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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관광객 제1의 여행지, 아세안을 만나다

글. 최경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동남아센터 선임연구원  / 2016-05-13 16:24:00

관국지광의 정신

서양 사회가 관광을 ‘즐거움의 추구’라는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동양 사회는 관광(觀光)을 주역(周易)에 나오는 ‘관국지광(觀國之光)’의 의미로 보고 있다. 관국지광이란 “타국의 문물을 보고 임금의 덕이 어떠한지 꿰뚫어 보는 것”으로서, 선비 정도의 안목이 있는 사람이라야 가능한 능력일 것이다. 이에 따르면 관광은 물리적인 햇빛을 보는 것이 아니고 식견이나 통찰력을 통해 무언가를 보는 행위이다. 다시 말하자면, 관국지광의 정신은 우리가 여행하기로 선택한 타 문화권에 서려있는 정신적 가치에 대한 배움을 강조하는 것이라 해석해 볼 수 있다. 물론 21세기에 즐거움을 추구하는 관광과 배움을 추구하는 관광이 서로 배타적인 것으로 이해될 필요는 전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관광을 통한 즐거움의 추구는 문화적 상호교류, 상호이해, 상호인식을 높이는 계기로서 언제나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한국인들의 해외관광에 있어서 타 문화권에 대한 정신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하는 노력은 즐거움을 추구하는 노력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부족해 보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도 동남아 지역으로의 여행은 한국인의 현재와 미래와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현재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변화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동인이 되는 곳이 동남아 출신의 어머니들이기 때문이고, 좀 더 미래적인 차원에서 동남아는 동아시아 공동체(East Asia Community) 구상의 핵심 축이기 때문이다. 한국, 중국과 일본 그리고 동남아 국가들의 약속에 따르면, 머지않아 동남아(Southeast Asia) 지역과 동북아(Northeast Asia) 지역을 하나로 잇는 공동체가 탄생될 예정이다. 물론 앞으로 이것이 구체화되려면 계획했던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에서 있어 동남아 국가들은 이웃국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지역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남아를 보는 한국인 관광객에게 지금 필요한 건 ‘관국지광’의 정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과 아세안 관광교류 현황

한국인은 과연 어느 국가 또는 지역으로 가장 많은 해외여행을 떠나고 있을까? 통계적으로 2011년까지의 1위는 중국이었지만, 2012년부터는 그 1위 자리를 아세안(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 Nations, 동남아국가연합) 지역이 넘겨받았다. 아세안은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과 같은 10개국의 지역협력기구를 말한다. 물론 집합국가 대 개별국가를 비교하는 것이 조금 부적절할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동남아 개별국가들은 2015년 아세안 공동체(ASEAN Community) 출범을 계기로 하나의 지역단위로서의 동남아 국가가 됐음을 이해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러한 접근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에게 유리하다.

수치로 보면, 전체 해외여행을 하는 한국인의 규모는 2007년에 약 천3백만 명, 2008년에 천백만 명, 2009년에 9백4십만 명, 2010년에 천2백만 명, 2012년에 천3백만 명, 2013년에 천4백8십만 명, 2014년에 천6백만 명 정도다. 2008년과 2009년에는 세계경제위기로 한국인 관광객 추이가 줄었다가 2012년에 2007년에 통계 숫자에 다다르게 되었고, 이후 한국인 해외관광객 수는 상당히 증가한 편이다. 아세안을 향한 한국인 관광객 수치는 2007년에 3백6십만 명, 2008년에 3백2십만 명, 2009년에 2백4십만 명, 2010년에 3백3십만 명, 2011년에 3백8십만 명, 2012년에 4백만 명, 2013년에 4백8십만 명이었고, 2014년에는 5백만 명을 넘었다. 2014년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중국 여행하는 한국인은 약 4백만 명이었고, 일본여행은 2백7십만 명, 미국여행은 천4백만 명 정도였다. 이제 아세안은 2012년을 기점으로 한국인들이 찾는 제1의 관광지역이 된 것이다.

그러면 한국인들은 어느 동남아 국가를 가장 많이 여행하고 있을까? 또한 다른 외국인들은 어떤 동남아 국가로 관광을 떠나고 있을까?

첫째, 세계인들이 많이 찾는 아세안 국가 1위는 말레이시아, 2위는 태국, 3위는 싱가포르, 4위는 인도네시아였다. 둘째, 동남아 역내 회원국 사이에서도 1위는 말레이시아가 차지했다. 흥미로운 것은 1위를 제외하고는 역내 회원국들은 서로가 골고루 다양한 회원국 국가들을 여행하고 있다는 점과 역내 회원국 사이에서 브루나이 국가가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다는 점이다. 셋째, 한국, 중국 그리고 일본을 비교해 보았을 때, 아세안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한국의 2.5배, 일본의 3배 이상이다. 한편, 아세안을 찾는 순위는 중국, 한국 그리고 일본 순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제일 많이 가는 동남아 국가로는 1위가 단연 태국, 그 다음으로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였다. 또한 일본인 관광객이 제일 많이 가는 동남아 국가 1위 역시 태국이었으며 그 다음으로 싱가포르, 베트남이 순위를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사례를 보면, 중국, 일본과는 확연히 다른 패턴을 볼 수 있다. 한국인 관광객이 제일 많이 찾는 동남아 국가 1위는 필리핀, 2위는 태국이었다. 하지만 둘 사이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그 다음으로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동남아 국가 3위는 베트남, 4위가 싱가포르, 5위가 말레이시아, 6위가 인도네시아, 7위가 캄보디아, 8위가 라오스, 9위가 미얀마, 10위가 브루나이였다. 이러한 순위를 통해 우리는 동남아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의 특징들을 다소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세안과 한국을 이어주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이동, 관광

2015년, 아세안 공동체가 출범했다. 아세안 공동체의 두 번째와 세 번째 축인 경제 공동체와 사회문화공동체는 관광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관광은 아세안에게 있어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경제공동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경제적 원동력의 산물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문화공동체 차원에서 7억 아세안을 ‘아세안인’으로서 묶어줄 매우 중요한 기제이다. 따라서 아세안 공동체는 역내뿐만 아니라 역외에서 아세안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올 수 있도록 공식홈페이지(http://www.aseantourism.travel/)를 운영하고 있다. 아세안 관광 공식홈페이지에서는 아세안 관광이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고, 아름다우며, 즐길 거리가 많고 접근성이 높은 자연경관을 갖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어드벤처 관광, 해변 및 자연경관, 문화 및 문화유적, 홈스테이, 강 및 하천, 음식, 야시장, MICE, 순례여행지, 장기 체류 등에 관한 다양한 범주의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2015년, 한국에서 한아세안센터가 만든 아세안 여행 앱도 출시돼 한국인들에게 아세안 관광에 관한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2017년은 ‘한-아세안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됐다. 그리고 그해 부산에 ‘아세안 문화원’도 개원한다. 특히 2017년은 아세안에게 있어 아세안 출범 50주년의 해이다. 따라서 2017년이 ‘한-아세안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되었다는 건 한국으로서는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한국과 아세안은 인적으로 매우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지역이기에 앞으로 사람들의 자유로운 교류를 통해 한국과 아세안 사이의 인적관계가 지금보다 더 촘촘해지리라 기대한다.


글. 최경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동남아센터 선임연구원


최경희 박사는

서울대학교 아시연구소 동남아센터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인도네시아 국가와 아세안 공동체(ASEAN Community)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고, 현재는 인도네시아의 대표 종족의 독특한 음식 맛과 식재료를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