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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군 트래블] 자연을 노래하는 ‘청송’

문화관광저널 고경희 기자 ggh@newsone.co.kr  / 2016-11-10 10:20:37

명품사과로 유명한 경북 청송은 해발고도 250m, 연 평균 기온 12.6°C, 일교차 13.4°C로 기후적, 지리적으로 사과재배의 최적지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을 4년 연속 수상할 정도로 사과의 고장으로 이름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과 외에도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주왕산’을 비롯해 ‘주산지’ ‘대전사’ ‘송소고택’ ‘청송자연휴양림’ ‘객주문학관’ ‘백석탄’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은 고장이다. 숨겨왔던 청송의 매력을 찾아 떠나보자.

전설과 비경이 가득한 명승 ‘주왕산’

주왕산(周王山)은 1976년 우리나라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경북 제일의 명산으로, 산의 모습이 돌로 병풍을 친 것 같다 하여 옛날에는 ‘석병산(石屛山)’이라고도 불렸다.

주왕산은 신라 말 주왕이 은거한 산이라고 해서 ‘주왕산’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주왕은 중국 당나라 때의 주도라는 사람으로, 진나라의 회복을 꿈꾸며 반역을 일으켰으나 당나라 군사에게 패해 지금의 주왕산까지 쫓겨 왔다. 이에 당나라 왕이 신라 왕에게 주왕을 잡아 달라고 요청했고, 주왕은 신라 장군(마장군 형제들)에 의해 주왕굴에서 최후를 마쳤다. 이렇듯 주왕산은 주왕과 관련된 전설이 있는 산이다.

또한, 주왕산은 설악산, 월출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암산(岩山) 중 하나이기도 하다.

주왕산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천년고찰인 대전사를 비롯한 사찰과 아름다운 계곡, 폭포와 굴이 있으며, 주왕산(720m), 가메봉(882m) 등의 산봉우리가 있다. 또한, 공원 내에는 아름다운 주산지가 있다.

주왕산은 대전사 뒤편에 솟은 기암(旗岩)을 비롯해 주방천 좌우로 도열해 있는 병풍바위, 급수대, 시루봉, 학소대 등의 기암괴봉과 용추폭포(제1폭포), 절구폭포(제2폭포), 용연폭포(제3폭포)가 한데 어우러져 산세가 웅장하고 아름답다. 주왕산 3대 계곡 중의 하나인 절골계곡은 사람의 발길이 적어 아직도 원시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인근에 수백 년 됨직한 왕버들이 물속에 자라고 있는 주산지는 한 폭의 수채화 같다.

또한, 월외계곡에는 하늘에서 물기둥이 떨어지는 것 같은 달기폭포가 있으며 주왕산 계곡마다 아름답고 장엄한 경관이 펼쳐져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주왕산은 세계적 희귀 수목인 망개나무를 비롯해 둥근잎 꿩의 비름, 솔나리, 노랑무늬붓꽃 등 식물자원 888종과 수달, 너구리 등 동물자원 902종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물속에 잠긴 아름다운 왕버들 고목 ‘주산지’



주왕산에는 300여 년의 세월이 전해지는 저수지 ‘주산지’가 있다. 깊은 주왕산 자락을 따라 물을 모아 만든 주산지 한가운데는 머리카락을 바람에 살랑이고 있는 굵은 왕버들이 있다.

주산지는 경종 원년(1720년) 8월에 착공해 이듬해인 10월에 완공된 농업용 저수지이다. 길이 200m, 너비 100m, 수심 8m의 조그만 산중 호수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 아름다운 호수는 오랜 역사 동안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바닥을 한 번도 드러낸 적이 없는 농민들이 믿고 의지하던 저수지였다.

주산지는 이전리 마을에서 약 3㎞ 거리에 위치하면서 주왕산 영봉에서 뻗어 나온 울창한 수림에 둘러싸여 한적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가을, 단풍이 물들면 용이 승천한다는 주왕산 별바위가 왼편에서 지켜보고 있고, 파란 하늘과 울창한 숲의 주산지 경치는 그야말로 자연만이 만들 수 있는 세상의 유일한 창조물이 아닐까 할 정도다.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붕어의 퍼드덕거림과 산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버드나무를 쓸어내리는 소리는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어 평화로움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주산지에 있노라면 세상살이는 잠시 잊고 신선이 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주산지의 가장 아름다운 비경은 바로 30여 그루의 왕버들 고목이 물에 잠긴 채 자생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30여 종의 버드나무 중 가장 으뜸으로 꼽히는 왕버들은 숲 속에서 다른 나무와 경쟁치 않고 아예 호숫가를 비롯한 물 많은 곳을 택해 자란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다른 나무의 자생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한 뒤, 수백 년간을 자연에 의지하는 듯 유유한 모습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주산지는 또한,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한 인간의 평범하지 않은 삶을 계절의 흐름과 불교의 윤회사상에 빗대어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간 영화이다. 이 영화는 제41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 대상인 최우수작품상, 2003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주왕산 기암 절경과 조화를 이룬 천년고찰 ‘대전사’

주왕산 내에 위치해 기암 절경과 어울리며 독특한 운치를 자랑하는 천년고찰 ‘대전사’는 주왕산의 전설과 함께 재미있는 설화가 내려오는 곳이다.

대전사 경내에는 예전에 우물을 메운 흔적이 있고, 지금까지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우물과 관련된 설화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조선시대 어느 스님이 부처님께 올리는 청수를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냇가에서 길어다가 올렸다. 하루는 매일 물을 떠다 공양을 올리니 귀찮기 그지없어 스님들이 의논했고, 앞뜰에 우물을 파서 그 물을 길어 청수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스님들은 우물을 파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불이 나서 절이 모두 불타버렸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성지도사가 와서 지세를 보고 하는 말이 “대전사는 터가 부선형(浮船形) 즉, 배가 바다에 떠서 항해하는 혈(穴)이라 여기에 우물을 파니 배 바닥에 구멍이 뚫은 격이다. 그래서 불이 나 절이 타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스님들은 급히 우물을 메우게 됐다고 한다.

또 다른 전설은 우물에 노루 한 마리가 빠져 죽었는데 이는 살생이란 느낌이 들어 메우게 됐다는 이야기가 있고, 일설에는 이 우물을 마시던 스님들이 거의 장수를 했고, 힘이 지나치게 세서 난폭한 행동을 자주 저질렀기 때문에 부득이 우물을 묻어 버렸다고도 한다.

대전사 건물로는 보광전(普光殿)과 명부전·산령각·요사채 등이 있고, 유물로는 보광전 앞 삼층석탑 2기와 사적비·부도 등이 남아 있다. 이 중 보광전은 국가지정 보물 제1570호로 지정된 정면 3칸의 다포계 맞배지붕 건물이다. 내부에 임진왜란 당시 이여송(李如松)이 유정에게 보냈다는 친필 서신을 목판으로 음각한 것이 보관돼 있다. 보광전 앞의 석탑은 근처에 흩어져 있던 석탑재를 짜 맞춘 것이다.

심부자댁의 99칸 전통한옥 ‘송소고택’



송소고택은 조선시대 영조 때 만석의 부(富)를 누린 심처대(沈處大)의 7세손 송소(松韶) 심호택(沈琥澤)이 호박골에서 조상의 본거지인 덕천동에 이거하면서 지었다고 전해진다. 1880년경에 건립됐고, 대문은 솟을 대문에 홍살을 설치했으며, 큰 사랑채는 정면 5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크고 화려한 건물로 주인이 거처하는 곳이다.
우측에 작은 사랑채가 있고 그 뒤로 안채가 있다. 안채는 전체적으로 ㅁ자형을 이루고 있으며 대청마루에는 세살문 위에 빗살무늬의 교창을 달았다. 건물에 독립된 마당이 있으며, 공간이 구분돼 있는 등 조선시대 상류주택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 별당은 2채인데, 하나는 대문채이고 또 하나는 별당으로 정면 4칸, 측면 2칸이다.

겨울이면 빙벽이 펼쳐지는 ‘얼음골’



경북 청송군 부동면 내룡리에 자리한 주왕산 얼음골은 한여름이면 생수를 받으러 온 사람들의 줄이 끊이지 않는다. 또한, 왼쪽으로는 높이 60m 이상의 거대한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무더운 여름 날씨마저 비켜간다. 겨울이면 폭포에는 거대한 빙벽이 형성되고, 가끔 산악인들의 빙벽 등반 모습을 볼 수 있다. 매년 이곳에서는 빙벽 등반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 폭포는 청송군에서 계곡의 물을 끌어올려 만든 인공폭포다.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이곳 얼음골에 청송군에서 새로운 천 년을 맞이하는 뉴밀레니엄 기념사업으로 1999년 8월에 설치한 폭포로서 국내 최고의 높이와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겨울의 얼음골은 벽 하나를 얼음이 가득 감싸 마치 설원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곳은 많은 스포츠인들이 사랑하는 곳으로 그들은 로프 하나에 몸을 의지해 물이 내려온 방향 거꾸로 산을 오른다.

소설 <객주>를 주제로 한 복합 문화 공간 ‘객주문학관’

19세기 말 조선 팔도를 누빈 보부상들을 중심으로 민중 생활사를 생생하게 그려낸 김주영의 대하소설 <객주>. 한국 역사소설의 지평을 넓힌 <객주>를 테마로 문을 연 객주문학관이 청송에 위치해 있다.

객주문학관은 폐교된 진보 제일고 건물을 증·개축한 4천 482㎡ 규모의 3층 건물로, <객주>를 중심으로 작가의 문학 세계를 담은 전시관과 소설도서관, 스페이스 객주, 영상 교육실, 창작 스튜디오, 세미나실, 연수 시설 그리고 작가 김주영의 집필실인 여송헌(與松軒) 등으로 이뤄져 있다.

제1·2전시실에는 작가 김주영의 집필 배경과 과정이 상세하게 전시돼 있고 조선 후기에 활동하던 보부상들의 활동상이나 조선 후기 상업사를 단편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게 꾸며, 역사 및 상업사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흥미 있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객주문학관은 특정 인물이나 작품에 관한 자료를 수집·보관·전시하는 기본적인 기능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민과 소통하고 지역 사회의 문화·예술 환경 조성에 이바지하며 여러 장르 예술인들의 창작 공간으로 폭넓게 운영되고 있다.

마음마저 하얘지는 백색의 냇가 ‘백석탄’



청송군 안덕면 고와리 계곡에 있는 백석탄(白石灘)은 어떻게 보면 그곳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정교한 예술조각의 수려함을 갖고 있다. 마치 옥 같은 여울 속에 알프스 흰 산맥의 일부를 잘라서 갖다 놓은 것 같은 눈빛 연봉은 방호정 맑은 물에서 목욕을 했다는 선녀의 옷자락 같게도 보인다. 그 모습이 얼마나 신비하고 아름다운지 그 위에 드러누워 먼 하늘을 보면 세상만사 구름 가듯 느껴져 누구나 무아지경에 이르게 된다. 만일 이 백석탄이 주왕산 가까운 곳에 위치했더라면, 주왕산은 분명히 금강산 다음가는 명승지가 됐을 것이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경주사람 송탄 김한룡(松灘 金漢龍)이 조선 인조 때 고와마을을 개척해 시냇물이 맑고 너무나 아름다워서 고계(高溪)라 칭한 바 있고, 선조 26년(1593)에는 고두곡(高斗谷)이란 장수가 왜군(倭軍)에게 부하를 잃고 백석탄을 지나다가 경관이 너무나 아름다워 한동안 이 곳에서 마음의 상처를 달랜 후, 고와동이라 개칭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또한 백석탄 계곡 언덕위에는 장군대가 있는데, 김한룡이 조선 인조때 이곳에 우거할 시 병자호란 당시 순절한 그의 부친인 대양김몽화(金夢和) 장수의 갑옷과 투구를 이곳에 묻었으므로 후인들이 그곳을 장군대로 부르고 있다. 조어대(釣魚臺) 밑으로는 가사연(歌詞淵)이 있어 옛 시인들이 이곳에서 고기를 낚으면서 산자수명함을 노래했다고 한다.


문화관광저널 고경희 기자 ggh@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