌리면 무병장수를 의미하는 거북이와 12지신 조형물이 있다. 신체 장기를 형상화한 조형물도 가득해서 넓은 공터와 함께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공원이다. 한의학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담긴 한의학 박물관. 5천 년의 지혜가 담긴 이곳에선 한의학의 역사와 한방체험도 가능하다. 동의보감 저서뿐 아니라 각종 침 기구와 약 만들 때 썼던 약 절구, 약 수저 등이 있다. 한방 체험관은 약초 관련 정보와 체험공간도 있어 한방을 친숙하게 접할 수 있다. 한방으로 몸을 건강하게 했다면, 한편에 마련된 기 체험장에서 수련과 명상을 통해 심신을 치유할 수 있다. 이런 놀거리와 볼거리뿐 아니라 실제 한방 의료시설이 있어 전문 한의사에게 진료도 받을 수 있다.

2010년에 처음 개관된 이곳은 이제 산청의 대표 관광지가 됐다. 매년 9월쯤이면 ‘산청 한방 약초 축제’가 열려 한방과 힐링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다양한 볼거리와 편의시설, 체험프로그램으로 구성돼 문체부 ‘2017년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될 정도로 유망한 축제다.


사계절을 품은 지리산 ‘천왕봉’에 서다



지리산에 높은 기상으로 우뚝 선 봉우리, 천왕봉. 해발 1,915m의 지리산 최고봉으로 하늘과 맞닿은 풍경은 아찔하고 구름 위에 있는 모습은 신비롭다. 천왕봉의 해돋이는 지리산 19경 중 하나로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 있자면 웅장하기 이를 데 없다.

사계절을 모두 품은 모습도 아름다운 곳이다. 지리산 중턱에 핀 연분홍의 진달래와 ‘봄의 전령사’라 불리는 샛노란 복수초가 봄이 왔음을 알린다. 천왕봉의 여름은 푸르름이 고개를 내민다. 가을에는 산에 물감을 떨어트린 수채화처럼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붉고 노란 단풍과 고집스럽게 자신의 푸르름을 유지하는 소나무가 조화를 이룬다. 경남지방의 단풍은 늦게 피는 만큼 차가운 겨울바람이 올 때까지 남아있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지리산을 스치면 천왕봉의 민낯이 드러난다. 잎이 떨어진 나무의 잔가지들이 가득하다. 그 허전한 지리산 능선을 하얀 눈이 포근하게 덮이면 천왕봉의 설경을 볼 수 있다. 새하얀 설경에 은은한 안개까지 함께해 더 신비로운 분위기를 냈다.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겨울철에는 저체온증·동사와 얼어붙은 길의 미끄럼을 주의해야 한다.

산청 중산리에서는 천왕봉을 최단거리로 오를 수 있다. 사찰탐방이 가능한 당일 코스 1, 중산리 탐방안내소-칼바위-로터리 대피소-천왕봉은 왕복 10.8km로 8시간 소요된다. 천왕봉 일출을 위한 1박 2일 코스 2, 중산리 탐방안내소-칼바위-장터목 대피소-천왕봉-로타리 대피소-중산리는 12.4km로 9시간 소요된다. 일출을 보기 원한다면 1박 2일로 대피소를 거쳐야 한다. 천왕봉에 이르는 마지막 약 100m 구간은 급격사로 된 돌계단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옛 배움이 있는 ‘남사 예담촌’



‘경북 하면 안동 하회 마을, 경남 하면 산청 남사 마을’이라고 할 정도로 ‘남사 예담촌’은 전통한옥마을로 유명하다. 수많은 선비가 과거 급제를 한 학문의 고장이기도 하다. 옛 담 마을은 ‘담장 너머 옛 선비들의 기상과 예절을 닮아가자’는 속뜻을 가졌다. 숫룡과 암룡이 서로 머리와 꼬리를 무는 쌍룡 교구의 모습을 한 남사 예담촌. 천왕봉에서 뻗어 나와 마을 앞에 멈춘 니구산 봉우리가 마을을 휘감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꼽힌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지리산 초입에 자리 잡은 기와집은 옛 전통가옥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해 정감 있고 고풍스럽다. 남사예담촌의 고즈넉한 담장은 등록문화재 제281호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가치 있다. 3.2km 이어진 황토색 흙담 길을 따라 걷는 그 걸음을 담쟁이가 함께 한다. 담장 너머로 우리 조상들의 정서와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담을 따라 계속 걷다 보면 마을 중앙에 있는 아름다운 최씨 고가 건물을 만난다. 유난히 높게 솟은 대문과 230년 된 매화가 이곳의 화려함을 보여준다. 2014년 명품 한옥으로 지정된 이 고택은 현재 숙박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운치 있는 마을 안에는 배움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이 있다. 배움이 있는 고가 문화재 탐방, 전통혼례체험, 한방족욕체험과 재미가 있는 자연염색체험, 약초향기 주머니 만들기체험, 삼곶 놀이체험, 떡메치기체험, 전래놀이 체험이 있다.

“한 민족의 문화가 전통을 바탕으로 하여 현재를 딛고 미래로 이어지는 것이라면, 그 변화는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어야 할 것입니다. 농촌 전통테마 마을 남사 예담촌은 변화하는 현재 속에서 옛것을 소중히 여기고 지켜나가는 배움의 휴식 터로 자리 하고자 합니다”라는 남사 예담촌의 소개말처럼 전통문화 배움이 있는 휴식을 보내보자.


불교, 산청으로 읽다


[정취암]

통일신라 때 불교의 중심지였던 산청에는 많은 절이 있다.

푸른 숲에서 강렬하게 눈에 띄는 ‘겁외사’의 단청 색. 그 강렬한 색감 옆에는 큰 염주 모형의 조형물이 있다. 염주 모양 가운데로 보이는 성철스님의 동상은 인기 있는 사진 장소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절이라는 의미의 ‘겁외사’는 불교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곳이다. 성철 스님의 체취도 느낄 수 있다. 그가 태어난 생가에 겁외사가 세워졌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는 말을 남긴 성철스님. 그는 이 곳에서 오랜 세월의 수련과 정진의 길을 걸었다. 성철스님은 이웃에게 기쁜 마음으로 자비를 베풀라는 새해 법문을 남기고 1993년 입적했다. 겁외사 앞에는 묵곡생태숲이 조성돼있고, 안채에는 해인사 백련암에서 생활할 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랑채와 기념관에는 친필자료·안경·필기구 등 스님의 유품이 전시돼 있다. 여름이면 겁외사 주변에 피어나는 백련지 연꽃이 아름다우니 여름에 한번 더 둘러보는 것도 좋다.

2016년 국보로 지정된 석남암 석조비로자나불좌상과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이 있는 ‘내원사’. 장당골 쪽의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있는 소담한 절이다. 그 절에 이르기 전 아름다운 다리 ‘반야교’를 지나야 한다. 반야교의 자연의 소리에 눈을 감는다. 계곡의 물소리와 새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발소리마저 조화로운 소리를 낸다. 자연의 소리가 도착한 내원사 계곡에는 크고 작은 바위가 있다. 그 바위 사이로 지나는 물줄기에 다리를 담그며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 보물 제1113호로 지정된 내원사 삼층석탑은 500년 전 불탄 흔적이 남아있다. 지리산 중턱의 석남암사지에 있던 것을 옮겨온 2016년 국보로 지정된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은 위엄 있는 다른 불상과 달리 편안함과 부드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내원사 근처에 야영장이 있으니 숲과 편안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미리 야영준비를 해오는 것도 좋다.

소금강이라 불리던 대성산에 아슬하게 깎아진 바위절벽이 있다. 그 절벽 위에 핀 연꽃처럼 바위 옆에 기대있는 ‘정취암’. 발 디딜 곳 없는 저 절벽에 어떻게 절을 지었을 가 싶지만, 그 나름에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 관세음보살상을 봉안한 원통보전에는 정취관세음보살상이 있다. 정취관음보살상을 본존불로 봉안한 한국 유일의 사찰이다. 관세음보살이란 세상 만민의 소원을 들어주고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보살로, 소원을 비는 기도의 손길이 끊이지 않는다. 정치암은 절벽에 위치한 만큼 전망이 좋다. 마당에서는 푸른 숲을 넘어 바다가 보인다. 절벽 끝, 전망대에 서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속세를 벗어나게 해준다.


유지은 기자 yje@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