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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트래블]그 겨울, 고요함 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움 ‘강진’을 만나다

유지은 기자 yje@newsone.co.kr  / 2017-01-13 12:04:03

아름다움을 간직한 강진. 한반도 아래로 물 흐르듯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남쪽 끝자락에 가닿는다. 동·서쪽 산이 울타리를 이루고, 강진의 들판을 가로지르는 탐진강은 강진만으로 흘러간다. 육지 사이를 파고 들어온 강진만은 겨울 햇살을 만나 푸른빛으로 반짝거린다. 그 푸르름을 ‘사람 인(人)’ 모양으로 품고 있는 곳이 강진이다. 산과 들, 바다와 강이 한데 모여 조화로운 풍경을 이뤄내는 강진의 겨울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고요함 속에 숨겨진 것이 어디 수려한 자연경관뿐일까. 발을 내딛는 곳마다 역사적·문화적 의미가 있을 정도로 풍부한 문화유산도 지니고 있다. 강진은 그러한 옛 문화와 전통을 중시하고 지켜냄으로써 여전히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평안할 강(康) 나루 진(津)이라는 뜻처럼 몸과 마음을 편하게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나루터 같은 곳, 강진. 지난해 힘들었던 당신에게 강진은 감성과 여유를 선물한다.


다산 정약용, 그의 바른 발자취를 따라



“정치를 하는 사람은 항상 청렴, 겸손해야 하며 백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 정약용의 『목민심서』 중

조선 후기 실학자로 여러 방면에서 유능했던 다산 정약용. 그는 백성의 구제를 고민하며 청렴하고 검소한 마음가짐으로 살았다. 그가 18년 유배생활을 한 강진에는 그의 발자취가 곳곳에 남아있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 천천히 걸어봤다.

- 다산초당

지상으로 힘껏 뻗은 소나무 뿌리가 초당으로 가는 길의 시작을 알린다. 서로 뒤엉켜 장관을 이루는 ‘뿌리의 길’을 지나 오르막을 오른다. 계곡 소리를 노래삼아 계속 걷다보면 동백나무에 불러싸인 다산초당이 보인다. 3월이면 동백나무의 붉은 꽃잎이 만개해 은은한 분위기를 낸다.

다산초당은 유배 중인 정약용이 10년 동안 생활하면서 제자를 가르치고, 『경세유표』·『흠흠신서』·『목민심서』외 많은 저서를 쓴 곳이다. 다산초당의 서쪽에는 그의 제자들이 살았던 서암이 있다. 차와 함께 밤늦도록 학문을 탐구하고 토론한다는 뜻으로 ‘다성각(茶星閣)’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동암은 초당 연못 옆에 있다. 소나무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송풍암(松風庵)’이라고도 불렀던 동암은 정약용이 책을 집필하거나 손님을 맞이했던 곳이다. 그와 제자들의 학문적 고뇌와 열정을 생각한다면 다산초당이 더 의미있게 다가올 것이다.

초당에서 백련사로 가는 길목에 있는 천일각은 그가 바다를 보며 마음을 달랬던 곳으로, 전망이 좋으니 가는 길에 둘러보면 좋다.

- 사의재

한옥촌 사이로 볏짚으로 엮어진 초가집 지붕이 눈에 띈다. 강진으로 유배된 정약용이 첫발을 내딛은 곳이 여기다. 그는 ‘네 가지(생각·용모·말·행동)를 올바로 하는 이가 거주하는 집’이라는 의미로 ‘사의재’라는 이름을 붙이고, 항상 ‘생각은 맑게, 용모는 단정하게, 말은 적게, 행동은 무겁게’라는 말을 되새겼다. 사의재는 유배의 슬픔을 지닌 동시에 실학이 집대성 된 의미있는 곳이다.

그 옆에는 예전의 주막을 재현한 동문매반가가 있다. 파전, 동동주 등 토속적인 음식을 팔고 있으니 출출한 배를 달랠 수 있다. 또한, 이곳이 마음에 들어 좀 더 머물고 싶다면 한옥체험관을 가면 된다. 4~5만 원(3인 기준)으로 한옥의 고즈넉한 멋을 느끼며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숙박예약은 사의재 한옥체험관 사이트(http://www.sauijaehanok.com)에서 가능하다.

- 강진다원 & 백운동 정원

호를 다산(茶:차 다, 山:뫼 산)으로 만들 정도로 정약용은 차를 사랑했다. 그는 차 한 잔에 여유를 갖고, 차 한 잔에 세상의 이치를 나누는 사람이었다. 그가 유배생활 중에 자주 찾았던 차가 바로 월출산에서 나오는 차다. 그로 인해 월출산 기슭에 있는 강진다원의 차가 널리 알려졌다. 관광지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강진 다원은 한적해 녹차의 푸르름을 여유롭게 느낄 수 있다. 그 초록빛 물결이 가득한 차밭 사이로 하얗게 우뚝 솟은 방상팬(서리방지용)은 보성과 하동에는 없는 이색적인 풍광을 만든다. 또한, 녹차 밭이 도로 양옆에 넓게 퍼져있어서 드라이브하기에 좋다.

강진 다원을 뒤로 한 채 나오면 백운동 정원이 있다. 이곳은 담양 소쇄원, 완도 보길도 세연정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전통 정원으로 집과 함께 어울린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자연과 조화로운 정원의 사계절은 아름답다. 봄에는 동백나무 꽃의 아름다움을, 여름에는 백운동 계곡의 시원함을, 가을에 다채롭게 물든 단풍나무의 화려함을 느낄 수 있다. 겨울엔 낙엽 밟는 바스락 소리와 함께 운치를 즐기기 좋다.


옛 전통을 지켜나가는 아름다움



강진하면 고려청자의 본거지로, 봉황칠량옹기의 시작점으로 유명하다. 어쩌면 다른 사람은 지나치고 잊어버렸을 옛 전통을 아직도 지키고 있는 곳이 강진이다. 600여 년 동안 전승되지 못한 고려청자 기법을 재현하는 데 성공한 강진은 아직도 전통 기법으로 봉황칠량옹기를 빚는 무형문화재도 있다. 있는 그대로를 지켜내서 더 빛나는 강진의 예술 속으로 빠져보자.

- 고려청자박물관

고려 시대의 강진하면 청자였다. 우리나라의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청자의 대부분이 강진에서 생산됐을 정도로 강진의 청자 기법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고려청자박물관은 1970년대 청자 기법을 재현하기 위한 고려청자사업소로 시작하여, 현재 고려청자를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발전하고 있다. 박물관 안에는 고려청자의 생산·소비·유통·변천 과정 등을 한눈에 알 수 있게 전시되어 있다.

또한, 직접 물레를 돌리는 청자빚기 체험이 가능하다. 직접 만든 청자가 완성되기까지는 약 50일 정도 걸리고 체험비는 택배비만 받는다. 그 외에도 반 건조 작품에 글이나 그림을 새기는 조각체험, 흙을 말아 동그랗게 붙이는 코일링 체험도 있다.

- 칠량옹기마을

강진읍에서 강진해안도로를 타고 시원하게 내려가면 어느새 칠량면 봉황리에 도착한다. 마을의 모양이 봉황같다고 하여 지어진 봉황마을의 또 다른 이름은 칠량옹기마을이다. 옹기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마을이지만 지금은 오직 한 곳만이 옹기를 빚고 있다. 갈색 옹기들이 쌓여있고 무언가 만드는 소리가 나는 이곳이 강진에 유일한 옹기 작업장이다. 이곳에 흙으로 예술을 빚는 무형문화재 96호 옹기장 정윤석과 그의 아들 전수자 정영균이 있다. 외롭고 고된 일임에도 봉황옹기의 역사를 지켜내겠다는 마음으로, 흙을 넓게 늘려서 둥그렇게 쌓아 올리는 쳇바퀴타래미 기법을 고수하고 있다.


낭만 있는 강진 겨울바다 여행



코끝 시린 겨울에도 낭만은 있다. 남쪽 끝 강진으로 가면 아름다운 바다가 당신에게 낭만을 선물한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아름다운 강진만 바다와 강진만 갈대숲, 그리고 숨겨진 보물 같은 가우도가 강진에 있다. 연인 또는 친구, 가족과 함께 겨울에 움츠러든 여행 감성을 강진에서 펼쳐보자.

강진만 생태공원

확 트인 갯벌과 그 사이에 무성한 갈대숲은 봄과 여름이 되면 녹색으로 가득하지만, 가을 겨울이 되면 황금빛으로 변해 낭만적이다. 갯벌에 비치는 일출과 일몰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경치를 뽐낸다. 갯벌 안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걸으면 그곳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을 보며 아름다운 풍경에서 여유까지 가질 수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AI(조류인플루엔자)가 해제될 때까지 잠시 휴장해서 강진만 생태공원 난간에서만 풍경을 즐길 수 있다.

- 강진해안도로

강진에서 미량으로 길게 뻗은 강진 해안도로는 행정자치부의 '아름다운 자전거길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바다를 옆에 끼고 자전거나 차로 달리면 강진 겨울바다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 가우도&짚트랙



바닷길 위의 출렁거리는 다리를 건너면 가우도에 닿을 수 있다. 뭍과 가우도를 잇는 출렁다리는 도암만에 해가 지면 여러 색의 불빛이 켜지며 황홀한 야경을 만들어낸다. 가우도는 섬의 모양이 소의 멍 같다 해서 붙여진 곳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아담한 섬이다. 은은한 파도 소리가 들리는 가우도 해변길을 걸으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여유를 느낄 수 있다. 해변길 중간쯤 영랑 나무 쉼터가 있다. 영랑 선생의 조형물과 의자가 있고, 그 주위로 그의 시가 전시되어 있다.

가우도 정상에 오르면 하늘에 닿을 듯한 25m 높이의 청자 타워가 서 있다. 청자타워는 전망대 겸 짚트랙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청잣빛 하늘길 따라 이어진 짚트랙은 역동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이에게 안성맞춤이다. 쭉 타고 내려오면 눈앞의 바다가 펼쳐져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