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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군 트래블] 전통과 대자연이 어우러진 예향(藝鄕), 영동

문화관광저널 양명철 객원기자 ymc@newsone.co.kr  / 2016-04-14 11:20:44

전라북도와 경상북도, 충청남도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영동군은 백두대간이 추풍령에서 상촌까지 감싸고 있어 군 전체가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특히 전북 덕유산에서 발원한 금강이 금산을 거쳐 영동 양산면으로 흐르며 빚어놓은 ‘양산팔경’은 대표적인 절경이다. 영동군은 또한 한국 3대 악성으로 평가받는 ‘박연’의 고향으로, 예향의 고장임을 자랑한다.

송호관광지와 양산팔경

영동은 예로부터 한양으로 가려면 꼭 거쳐야만 하는 추풍령(秋風嶺)이 오랜 역사와 수많은 이야기를 전하는 고장이다. 충청북도 최남단에 위치한 영동은 동쪽으로 경상북도, 서쪽으로 충청남도, 남쪽으로 전라북도와 접해있고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이 갈라지는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아름다운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동쪽에는 눌의산(訥誼山 743m) · 황악산(黃岳山 1,111m)이 솟아 있고, 서쪽에는 마니산(摩尼山 640m) · 천태산(天台山 715m) · 성주산(聖主山 624m) 등이 아름다운 능선을 자랑한다. 남쪽으로는 천혜의 자연림으로 알려진 민주지산(眠周之山 1,242m)과 석기봉(石寄峰 1,200m) · 각호산(角虎山 1,176m) · 삼도봉(三道峰 1,176m) · 천마령(天摩嶺 926m) · 막기황산(1,000m) 등 높은 산들이 모여 있으며, 북쪽에는 백화산맥의 포성봉(捕城峰 933m)이 있어 자연의 풍광과 더불어 힐링여행으로는 최적의 관광지다.



먼저 금강 상류의 맑은 물과 100년 이상 된 송림이 어우러져 삼림욕과 가족 단위 및 청소년 심신수련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송호관광지를 소개한다. 284,000㎡의 부지에서 조성된 송호관광지는 주차장, 캠핑장, 물놀이장, 어린이 놀이터, 산책로, 캐러번 등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관광객에게 보다 즐겁고 쾌적한 휴식공간과 놀이공간을 제공하고자 최신식 공법과 시설을 갖춘 송호 물놀이장 등이 울창한 소나무숲 사이에 펼쳐져 있다. 무엇보다도 송호관광지 주변에는 남에서 동북으로 흐르는 금강 상류 연안에 위치한 명승지와 자연경관이 매우 아름다운 영동 관광명소 양산팔경이 펼쳐있다.

영동 관광명소 중에 으뜸은 양산팔경의 제1경인 영국사다. 영동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영동 제1관광지인 천년고찰 영국사는 주변의 풍광이 아름답고, 천 년이 넘었어도 여전히 노익장을 자랑하고 있는 영국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223호)가 있어 전국적으로 이름난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영국사 은행나무는 어른 서넛이 손을 맞잡고 둘러서야 나무를 제대로 안을 만큼 거대하고, 서쪽으로 뻗은 가지 가운데 하나는 땅에 닿아 뿌리를 내려 또 다른 은행나무로 자라고 있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가을이면 영화 ‘은행나무 침대’의 천 년을 이어온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천 년을 이어온 고찰과 오버랩 되며 아련히 떠오른다.

은행나무를 뒤로하고 영국사로 향하면, 경내에서 남쪽으로 약 200m 떨어진 언덕 위에 보물 제532호인 영국사 부도(浮屠)가 자리하고, 경내로 들어가면 고려 시대 중기의 명승 원각국사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보물 제534호인 영국사 원각국사비가 반가이 맞이한다. 영국사에서 동쪽으로 약 500m 가면 망탑봉이라는 작은 봉우리가 있고, 이 정상에 보물 제535호인 영국사 망탑봉3층석탑(望塔峯三層石塔)이 건립돼 있는데, 망탑봉이라는 이름은 이 봉우리에 석탑이 건립된 후부터 탑을 바라보게 되어 불린 이름인 듯하다.

제2경은 양산팔경 중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강선대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화창한 초여름날 하늘에 있는 어느 선녀 모녀가 강 속에 우뚝 솟은 3십여척(약10m)되는 석대에 해묵은 소나무가 그림처럼 솟아 있고 초여름의 강물이 햇살에 비쳐 은비늘처럼 일렁이는 신비스러운 땅에 목욕하러 내려와서는 주위 산천의 아름다움에 취해 넋을 잃고 말았다. 강물 속에는 숫용인 용바위가 있었고, 목욕하는 모습을 힐끔힐끔 훔쳐보던 용바위는 선녀의 아름다운 몸매에 그만 넋을 잃고 금세 흑심이 일어 선녀 쪽으로 한 걸음 두 걸음 옮겨갔다. 한참 정신없이 목욕을 하던 선녀는 무엇이 자기 쪽으로 옮겨 오고 있는 것을 눈치채고 그쪽으로 눈을 돌리자 아니나 다를까 커다란 용의 모양을 한 바위가 조금씩 이쪽으로 다가오지 않는가. 선녀는 그만 기겁을 하고 놀라 서둘러 옷을 걸쳐 입고는 하늘로 올라가 버리고 말았다. 이런 일이 있은 후부터 사람들은 이 바위를 강선대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경치가 빼어난 곳으로 이름난 비봉산이 제3경이다. 봉이 난다는 비봉산은 높이가 460m로 낮은 구릉지에 속하지만 양산면에서는 비교적 높다. 정상에서의 경치가 빼어난 곳으로 산책 삼아 정상에 오르면 금강과 양산면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비단강 숲마을의 강변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양산면 수두리 양강이 시작되는 지점에 위치한 봉황대가 제4경이다. 처사 이정인이 소일하던 곳으로 누각은 없어지고 바위만 남아 있다. 조망이 매우 아름다워 제2경 강선대와 비교되곤 한다. 여기서 동쪽 강변 바위로 가면 고즈넉한 정자가 있고 이것이 양산팔경 제5경 함벽정이다. 이 강변 백사장에는 물새 우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전해지는데 옛날 선비들도 이곳에 모여 비봉산 낙조를 바라보며 시를 읊고 학문을 논했다고 한다. 특히 함벽정에서 보이고 들리는 경치가 너무도 탁월해 ‘함벽정팔경’ 이라 해 따로 즐겼을 정도다. 비록 지금은 보고 들을 수 없지만 함벽정에 올라 눈을 감고 ‘함벽정팔경’을 상상해보면 선비들의 풍류와 함께 한바탕 꿈을 꾸는 듯하다.

금강을 사이에 두고 강선대와 마주하며 그와 버금가는 절경을 만들어 내는 여의정이 제6경이다. 제3경 비봉산과 더불어 양산면 일대와 그곳을 휘도는 금강의 장관을 선사하는 여의정은 금강 가의 100년 수령의 소나무가 빼곡한 송림과 금강의 풍경을 선사해 그 풍치가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조선시대 연안부사(延安府使)를 지낸 만취당(晩翠堂) 박응종(朴應宗)이 관직을 내려놓고 낙향하여 정자를 짓고 자신의 호를 붙여 ‘만취당’이라 한 것을 후손들이 다시 지어 ‘여의정’이라 이름을 고쳤다. 여의정을 감싼 송림 또한 박응종이 손수 뿌린 소나무 종자가 자라 가꿔진 것인데 그는 말년을 이곳에서 후학들에게 예의와 풍속 및 정치와 역사를 설교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다.

금강이 휘어 돌고 그 너머 산들이 넘실대는 금강 가 언덕으로 오르면 또 다른 풍경의 자풍서당이 제7경이다. 좁은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타나는 산중 평지와 과수원 뒤로 고풍스러운 기와집이 조용히 맞이한다. 자풍서당은 두평리 자풍동에 위치한 조선 시대 서당으로 조선 중기 유학자 이충범이 제자들을 양성하던 곳으로 앞면 5칸, 옆면 2칸 규모에 맞배지붕의 18세기 건축양식을 잘 간직하고 있으며 거대한 원주와 커다란 자연석 주초가 사용되었고 중앙에는 시원스런 대청마루, 좌우에는 온돌방이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서당 뜰에는 불탑이 자리하고 있다. 자풍서당이 자리하기 전에는 이곳에 풍곡사(風谷寺)라는 절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조선 초 배불숭유(排佛崇儒) 정책에 따라 유교의 보급과 치도(治道)의 이념 확대를 위해 사찰을 폐하고 그곳을 향교나 유학 진흥에 이용하도록 하였던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보면 이곳 자풍서당도 폐사된 봉곡사에 지어진 것이 아닐까 추측되고 있다.

하늘로 올라가던 용이 선녀들이 목욕하는 모습을 보고 반하여 바위로 떨어져 강가에 남게 되었다는 용암이 마지막 제8경이다. 양강의 물살을 묵묵히 견디며 여름이면 여름대로 푸르게, 가을이면 색색이 단풍으로 강가를 화려하게 수놓는 송호관광지의 나무들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이루는 용암은 하늘의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한 곳이라는 제2경 강선대와 목욕하는 선녀를 보느라 승천하지 못하고 강가에 남게 되었다는 용암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짝을 이룬다.



달님도 쉬어간다는 월류봉과 한천팔경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림이 아닌 사실 그대로 경험하고 싶다면 한천팔경이 제격이다. 황간면 원촌리에 있는 깎아 세운 듯한 월류봉의 여덟 경승지를 한천팔경이라 부르는데 우암 송시열(宋時烈 1607~1689) 선생이 머물며 강학을 하던 한천정사에서 이름을 땄다. 산 아래로 금강 상류의 한 줄기인 초강천이 흐르고 깨끗한 백사장, 강변에 비친 달빛 또한 아름답다. 제1경인 월류봉(月留峰)은 말 그대로 달님이 머무는 봉우리라는 뜻으로 밤이면 떠오른 달님이 직립한 절벽에 걸려 그 정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제2경인 산양벽(山羊壁)은 병풍같이 깎아지른 월류봉의 첫 번째, 두 번째 봉으로 인적이 미치지 못해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수목이 척박한 돌 틈으로 뿌리를 내리는 자연미가 빼어나다. 제3경 청학굴(靑鶴窟)은 월류봉 중턱에 있는 자연동굴로 가을이면 단풍이 붉게 물들고 청학(靑鶴)이 깃든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제4경 용연대(龍淵臺)는 월류봉 앞에 있는 절벽으로 산줄기가 평지에 우뚝 솟아 나와 용연(龍淵)에 이르러 형성된 돌머리 모양의 대(臺)이다. 제5경 냉천정(冷泉亭)은 법존암 앞 모래밭에서 솟은 샘 줄기가 여덟 팔(八)자로 급하게 쏟아붓듯이 흘러나와 팔연(八淵)에 이르는데 한여름에도 무척 차다. 제6경은 법존암(法尊菴)이라는 작은 암자가 있었다고 전해지는 곳으로 암자의 위치는 현재 황간면 원촌마을로 추정된다. 제7경은 사군봉(使君峯)으로 황간면 뒤편 북쪽에 있는 ‘나라의 사신(使臣)이 되는 산’이라는 의미의 명산이다. 특히 겨울 설경으로 이름이 나 있다. 마지막 제8경은 화헌악(花軒嶽)인데 한천정 뒤쪽의 산봉우리로 꽃과 나무가 무더기로 나 있는 까닭에 ‘화헌’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름처럼 봄이면 진달래, 철쭉꽃이 피어 만산홍(滿山紅)을 이룬다.



민주지산 치유의 숲

현대에 와서 건강은 몸이 아프지 않은 상태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건강을 “질병이 없고 허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로 정의한다. 달리 말하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풍요로운 생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심신의 휴식과 건강 증진을 위해서 가족들과 함께 찾기 좋은 곳이 민주지산 치유의 숲이다.

민주지산 자연 휴양림에 위치한 치유의 숲은 소백산맥 줄기에 분포하는 각호산(1,176m), 민주지산(1,241.7m)등 주변의 명산에 둘러싸여 사계절 숲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자연 그대로의 휴양림이다. 철 따라 산행의 즐거움이 달라지는 등산로와 풍부한 피톤치드의 산림욕장, 건강지압을 위한 맨발숲길, 야간조명이 갖춰진 사방댐 분수, 13.4㎞의 임도시설을 활용한 MTB(산악자전거) 코스는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맑게 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휴양림 관리도를 따라 조성된 산열매향수길은 고향의 향수를 느끼게 하고, 곳곳에 수목에 대한 해설이 있어 가족 단위나 학생들에게 자연학습의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야영 중 아이들과 함께 밤하늘의 별자리와 견우직녀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주다 보면 어느덧 가족의 사랑도 함께 영글고 소중한 꿈과 추억을 온몸으로 간직하게 된다.

충청·전라·경상 삼도와 접하는 삼도봉

충청·전라·경상 삼도의 경계에 위치한 삼도봉은 소백산맥의 한 자락으로 변화무쌍한 그 절경이 가히 남한의 작은 백두산이라 할 만하다. 해발 1,176미터인 삼도봉은 이웃한 석기봉, 민주지산과 함께 오래전부터 전국에 널리 알려진 등산코스다. 특히 가을 단풍이 절경이며, 산을 오르면 바닥에 밟히는 오래된 낙엽과 썩은 나무 둥치는 이 산이 아직은 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산임을 말해주고, 곳곳에 굴참나무를 비롯한 고산식물의 나뭇가지가 자라지 못하고 천태만상으로 구부러져 있어 신기함을 자아내고 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면서도 희귀한 고산 식물이 많이 자생하고 있어, 생태학자들의 연구 현장이기도 하다.

매년 10월 10일이면 충청북도 영동군, 전라북도 무주군, 경상북도 김천시가 모여 지역감정을 없애고 삼도 문화를 활발하게 교류하기 위해 삼도화합기원제·삼도 풍물놀이·터울림 사물놀이 등의 다양한 민속행사가 펼쳐진다.


문화관광저널 양명철 객원기자 ymc@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