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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진흥법 제정에 거는 기대와 전망

글·이현식 인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 2016-03-17 16:34:38

글·이현식 인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지난 2015년 12월 31일 국회에서 ‘문학진흥법’이 통과됐다. 도종환 의원의 발의로 제정된 이 「문학진흥법」은 침체의 길을 걷고 있는 한국문학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다른 예술 장르와 관련된 법률이 이미 제정된 것에 비추어 보면, 문학은 국가나 사회 공동체의 기본이 되는 예술 장르라는 점에서 법 제정이 무척이나 늦은 감이 있다. 이번 법률 제정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문학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비로소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문학관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와 지원의 영역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는 의미가 있으므로 당연히 환영하고 반길 만한 일이다. 한국근대문학을 전공한 평론가로서, 그리고 문학관을 설립, 운영해본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번 법 제정이 더욱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위기에 빠진 한국문학, 법 제정을 계기로 회생의 길을 찾아야

「문학진흥법」의 주요 골자 중 눈에 띄는 것은 국가가 문학진흥기본계획을 5년 단위로 수립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소속으로 문학진흥정책위원회를 둔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가 문학 진흥과 발전을 위해 공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시책을 개발, 시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의 기본 계획에 맞게 각 지방자치단체가 시행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부와 공공의 역할에 대한 영역도 명확히 해놓았다. 문학은 한 개인의 창작물이지만 그것이 갖는 공공적 가치를 국가와 사회가 인정하고 지원을 한다는 것이 법 제정에 담긴 취지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문학의 영역에 개입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을 수 있겠으나 법 1조의 목적, “문학 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고, 문학 창작 및 향유와 관련한 국민의 활동을 증진함으로써 문학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그런 우려는 적어도 이 법을 두고서는 과도한 피해망상처럼 보인다. 그보다는 오히려 문학 진흥을 위한 기본 계획이나 문학진흥정책위원회가 문인과 문인단체, 문학연구자들, 그리고 다양한 문학 교육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반영하고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을 수립, 실행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현재 한국문학은 이미 위기의 단계를 넘어서서 자칫 잘못하면 고사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팽만하다. 지난해 신경숙 소설가의 표절과 관련된 논란도 그렇지만 이미 국민들의 독서율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 점이 이를 방증한다. 정부가 발표한 2015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의 독서율은 조사가 이루어진 199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 65.3%를 기록했다. 이 숫자는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에 1년간 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본 비율을 의미하는데 직전 조사인 2013년도보다 6.1%나 떨어진 수치라고 한다. 책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는 문학의 관점에서 보면 심상치 않은 현상이다.

아울러 매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책 가운데에 한국문학은 그 비중이 점점 더 옹색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문학작품을 기준으로 온라인 도서판매 서점인 알라딘(www.aladin.co.kr)의 통계를 참고하면 2016년 1월 4째 주 베스트셀러 50위 목록에 한국문학은 4권, 외국문학은 모두 10권이 올라가 있다. 이에 비해 15년 전인 2000년 동일 기간에는 한국문학이 16권, 외국문학은 5권이 올라가 있다. 문학의 영역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 가운데, 한국문학의 비중 감소가 아주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한국 사회의 문화적 기초인 우리 문학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문학진흥법」 제정은 현 문학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공공이 문학을 어떻게 진흥시켜야 하는가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을 어떻게 수립하고 그것을 어떻게 지혜롭게 실행할 것인가는 앞으로 더욱 고민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 문학연구자와 문인, 문학계의 종사자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형태의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 그것은 꼭 정부 주도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문인단체나 문예지, 문학 출판사 등 여러 차원에서 주도하는 백가쟁명의 장이 풍성하게 열려야 할 것이다. 다중의 지혜를 모아나가는 과정에서 해결책도 나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립 한국문학관, ‘어디’보다는 ‘어떻게’ 방점이 놓여야

「문학진흥법」에는 공·사립 문학관의 기초적인 가이드라인 제시와 함께 국립한국문학관에 대한 각종 사항이 들어가 있다. 법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가를 대표하는 국립한국문학관을 법인 형태로 설립하도록 명시돼 있다. ‘조직과 운영, 설립등기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해서 세부적인 것은 대통령령에 위임시켜 놓았으나, 시기가 문제이지 국립문학관이 설립되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더구나 법 제정과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는 2016년 상반기 중에 지역을 대상으로 국립한국문학관 부지를 공모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놓기도 했다. 이미 국립한국문학관 실시설계비로 10억 원이 2016년 예산에 반영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본다면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은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전국의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국립한국문학관을 유치하겠다고 저마다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천문화재단 소속의 한국근대문학관을 설립, 운영해 본 경험에 비추어본다면 최근 자치단체마다 일고 있는 이런 유치 경쟁은 한편으로는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우려스럽다. 국립한국문학관은 말 그대로 국가를 대표하는 문학관이다. 이런 문학관이 ‘어디’에 들어설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이겠으나 그보다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이다. 이것은 물론 문화체육관광부가 고민할 영역이기도 하지만 문학관을 유치하겠다는 자치단체들도 성과에만 연연하기보다는 문학관이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것이 지역문화와 어떤 상생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된 바탕 위에서 유치에 대한 의지와 정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문학관 건립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으는 것의 중요성을 모두가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성급한 성과주의를 경계하면서, 관심 있는 다중의 지혜를 모아나가 한국문학의 위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국립 한국문학관을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학관 건립은 환영하고 반길 일이다. 문학관에서 문학의 위엄과 향기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이런 문학관을 ‘어떻게’ 함께 만들 것인가가 가장 앞에 놓인 과제이다. 그런 문학관을 ‘어디’에 둘 것인가는 그 다음에 고민해도 늦지 않다.

이현식 인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은
 연세대 영문과,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문학박사)를 졸업했다. 이후 1997년 <문학과 사회>, <문학과 지성사 간> 평론 추천으로 등단했으며, 주요 저서로는 <일제 파시즘 체제 하의 한국만학비평>, <손혹한 비평> 등이 있다. 인천발전연구원 문화정책 담당 연구위원을 거쳐 인천문화재단 사무처장, 기획경영본부장,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인천대 문화대학원 겸임교수로도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