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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청호동에 가면 잃어버린 내 고향과 가족들의 추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속초시청 관광과 관광홍보축제계 박명숙 주무관  / 2016-04-14 12:36:53

속초를 대표하는 문화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실향민 문화다. 청호동에 위치한 아바이마을은 1.4후퇴 당시 국군을 따라 남하한 함경도 일대의 피난민들이 휴전선에서 가까운 바닷가 허허벌판에 집을 짓고 집단 촌락을 형성하면서 생겨났다. 고향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 살고 싶은 마음에, 그리고 따로 정착할 곳도 마땅치 않았던 까닭에 속초의 갈대 무성하고 황량한 모랫벌 근처에 하나둘 모여들어 살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실향민들의 집성촌이다.

청호동 아바이마을

대부분의 실향민은 어업에 종사하였다. 거친 바다를 품고 주어진 숙명에 내동댕이쳐진 삶을 살아온 사람들. 이산의 설움과 타향살이의 고단함에 하루하루가 전쟁 같은 삶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인생여정은 헛되지 않았다. 거기엔 진한 눈물과 웃음이 버무려진 한 편의 드라마가 있었다. 실향민들이 지닌 아픈 사연만큼이나 고요하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이곳을 가득 채운다. 지금은 1세대보다는 그 자녀 세대들로 이루어져 그리움의 정서를 서정적인 낭만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골목골목을 지나칠 때면 들려오는 함경도사투리에서 강한 생활력과 고향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절절히 느껴볼 수 있는 이 작은 마을이, 오래전 한류를 타고 국제적인 관광명소가 됐다.

KBS 드라마 <가을동화>의 배경으로 등장해 관광명소로 급부상한 이 마을은 아름다운 해변, 맛있는 먹을거리, 역사적 상징성 등이 더해지며 연중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서정적인 스토리와 애잔한 음악으로 많은 시청자의 눈물을 자아낸 이 드라마는 때 묻지 않은 여주인공 은서(송혜교)를 대변하듯, 그녀가 살던 동네도 소박하고 맑은 느낌을 선사하는 아바이마을로 선택한 듯하다.



아바이마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직사각형 모양의 오렌지색 ‘갯배’를 타야 하는데, 손으로 쇠줄을 잡아당겨 앞으로 나아가는 갯배의 모습에서 아날로그적 향수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속초 시내와 청호동 아바이마을 사이에 놓인 속초항 수로를 건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 바로 청호동의 명물, 갯배다.

갯배는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잊지 못할 명장면을 연출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갯배는 긴 선 두 가닥을 매어놓고 철선 하나에 각각 배를 1대씩 고정시켜 갈고리를 철선에 걸어 당기면서 배를 앞으로 끌어당기는 방법으로 운행하는데, 전국에서 유일하게 속초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무동력선인 갯배를 타보는 것은 색다른 경험과 잊지 못할 추억을 전해 준다. 빛바랜 구멍가게의 간판, 비좁은 골목들, 층층이 쌓여있는 연탄 등 시간을 되돌린 듯한 어촌마을의 풍경을 감상해보자.

한편, 드라마 속에서 ‘은서네 슈퍼’가 있던 자리는 이제 작은 오징어순대 전문점이 들어섰지만 화면 속 소박한 정서는 그대로 묻어난다. 특히 낮은 담장 너머로 보이는 이곳 주민들의 모습은 어촌마을의 정감어린 풍경 그 자체다. 해풍에 오징어, 반건조 생선, 배추 등을 말리는 모습부터 멀리 파도 소리를 들으며 마루에서 쌔근쌔근 잠든 아이의 모습까지 아바이마을이 담은 모습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아름답다.

아바이마을에 가면 마을 입구에서부터 그윽한 풍미가 시장기를 자극한다. 바로 마을에 즐비하게 늘어선 북한음식 전문점들 때문이다. 아바이순대, 오징어순대, 명태순대, 순대국밥, 가리국밥, 함흥냉면, 가자미식해 등.... 오십 년 전통을 이어가는 북한음식 전문점과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대 음식에 선정된 가리국밥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분단의 아픔과 함께 고향을 그리던 추억의 맛~
오징어순대, 명태순대, 아바이순대

6.25전쟁 당시 함경도를 떠나온 사람들이 터를 잡은 속초 청호동, 일명 아바이마을 이곳은 고향을 그리는 함경도 실향민들이 지금도 모여 산다.

곧 돌아갈 수 있다고 믿으며 고향 가까이 정착한 이들이, 한 해 두 해 갈수록 멀어지는 고향을 그리면서 먹기 시작한 것이 바로 아바이순대, 오징어순대, 명태순대다.



지역에 따라 순대를 만드는 방법과 맛이 다르다. 평안도와 함경도에서는 아바이순대를 만든다. 돼지 창자를 뒤집어 깨끗이 씻어 내고 소금으로 주물러 씻어 하룻밤 물에 담가 놓는다. 찹쌀을 충분히 불려서 삶고, 숙주도 데쳐서 다지고 물기를 꼭 짠다. 찹쌀밥을 식혀서 먼저 선지를 넣어 섞은 다음 준비한 채소를 섞고 갖은 양념을 한다. 이때 간은 된장, 간장, 소금으로 한다. 돼지 창자를 건져 물기를 닦고 깔때기에 대고 준비한 소를 밀어 넣어 채우고 양쪽 끝을 실로 묶는다. 끓는 물에 된장을 풀고 순대를 삶는다. 30분 정도 지나면 대침으로 순대 곳곳에 침을 주고, 계속 삶아 1시간 정도 지나면 꺼내 식히고 둥글게 썰어서 양념 소금과 함께 내놓는다.

오징어순대는 오징어의 몸통에 다진 돼지고기와 풋고추, 당근, 마늘 등을 곱게 다져 넣은 후 삶거나 쪄 먹는 별식이다. 하지만 사실 이들이 함경도에서 먹었던 것은 이런 오징어순대가 아니었다. 원래 함경도에서는 싱싱한 명태의 내장을 비우고 속을 채워놓은 ‘통심이’ 즉 명태순대를 즐겨 먹었다. 지금은 귀하신 몸이지만, 옛날 함경도에서 겨울에 가장 흔한 생선이 명태였기 때문이다. 흉년이 자주 들던 어촌에서 생선만으로는 배고픔을 해결하기 힘들었기에 산채와 막장을 비벼 만든 소를 생선 속에 넣어 쪄 먹으며 속을 든든하게 채웠던 것이다. 미리 속을 꽉 채워 추운 겨울날 찬바람에 걸어 놓으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꾸덕꾸덕 맛있게 말라가는데, 이것을 쪄서 양념간장에 찍어 먹곤 했다.

분단 이후, 고향에서 먹던 명태순대의 맛을 잊지 못한 실향민들이 명태 대신 속초 앞바다에서 쉽게 잡히던 오징어를 이용해 만든 음식이 바로 오징어순대였다. 속초의 특산품인 오징어와 북쪽의 손맛이 만난 음식인 셈이다. 요즘 청호동 아바이마을을 찾으면 오징어순대에 계란옷을 살짝 입혀 프라이팬에 지져 내준다. 오징어순대 안에는 소가 가득 들어 있어서 몇 개만 먹어도 속이 든든해지고 오징어의 통통한 육질과 양념소가 절묘하게 어울려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좋다. 특히 매콤한 명태식해나 가자미식해와 함께 먹으면 맛의 궁합이 절묘하다.


  속초시청 관광과 관광홍보축제계 박명숙 주무관 (☎033-639-2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