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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  / 2016-11-14 13:25:44

긴 터널이다. 아무리 달려도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학점에 토익에 각종 경력까지, 상향평준화 된 스펙을 맞추기 위해 청년들은 고군분투한다. 중장년층 또한 보장되지 않은 노년에 불안해하는 건 매한가지다. 50대 이상 취업률이 20~30대 청년들보다 높고, 청년 3명 중 1명이 백수인 지금, 세대·계층 간의 갈등은 점점 극단적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모두가 암담하다. 한 치 앞을 가려내기에도 벅차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었다. 사회가 이렇게 된 데는 모두 함께 노력해낸 성과를 몇몇의 사람들이 몰아서 가져갔기 때문이라는 것을. 너무도 높은 곳, 자기들만의 이해관계가 얽힌 그 곳의 이야기는 낮은 곳으로 좀처럼 전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변화를 바랐지만, 이야기의 조각을 맞추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최순실. 그녀는 이 이야기의 잃어버린 퍼즐이다. 왜 저 자리에 저런 인물이 앉아있는지, 왜 정부가 나서서 저따위 사업을 하는지, 그녀의 이름을 넣으면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었던 모든 정책들이 해독된다. 그녀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정책은 널을 뛰었다. 작은 퍼즐도 있었을 것이다. ‘작은 최순실’들이 권력집단을 형성하고,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한민국의 정책을 좌지우지 했을 수 있다. 비극적 퍼즐이다.

대통령은 사과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곁을 지켜주었던 벗이라 경계를 풀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자리에는 책임이 있다. 책임을 질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올라야만 한다. 나의 이모나 고모였다면 기구하고 안타까운 생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통령이다. 이 나라에 사는 5천만 명의 사람들을 대표하는 자리다. 역대 대통령이 관례적으로 횡령한 것과 별개로 명백하게 잘못된 일이다.

사람들은 광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벽에 대고 소리를 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넘을 수 없었고, 들여다볼 수조차 없었던 높은 곳을 향해,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고 소리친다. 녹조만 가득한 강물을 하루아침에 돌릴 수 없듯이 조금씩 시간을 가지고 오랫동안 지켜봐야 한다. 넘을 수 없었던 거대한 벽을 넘기 위한 긴 마라톤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