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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다수의 시민이 탄핵 정국의 열쇠다

전병열 편집인 chairman@newsone.co.kr  / 2017-02-13 17:36:59

대한민국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남북으로 나뉜 분단국가에서 또 다시 이데올로기로 양분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빚어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혼돈의 세계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자칫 시민광장이 아수라의 놀이터로 변질될까 우려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가. 침묵하고 있는 다수의 국민들은 울분을 삭이며 인내의 한계를 느낀다고 한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유언비어가 난무하는가 하면 심지어 혼란을 부추기는 가짜 뉴스(fake news)까지 범람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9일부터 시작된 국정농단에 항의하는 촛불이 광장에 켜진지 100일이 넘었다.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순수한 촛불이 정치적 타산으로 변질되면서 그들만의 이전투구장으로 둔갑하는 양상이다. 촛불 집회에 대응해 태극기 집회가 세를 더하면서 양측은 마치 군중 동원으로 지지세를 과시하는 것 같다. 11일로 예정된 집회를 앞두고 촛불 집회 측은 탄핵 심판 이상설을 퍼뜨리며 대대적인 군중 동원령을 내렸다. 이에 맞선 태극기 집회 측도 최대 규모 집회를 공언하며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게다가 국가를 견인하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이 집회에 참가해 선동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촛불을 더 높이 들어 탄핵이 반드시 관철되도록 함께 힘을 모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법치 수호를 사명으로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이런 선동을 노골적으로 한다.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도 집회에 참석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에선 지난 주말 열린 태극기 집회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 이인제 전 최고위원, 윤상현 의원 등이 참석했다. 김 전 지사 등은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과 시위를 함께하며 탄핵이 기각돼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문제는 이 두 세력의 갈등이 치열해지면 탄핵 인용 후에도 대결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기 대선이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또한, 탄핵 기각의 경우에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제대로 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헌재가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든 다른 한쪽의 불복과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통합과 화합은 요원하다는 말인가. 그 해답은 침묵하고 있는 다수의 시민이 내려줄 것이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군중들은 지각보다는 반대를 위한 반대에 동원될 수밖에 없다. 거기다 사심에 눈먼 선동가들의 미사여구는 군중들의 이성적 판단력을 마비시킬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촛불들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또한, 국민 78%의 탄핵 찬성, 국회의원 정원 300명 중 234명이 탄핵소추안에 찬성했던 그 당시를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사심에 눈이 멀어 철학이나 가치관도 없이 영혼까지도 표에 팔아넘기는 정치꾼들에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위해 국가 안보와 국민의 민생복리에 헌신할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극렬 지지자를 몰고 다니는 정치꾼은 다수의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들만의 행복을 나눠 가질 뿐이다. 작금의 국정농단이 그 실례지 않는가. 순수를 가장한 무능한 지도자를 선택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촛불을 들고 태극기만 앞세운다고 국정이 바로 서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진정으로 국민의 행복을 위한다면 그 답을 찾으려 나서야 한다. 더 이상 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일치단결해 경제부흥에 동원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이들을 위해 일자리를 나눠주는 기득권 세력이 돼야 하며 빈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가진 것을 나눠주는 재벌들이 나서는 세상이 되도록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이제 군중들을 동원해 헤게모니를 쥐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탄핵은 헌재에 맡기고 그 결과에 승복해 국민 통합으로 국력 증진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택시기사 분과 나눈 대화다.

“아저씨는 촛불이나 태극기 집회에 가보셨나요?” “먹고살기 바빠서 못 나가죠. 못 나가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어요. 이제 제발 좀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알 사람은 다 아니까.”




전병열 편집인 chairman@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