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_left
search

 

 

ȭ
ȭ

무소불위의 금배지 특권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전병열 편집인 chairman@newsone.co.kr  / 2016-07-13 11:27:28

금배지의 위력은 무소불위(無所不爲)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그들을 불신한다. 한국에서 가장 욕(辱)을 많이 먹고 비난을 많이 받는 집단이 정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 때마다 ‘서번트(servant 하인) 마인드로 주인을 섬기겠다’는 약속은 오간 데 없고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사리사욕에 혈안이 된다. 그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금배지만 쟁취하면 초심을 망각하고 ‘갑질’로 국민의 지탄을 받는 행태를 할까. 양심을 버리고 윤리 불감증에 걸리는 원인은 무엇일까. 물론 우리의 정치문화가 그렇게 만들었겠지만, 근본 원인은 특권을 부여한 제도에서 찾아야 한다. 국회의원에게 보장된 특혜는 무려 200여 개가 된다고 한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히면 그 맛(?)에서 헤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첨단 모바일 세대가 정치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잘못된 법제를 정비하고 시급히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실제 지난 4·13 총선 투표율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청년층 투표율이 19대 총선 때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체 유권자의 10%에 해당하는 전국 436만 5,307명을 무작위 추출해 조사한 결과다. 그동안 정치 무관심층으로 여겨져 온 젊은 유권자 집단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대교체가 머지않았다는 증명이다.

정비해야 할 대표적인 특혜가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이다.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하는 특권으로 우리 헌법 제45조에서 이를 보장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발언·표결의 자유라고도 한다. 또한,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이 현행범인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으며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경우라도 국회의 요구 때문에 석방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새누리당이 이 면책특권을 개혁하겠다고 나섰다.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일 “국회의원 면책특권도 헌법 규정과 충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면책특권 뒤에 숨어 ‘아니면 말고’식 폭로를 일삼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지지했다. 발단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조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사위 발언과 보도자료를 통해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의 한 위원이 성추행 전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사과했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조 의원에게 “언행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경고까지 했다. 검사 출신으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까지 지낸 인사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도 않고 ‘아니면 말고’식으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면책특권은 의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국회의원이 민의의 대표자로서 자유롭고 소신 있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여한 권리다. 영국의 권리장전에서 비롯해 미국 연방헌법에 최초로 규정됐고, 현재 세계 다수 국가의 헌법이 면책특권으로 의원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면책특권을 제한할 경우 국회의 존재 이유이자 고유 권능인 권력 감시·견제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하지만 남용했을 때는 그 폐해가 막심하므로 보완하지 않을 수 없다. ‘묻지 마’식 의혹 제기나 비방, 막말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려선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국회 윤리규정이나 윤리특위 활성화를 통해서도 제재할 수 있겠지만, ‘제 식구 감싸기’로 유명무실해 실효가 없었다.

불체포특권도 이미 의원들이 뇌물이나 횡령 같은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놓고도 법망을 피해가는 시대착오적 특권으로 전락했다. 국회의원들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취임하면서 최우선 과제로 이것을 말했고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도 새누리당이 제시한 내용과 똑같은 법안을 제출해 놓고 있다고 한다. 여야 이견이 없는 만큼 시급히 법안을 통과시키길 기대한다.

개혁해야 할 과제가 특권뿐만 아니다. ‘가족채용’ 근절 등 정의로운 사회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전병열 편집인 chairman@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