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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는 관객과 영화인, 시민을 위한 축제로...

전병열 편집인 chairman@newsone.co.kr  / 2016-05-13 14:52:51

갈등으로 위기에 처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그 실마리를 찾았다. 서병수 부산시장과 강수연 BIFF 집행위원장이 지난 5월 9일 김동호 BIFF 명예집행위원장을 첫 민간 조직위원장으로 추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다이빙벨’을 둘러싸고 빚어진 부산시와 BIFF 집행위원회 간의 갈등이 1년 8개월여 만에 일단락 된 것이다. 임시총회를 열어 새 조직위원장 위촉에 필요한 정관개정을 하고 전반적인 개정은 내년 2월 정기총회 때 하기로 합의했다.

1996년 9월 13일 부산 수영만 요트장에서 국제영화제의 화려한 개막식을 올리면서 영화인들과 우리 국민들은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었다. 이후 20여 년간 BIFF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한국의 문화 발전에 기여한 것은 물론 생산·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2,172억 원(2013년 기준)에 이른다는 통계도 나왔다. 또한, BIFF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영화제로 발돋움하면서 2014년 유네스코가 부산을 세계 3번째의 ‘영화 창의 도시’로 지정하는 데도 지대한 역할을 했다.

BIFF의 갈등은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이빙 벨’이 상영되면서부터다.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이 다이빙 벨의 상영 중단을 요청했고, 이에 대해 영화계는 상영중단 요구에 응할 수 없다며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BIFF 측은 독립성과 자율성을 주장하며 예정대로 상영을 강행했다. 그런데 사실 이 영화는 완성도가 뛰어나지도 않을뿐더러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려는 영화도 아니었다고 한다. 단지 세월호를 다룬 영화라는 이유로 상영중단을 요구하면서 시비가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 정권과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서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부산시는 감사원 감사결과를 근거로 이용관 전임 집행위원장과 전·현직 사무국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서 시장은 당연직인 조직위원장 사퇴를 발표했다. 그러자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총회 의결권을 갖는 신규 자문위원 68명을 위촉했고, 이에 반발한 부산시가 이들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해 승소했다. 급기야 지난 4월 18일 한국 영화계의 대표적인 9개 단체로 구성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가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두 기관의 감정적인 갈등이 올 영화제 개최의 중단 위기로 확대된 것이다.

부산시와 BIFF의 주장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영화로 대표되는 문화의 영역에서 그 영화가 어떤 시선과 관점을 갖는다 하더라도 그 영화를 상영하라 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국가 재정지원을 받는 기관으로서의 공익적 책임은 있어야 한다”며 책임성을 강조한다. 특히, 서 시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일부 영화인들만의 전유물로 전락했다”면서 다이빙 벨 상영 중단과 관련해서도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본질적인 문제는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로 귀결된다. 부산시와 BIFF의 주장은 표면적으로 독립성과 책임성이지만, 그 이면에는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수 있다. 물론 부산시의 입장에서는 사정상 지역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부산시가 얻는 무형의 효과는 크겠지만, 단체장 임기 내 가시적인 성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BIFF로서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내세우며 시의 간섭에서 자유롭기를 원한다. 그동안 얽힌 업계의 이해관계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두 기관의 헤게모니 다툼에 부산시는 물론 국가 문화산업 발전에도 막대한 지장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2O년 동안 키워온 세계적인 영화제를 더는 정치적 논리나 지역과 조직의 이해타산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다행히 경륜과 신뢰를 얻고 있는 김 조직위원장이 추대됐다고 하니 더 이상 갈등 없이 올 10월 국제영화제는 정상 개최될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보장돼야 하며, 운영의 책임과 투명성 또한 당연히 담보돼야 한다. 또한, 정관은 부산시와 BIFF의 이해관계를 떠나 관객과 영화인, 부산시민이 중심이 되도록 개정돼야 할 것이다.


전병열 편집인 chairman@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