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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와 기레기를 생각하다

문화관광저널 고경희 기자 ggh@newsone.co.kr  / 2016-03-18 11:08:18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오스카상 수상 여부에 대한 세계적 관심 때문에 크게 주목받진 못했지만, 지난 2월 28일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은 ‘스포트라이트’였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집중 보도한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의 이야기다. 미국의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보스턴 글로브>는 스포트라이트라는 탐사보도팀을 운영하고 있다. 영화는 새 편집장이 <보스턴 글로브>에 부임하며 기존에 단신 기사로 내보낸 바 있던 가톨릭 교회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집중 취재할 것을 지시하면서 시작된다. 편집장은 추기경이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실을 알고도 방임했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기자들은 1년간의 지난한 취재과정과 두 달간의 기사작성 시간을 거쳐 마침내 30년간 보스턴 가톨릭 교회에서 은폐해왔던 사실을 대대적으로 고발한다. 이 사건은 실제 2002년 <보스턴 글로브>에 보도되며 당시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고, <보스턴 글로브>는 이를 계기로 이후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사건 그 자체에 집중하기보단,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들에 주목한다. 작은 가능성을 두고 시작한 취재는 점차 파편화된 정보들이 조합되면서 거대한 진실로 나타난다.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몰두하는 기자들과 이를 지원하는 <보스턴 글로브>를 지켜보며 ‘언론이라면 마땅히 이래야 한다’는 올바른 방향성도 제시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한국 매체에서 근무하는 기자들에게는 자괴감을 선사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며 기자들이 꿈꾸던 기자의 모습을 확인할수록 더욱 그렇다.

사실 인터넷 클릭 수, 속보 전쟁으로 변해가는 현 언론 환경에서 스포트라이트팀의 심층취재 같은 것은 그림의 떡이다. 소재를 찾고 기사를 작성하는 데는 최소의 시간만이 필요하다. 때론 소속 매체의 클릭 수를 올리고자 제목만 바꿔 단 어뷰징 기사를 양산해야 할 수도 있다. 이젠 정확한 기사보단 발 빠른 기사가, 클릭 수 높은 기사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이런 환경에 놓인 기자들에게 ‘기레기’라는 표현을 쓰며 비판하기도 한다. 물론 합당한 비판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좋은 기사를 위해선 언론 환경 역시 개선돼야 한다. 처음부터 기레기가 되고 싶은 기자는 없었을 것이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보며 느낀 바이다.

문화관광저널 고경희 기자 ggh@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