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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갈등 상생의 길은 없는가

전병열 편집인 chairman@newsone.co.kr  / 2016-06-13 17:00:44


신공항 입지 선정을 놓고 영남권이 두 동강 나고 있다. 중앙정부가 뒷짐 지고 있는 새 정치권에서부터 지자체, 지역 민심까지 두 쪽으로 갈라서고 있는 판국이다.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이기적인 주장을 고수 한다면 그야말로 양패구상(兩敗俱傷)이 될 수밖에 없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누가 이런 일을 꾸민 것인가. 

영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20여 년 전이다. 1992년 부산시가 도시기본계획 수립 시 김해국제공항 포화상태를 대비해 그 대안으로 신공항 건설 계획을 세웠다. 이후 부산뿐만 아니라 다른 영남권 광역시도들이 관심을 나타냈고, 2005년 정부에 신공항 건설을 건의하기에 이른다. 2006년 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신공항 건설 검토를 지시한다. 신공항 건설이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한 것은 2007년 이명박 대선 후보가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면서부터다. 이 전 대통령 당선 후 국토연구원은 부산이 추천한 가덕도와 대구, 부산, 경남, 경북이 내세운 밀양을 대상으로 용역을 수행한다. 그 당시에도 부산과 영남지역 4개 도시 간에 입지 선정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신공항 건설을 요구하며 갈등이 고조되자 결국 이명박 정부는 집권 4년 차인 2011년 3월 30일 신공항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말았다.

작금의 가덕도와 밀양을 놓고 벌이는 각축전이 그러한 양태가 안 될 것이란 법이 없다. 상생의 길을 찾지 못하면 방법이 없지 않은가. 대립보다 좀 더 실리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입장으로서는 특혜 등 중재 안을 놓고 여타 지자체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현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덕도와 밀양은 이미 한 차례 ‘공항 부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받았었다. 2011년 신공항 건설이 무산될 당시 환경에 악영향이 크고, 건설비용이 많이 들며, 수요가 적어 경제성도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당시 조사 결과를 보면 공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밀양은 산봉우리를 잘라내야 하며, 가덕도는 평균 수심 19m의 바다를 매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도 2010년 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계속 미뤄오다 결국 무산됐지만,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 간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신공항 건설 백지화 발표 다음 날 지역구를 찾은 박 의원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겨 유감스럽다. 당장 경제성이 없더라도 신공항은 필요하다. 계속 추진할 일이다”라며 정면 반박했다. 이후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면서 국토부가 다시 사업을 추진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신공항 유치를 놓고 서병수 부산시장은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선언하는 등 해당 지역 정치인들의 공약에 신공항 건설이 단골 메뉴가 됐다. 정치 쟁점화가 피할 수 없게 된 이유다.

지난 8일 서 시장은 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정치적·정무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정권의 실세가 대구 쪽에 많이 있고 국토교통부 정책라인에 대구 출신 인사들이 많이 포함돼 있는데, 이들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부산 시민들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와 상관없이 박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경북 지역에 유리한 밀양으로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는 공개적으로 신공항 입지 선정에 음모론을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세연 부산시당위원장은 “새누리당이 신공항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한다면 부산에서 새누리당에 대한 완전한 지지 철회가 있을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했다. 2012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9일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방문할 계획이며,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부산역 광장에 ‘신공항 대책 본부’를 발족했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사심이나 정치적 이해득실로 결정한다면 이는 천인공노할 일이다. 불공정 용역이나 음모론의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베일에 싸인 용역과정 때문일 수도 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지선정이 될 수 있도록 그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숨겨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전병열 편집인 chairman@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