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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 축제] 의여차, 줄로 하나 되는 세상! ‘기지시줄다리기 민속축제’

기지시줄다리기,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문화관광저널 고경희 기자 ggh@newsone.co.kr  / 2016-05-16 12:19:06

두 개의 거대한 줄이 하나로 연결되면 비로소 화합단결의 상징인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징소리와 함께 수만 명의 사람들이 수 갈래로 퍼진 줄을 힘껏 잡아당긴다. 징 신호에 맞춰 천지가 진동하는,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장관이 연출된다. “의여차” 수많은 인파가 줄을 다리는 함성과 풍악소리, 수백 수십의 농기와 영기가 펄럭이는 광경은 ‘기지시줄다리기 민속축제’의 하이라이트다. 풍년을 빌고 국태민안을 기원하고자 시작된 기지시줄다리기는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제75호로,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당진시는 매년 4월 선조들의 문화와 소통하고 너와 내가 하나 되는 거대한 민족축제 ‘기지시줄다리기 민속축제’를 개최해 나라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고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5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기지시줄다리기 민속축제’

충남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리에는 50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기지시줄다리기’가 전승된다. 기지시줄다리기에 사용되는 줄은 길이가 200여 미터, 직경 1미터(머리 부분은 1.8미터), 무게는 약 40톤이 나가는 거대한 줄이다. 이 줄은 몸줄이 굉장히 굵고 무거워 몸줄 좌우에 ‘곁줄’이라고 불리는 작은 줄을 수십 개 늘여, 줄의 모양이 흡사 지네와 비슷하다.

매년 음력 2월 1일부터 잔줄 제작을 시작해 3월 초순(양력 4월 초)이면 ‘기지시줄다리기 민속축제’에 사용될 거대한 줄을 완성한다. 큰 줄 2개는 암수 두 마리 용을 상징한다. 이는 어민들이 닷줄을 만들 때 사용하는 세줄 꼬기 방식을 차용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푸라기로 만든 새끼줄 210개를 줄 틀로 다시 꼬는 과정을 거쳐 거대한 줄이 완성되기까지 꼬박 40일이 걸린다. 축제는 사실상 잔줄 제작이 시작되는 때부터 행해진다.

매년 4월이 되면 4일간 축제 본 행사를 진행한다. 첫째 날은 국수봉 사당에 재물을 정성껏 차려놓고 국가의 안녕과 지역의 평안을 비는 ‘국수봉당제’를 유,불,선 3도의 습합축제형식으로 진행한다. 또한 농수, 식수, 풍족으로 풍년이 들게 해달라는 내용으로 대동우물에서 ‘용왕제’를 모시고 기지시 시장의 번성을 기원하는 ‘시장기원제’를 지낸다.

세 가지의 당제가 마무리되면 축제 마지막 날에 메인행사인 줄다리기 행사가 이뤄진다. 아침 일찍부터 각 마을에서 농기와 영기를 앞세워 풍물을 치며 줄다리기 장소로 모이는데 이때는 수백 개의 농기와 풍물패의 농악소리, 수많은 인파의 함성소리가 뒤섞여 기지시마을이 떠나갈 듯하다. 오후 2시가 되면 관중들은 수상(水上, 내륙마을), 수하(水下, 바다마을)로 나뉘어 길놀이를 진행한다. 지역민들의 힘을 모아 만들어진 줄을 흥척동 줄다리기 놀이마당까지 옮겨가는 과정이다. 수상, 수하 두목들은 각기 자기편 줄을 옮기기 위해 영기와 신호기를 높이 들어 “의여차”(의롭게 가고 또 가자)를 외치며 관중들을 독려한다. 숫줄은 앞서고 암줄은 뒤에서 의롭게 행진한다. 줄이 움직일 때는 관중들의 힘에 의해 바람과 먼지가 구름처럼 일어 그 모습이 마치 용(龍)이 승천하기 위해 용트림을 하는 것 같다. 길놀이는 줄다리기 행사 중 가장 장엄하고 의미 있는 광경이다. 우렁찬 함성과 함께 1km의 거리를 3시간 동안 행진한 뒤 줄은 시연장으로 옮겨진다. 기지시줄다리기의 길놀이는 이렇듯 신명과 애살몰음이 집합된 종합예술이다.

이후 시연장에 거대한 줄이 도착하면 이제 암줄, 숫줄의 결합(비녀장 끼우기)이 이뤄진다. 숫줄이 먼저 도착해 수상 위치에 진지를 확보하고 암줄을 기다리면 암줄은 뒤에 따라 자기 위치에서 숫줄에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암줄의 줄머리가 번쩍 들리면 숫줄의 줄머리를 옆으로 살짝 돌리면서 암줄의 머릿속으로 성스럽게 진입시킨다. 이후 준비된 비녀장을 끼워 암줄과 숫줄의 결합을 이뤄낸다. 만물 생성의 근원인 암수의 정받이가 잘돼 튼실한 열매를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즉, 풍년이 들게 해달라는 오묘한 뜻이 여기에 있다.

이렇게 두 개의 거대한 줄이 하나의 줄로 연결되면 이제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징소리와 함께 수만 명의 사람들이 수 갈래로 퍼진 줄을 힘껏 잡아당긴다. 신분의 구별 없이 남녀노소 누구든지 이곳에 참석한 사람이라면 마음껏 줄을 당겨볼 수 있다. 수많은 인파가 줄을 다리는 함성, 풍악소리, 수백 수십의 농기와 영기의 펄럭임이 어울러 만들어내는 광경은 가히 장관이 아닐 수 없다. 풍년을 빌고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줄다리기에 참여하면서 너와 내가 하나가 되고, 나라를 사랑하는 힘과 향토애를 길러 단합을 이를 수 있다.

이날 줄다리기에서 수상이 이기면 온 나라가 평안하고 수하가 이기면 풍년이 들어 온 백성이 배불리 먹고 잘산다고 한다. 이처럼 기지시줄다리기는 승부를 떠나 모두가 하나 되는 거대한 민족축제의 한마당이다. 처음 본 사람들과의 어색함도 잠시, 함께 줄을 다리다 보면 어느새 하나 됨을 느낄 수 있다. 선조들의 문화와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장이 된다.

축제장에서는 줄다리기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시연장과 민속 마당, 공연장에서는 각종 민속 공연, 줄다리기 대회, 아시아 줄다리기 선수권대회 등을 볼 수 있다. 체험마당에서는 온 가족이 어울릴 수 있는 ‘오감만족’의 시간이 마련된다. 목공예며 짚풀공예, 전통매듭공예 등 25종 이상의 체험이 가능하다. 민속마당에서는 투호대회와 윷놀이, 사물놀이 등이 펼쳐진다. 평소 만날 수 없었던 전통놀이를 한자리에서 모두 즐겨볼 수 있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흥겨운 분위기 속에 희망찬 기운을 느껴보고 싶다면, 당진의 ‘기지시줄다리기 민속축제’에 방문해보자.


[기지시줄다리기 박물관]

문화관광저널 고경희 기자 ggh@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