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_left
search

 

 

ȭ
ȭ

한국과 중동의 관광교류 의의

글. 구기연 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   / 2016-07-15 10:41:42

페르시아 문명의 나라, 이란

지금까지도 한국 사회에서 중동은 특이한 여행지로 여겨진다. 이란과 같은 중동을 관광 목적지로서 고려하는 사람들은 극소수 모험적 관광객 이외에는 거의 없을 정도로 중동은 한국과의 관광교류에 있어서 불모지에 가깝다. 1980년 이후 중동 지역의 잦은 내전과 전쟁, 2010년 이란 민주화시위, 2011년 아랍의 봄, 최근의 IS 사태처럼 굵직한 악재들은 낯선 중동을 더욱 먼 관광지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아웃바운드로서 중동은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문화적으로 가깝고 관광 목적지로서 매력적이며 볼거리가 풍부하다.

특히 이란의 경우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까다로운 비자 취득, 직항 항로 미취항 등이 관광교류의 성장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올해 1월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 소식이 들리면서 이란 정부는 적극적으로 굳게 닫혔던 빗장을 열고 있다. 최근에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을 계기로 이란 지역은 단순히 수익을 얻고자 하는 무역국에서 조금 더 긴 호흡으로 그들과의 교류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지역이다. 사실상 이란과 한국은 지난 경제 제재 기간 동안에도 끊임없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고, 특히 2008년부터 시작된 이란 내 한류열풍은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이유로 이란은 한국의 새로운 인바운드 관광시장으로서의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며, 아웃바운드 측면에서는 한국인이 많이 가보지 않았던 곳이지만 과거 대제국으로 누렸던 역사적 문화적 자원의 풍부함에 이란인 특유의 환대정신이 더해져 다른 관광지들과는 차별화되는 매력적인 관광목적지로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란과 같은 중동 지역과의 관광 교류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지난 5월 박근혜대통령의 이란 순방은 한류(韓流)의 본격 진출을 염두에 둔 ‘문화 외교’를 표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통령의 순방에 맞춰 테헤란의 랜드마크인 밀라드 타워를 중심으로 ‘코리아 컬처 위크(한국 문화 주간)’ 행사를 진행했으며, 한류 문화의 지속과 확산을 위해 2017년에 한국문화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인적 교류에 있어서도 관광객은 그들의 고국 즉 한국에 대한 인상을 남겨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외국인 개인에 대한 관심이 외국 문화의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브루즈 칼리파를 탄생시킨 주역들, 중동 관광지에서 만나는 한국의 힘

요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관광지 중 단연 선호되는 목적지가 바로 브루즈 칼리파 빌딩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알려져 있는 브루즈 칼리파는 ‘사막의 꽃’이라 불린다. 브루즈 칼리파는 사막의 꽃인 ‘하이메노칼리스(거미 백합)’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여섯 개의 꽃잎 중 하나 건너 하나씩 세 개의 잎을 떼어내면 이 건물의 단면 모습이 된다. 기하학적인 모양의 패턴을 반복하는 이슬람의 건축양식을 접목시켜 신기루의 위에 떠있는 신비스럽고 매력적인 건축물이 완성됐다. 또한, 브루즈 칼리파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두바이몰 앞의 대형 인공 분수와 저녁과 밤까지 빛의 향연을 보여주는 음악 분수쇼는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매력적인 아랍 음악이나 유명한 서구의 팝송에 맞추어 경쾌하게 솟아오르는 물줄기는 뜨겁디 뜨거운 사막의 도시의 열기를 식혀주기에 충분하다. 분수쇼 중간에는 브루즈 칼리파 건물의 레이저쇼도 함께 이루어진다.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브루즈 칼리파의 전망대에서 어둠을 맞이해 도시의 야경을 구경하고, 전망대에서 아래 인공 호수에서 열리는 바로 이 빛의 분수쇼를 보는 것이다. 이러한 매력적인 야경의 시간을 가지고 나서 1층으로 내려오면 흥미로운 사진을 마주하게 된다. 브루즈 칼리파 관람 후 저자의 시선을 끈 것은 브루즈 칼리파를 탄생시킨 주역들의 사진이다.

한국과 중동 관광교류의 폭을 넓히고 그 진출 방향을 틀어보자면 비교적 열악한 중동의 관광편의 시설 건설에 협력자로 한국 기업들이 동참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두바이에서처럼 최고급 빌딩이나 쇼핑몰 건설 뿐 아니라, 이란처럼 현대식 쇼핑몰이나 관광객 유치를 위한 숙박 시설 등의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시점에 한국의 인력과 기술들의 주도적인 참여 역시 한국과 중동의 관광교류에 있어 협력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중동 관광교류에 있어 시급한 해결 과제

한국과 중동 간 관광교류에 있어서 풀어야 할 과제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관광 교류는 단시간의 교류와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폭넓은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은 너무나 명확한 사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광 대상자를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주는 대상자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는 중동 인구의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무슬림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 부정적이다. 현재 한국사회에는 13만 명이 넘는 무슬림이 거주하고 있으며, 해마다 무슬림 관광객들의 입국 또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며, 특히 IS 테러 이후 이슬람포비아 현상은 더욱 만연해지고 있다. 실례로 2016년 4월에 있었던 한국의 제20대 국회의원선거 기간에 어느 정당의 홍보물에서는 이슬람 혐오의 문구를 그대로 노출했다. 그 홍보물은 소수자에 대한 비판과 ‘할랄 단지 조성계획 중인 익산시에 무슬림 30만 명이 거주하면 대한민국은 테러 위험국으로 전락’, ‘우리나라 여성에 대한 성폭행 급증 및 안전보장 불가’ 등의 이슬람포비아적인 선거구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과연 어떻게 원만한 한국과 중동의 관광 교류가 이루어질 것인가? 한국에서는 중동 관광 교류에 있어서 의료 관광의 수요 증가를 기대하는 연구들이 있다. 중동인들이 기대하는 의료 관광이라 함은 의료적인 서비스 뿐 아니라 환자들에게 맞는 음식이나 종교적인 케어가 뒷받침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무슬림들을 잠재적인 위험인물로 여기는 사회적 풍토에서 중동권 환자들의 의료 관광 증대를 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중동 관광시장조사(2007)’ 보고서에서 드러나듯이 무슬림 친화적인 ‘무슬림 친화호텔’이나 ‘무슬림 친화 식당’의 지원 및 선정이 시급하다.

한편, 중동에서의 한류 붐이 한국 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역시 너무 안일하고 추상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한국 드라마와 K-pop의 인기가 높다고 해도 어떤 관광 인프라를 가지고 중동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황이 아닌가? 이란에서도 2009년 주몽 열풍 이후 사실상 한류드라마 히트작이 나오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철지난 한류로 인한 각종 기대를 하고 있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보다 심도 있는 마케팅 전략과 관광객 유치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파악하고 중동인들에게 인기 있는 동남아국가들과 비교해 차별적인 관광 유치 전략 수립을 하려는 노력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시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중동 지역으로의 관광이 낯선 것처럼 중동 사람들에게 한국 역시 낯설며 이질적이긴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그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그들의 시선 역시 달라질 수 있다. 보다 발전적인 한국-중동 간의 관광 교류를 위해서는 문화상대주의 관점을 가지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비즈니스적인 계산보다 중동에서 그들이 그러하듯 손님으로 따스하게 환대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글. 구기연 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


** 구기연 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외대 이란어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싱가폴 국립대학교 중동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역임한 바 있으며, 지금은 서울대 및 연세대에서 강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주된 관심은 중동, 이란, 뉴미디어와 무슬림 여성 문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