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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전병열 편집인 chairman@newsone.co.kr  / 2016-03-15 15:02:04

‘국민 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약칭 테러방지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2월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고 야당의원들이 필리버스터로 저지했지만, 3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그 다음 날 국무회의에서 법 제정안 공포안이 의결됐다. 테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와 공공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이 법은 시행이 유예된 일부 조항을 제외하고는 현재 발효돼 시행 중이다.

테러방지법안은 2001년 김대중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이 발의한 이래 15년 동안 국회에서 계류와 폐기, 상정을 거듭해 왔다. 2003년 11월 수정안이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 이후 2008년 ‘국가대테러활동에 관한 기본법’으로 다시 발의됐으나 역시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다 ‘파리테러’를 계기로 2015년 12월 8일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나라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이런 기본적인 법체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전 세계가 안다. IS도 알아버렸다. 이런데도 천하태평으로 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을 수 있겠나”라고 말하면서부터 급격히 재논의가 됐다. 유엔은 9·11 사건 이후 테러 근절을 위한 국제공조를 결의하고 각국에 이를 위한 법 제정을 권고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법률을 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법 운용에 있어 국가정보원의 권력남용과 인권침해 등을 우려해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테러방지법 통과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가 2016년 2월 23일 오후 7시 7분부터 3월 2일 오후 7시 32분까지 192시간 넘게 진행됐었다.

일반 시민들에게 다소 생소한 필리버스터(filibuster)는 사전적 의미로 ‘의회 안에서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이뤄지는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다. 주로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거나 기타 필요에 따라 의사진행을 저지하기 위해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의사진행을 고의로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장시간 연설, 규칙 발언 연발, 의사진행 또는 신상 발언 남발, 요식 및 형식적 절차의 철저한 이행, 각종 동의안과 수정안의 연속적인 제의, 출석 거부, 총퇴장 등의 방법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 진행 후 테러방지법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여론조사에서 역전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3월 2~3일 실시한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테러방지법 반대 응답이 51%로 찬성 39%보다 앞섰다. 필리버스터의 영향이라면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과거 정권에서 정치인·공직자·기업인·탈북자 등에 대한 불법 도청과 사찰 활동을 했으며, 2012년 대선 때도 직원들이 인터넷 SNS 댓글 작성에 개입했었다.  

테러방지법은 북의 핵·미사일 도발과 테러 위협, 국제 테러 조직의 확산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대(對)테러 관련 기본법이다. 테러 위험인물의 출입국, 금융거래, 통신정보 등을 수집·조사하는 한편 외국 정부·단체와 정보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가정보원이 국민을 상시 감시할 수 있는 무제한 권한을 부여한 것이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광범위한 국민 사찰·감시 권한까지 갖게 되면 오·남용의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법 내용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요소가 많다고 한다. 테러위험 인물을 ‘테러 예비·음모·선전·선동을 하였거나 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장도 없이 이들의 금융정보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했고, e메일·문자메시지도 언제든지 사찰할 수 있다. 국가정보원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집권세력에 비판적인 정치 세력 등을 사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제할 장치로는 대통령령으로 임명하는 ‘인권보호관’ 한 명을 두도록 했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국정원이 통신 감청, 계좌 추적 등 개인 정보 수집·조사 과정에서 국민이 믿을 수 있도록 합법성과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인권보호관’은 국민이 인정할 수 있는 공정한 인물로 선정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표를 노린 당리당략적인 투쟁만 일삼을 게 아니라 여야를 떠나 국민의 안녕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 

전병열 편집인 chairman@newsone.co.kr