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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두세’까지 주고 요우커 실적 올려야 하나?

전병열 편집인 chairman@newsone.co.kr  / 2016-04-12 14:26:02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인두세’까지 줘야 한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아무리 요우커가 큰 손이라지만,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유치 실적을 올려야 하는 당국이나 지자체가 있다면 이는 국가적 망신이며 관광산업을 저해하는 무분별한 정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인두세 문제는 송객수수료와 함께 관광업계의 오랜 관행이다. 하지만 이대로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이를 규제하고 관리해야 할 당국은 이런 실태를 파악하고도 요우커 유치 목표는 상향시키고 있다. 업계 입장에서는 인두세를 주고도 수지를 맞출 수 있으니까 관행으로 지속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시장 논리로만 본다면 흑자를 내기 위해 수익을 올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요우커를 상품으로 보고 쇼핑 실적을 올리기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본래의 목적인 관광은 아예 염두에 없다. 오직 쇼핑 매출에만 매달려 수수료를 챙기려 한다. 면세점이나 쇼핑점은 수수료를 주고도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에 이런 상행위를 지속할 수 있다. 이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서는 일반 화장품이나 건강보조식품 등을 권유하고 심지어 요우커를 기만하기도 한다고 한다. 

결국에는 한국 관광 상품이 저질로 평가되고 요우커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으며, 한국 관광산업은 비전을 잃게 될 것이다. 관광대국을 지향하고 있다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문제이다. 그러나 규제를 강화하고 철저히 단속하다 보면 요우커 유치 실적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요우커 유치 성과를 내세우려는 관계자로서는 내키지 않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망국적 정책이 될 수도 있는데 오늘 살기 위해 내일을 방기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 한겨레신문 보도에 의하면 국내에서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 여행사를 운영하는 어떤 대표는 기자에게 “요우커 단체관광 대부분이 중국 여행업체에 돈을 주고 요우커를 사오는 인두세 상품이나 국내 여행 경비를 한 푼도 받지 않은 채 요우커를 데려오는 ‘노 투어 피(No Tour fee) 상품’으로 사실상 변질됐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중국 여행업체가 요우커를 모아주면 한국 여행사는 한 명당 300~400위안(5만3천 원~7만1천 원)씩 이른바 인두세를 준다. 쇼핑을 많이 할 만한 소위 VIP 단체관광객을 받으려면 인두세를 한 명당 700~800위안(12만5천 원~14만2천 원)까지 줘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여행사는 요우커를 손쉽게 모집하기 위해 최저가 ‘덤핑관광’ 상품을 소개한다. 그래도 이들 업체는 왕복 항공료만 부담하고 인두세까지 받아 이득을 챙긴다. 한국 여행사는 요우커의 국내 여행 경비 일체를 부담할 뿐만 아니라 인두세까지 내고 요우커를 데리고 온다. 한국 여행사는 요우커들을 쇼핑장으로 안내하고 그들의 매출액에 따른 수수료를 받아 수지를 맞춘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저가 숙식을 제공하고 무료 관광지로 안내할 수밖에 없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쇼핑을 강요하고 심지어 “물건 안 살려면 일정이 끝났다”며 “오후 2~3시경에 숙소에 데려다 놓기도 한다”고 하니 한국 관광의 이미지는 실추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난 2월 ‘2016년 업무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관광 상품의 질적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지난달 27일에는 중국 전담여행사 209곳 가운데 68곳을 퇴출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올해도 정부는 요우커의 ‘양적 성장’을 주요 목표로 잡고 있어 ‘덤핑관광’을 규제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 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요우커 유치 목표를 600만 명에서 800만 명으로 올리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요우커 598만 명 가운데 단체관광객은 245만 명으로 41%를 차지한다. 중국 단체관광은 한·중 관광협의에 따라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전담여행사만 취급할 수 있다. 중국 여행사가 요우커 모객의 주도권을 쥐고 있어 인두세를 놓고 경쟁시키는 등 이들의 甲질에 한국 여행사는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이제 덤핑관광에 의존하고 있는 요우커의 양적 성장은 멈춰야 한다. 적정 수준의 목표를 설정하고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국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당국자는 요우커 유치 목표가 올라가는 만큼 한국 관광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전병열 편집인 chairman@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